여행일기/아프리카

튀니지 15 - 마트마타 가는 길

張萬玉 2019. 1. 23. 15:58

대중교통으로 마트마타 가는 길목인 타타오윈까지 가려면 루아지를 세 번 갈아타야 하고

(게다가 비수기에 그 오지마을 가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루아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8명이 차야 움직인다)

타타오윈에서 체니니나 마트마타로 움직이려면 어쩔 수 없이 택시를 대절해야 한다.

즉 타타오윈까지 가는 데만도 하루가 걸리고 다른 곳까지 둘러보려면 추가비용과 마음고생이 여간 아닐 거라는 얘기다.

게다가 어제 데이투어를 함께해준 지프 기사 나델이 자기 지프를 써달라고 간절히 부탁을 하는 바람에 결국 내가 원하는 루트를 따라 마트마타까지 데려다주는 조건으로 가격 흥정을 했다. 600디나르(약 30만 원 정도)에 사막과 산길 포함 500킬로를 달려준다니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튿날 아침 문득 머리를 스치는 생각.
내가 언제부터 갈아타는 것을 귀찮아하고 기다리는 것을 기피하게 됐을까,

갈아타면서 현지 사정을 익히고 기다리면서 현지 사람들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나에게 더 많은 배움과 자부심을 주지 않았던가.

지루해질 수 있는 장기여행의 묘약을 왜 내가 멀리하고 있는 건가?

언제부터 과정을 즐기는 여행자이길 포기하고 목적지만 바라보는 광광객이 된 거지?

아마도 젊었을 때는 즐겨 이겨내던 열악한 조건들이 이젠 힘에 부치는 모양이지...

어쨌든 약속은 했고 따라갈 일만 남았지만, 지금이라도 깨달았으니 다행이다.

인싸에서 아웃싸로 모드전환 하고 남은 기간이라도 퐈이팅!할 수밖에.












화장실 때문에 잠시 세운 곳.

까페라고 있는데 주인도 손님도 없는 '바그다드 까페'







투죄르에서 동쪽으로 달려 Salt Lake 지나 Sahara(사막이라는 뜻의 아랍어)의 관문 Douze를 지나

(모래바람이 사납게 불어, 혹시 동행이 있어 사막야영을 했다면 얼마나 괴로웠을까...정말 다행)
Chenini 마을에서 잠깐 구경하고 점심 먹고
Tataouine을 지나쳐(여기도 사막투어의 거점도시일 뿐 도시 자체는 평범하다. 나 혼자 여길 찾아왔으면 엄청 뻘짓을 하며 하루해를 보냈을꺼다)

















Medenine이라는 남부지방의 거점도시를 지나고 Toujane이라는 산간마을을 만나고 B로 시작되는 이름의 드넓은 산악지대를 갈짓자로 가로질러......


드디어 Matmata에 도착했다.
오는 길 내내 매서운 모래바람으로 지평선이 없어진 황톳빛 공간 속을 초고속으로 질주했다.

때론 모래사막과 때론 바위사막과 때론 초원사막과 가끔은 대추야자, 올리브 나무들과 함께하며....

어떻게 사시사철 파란 하늘을 전혀 못 보고도 살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하루종일 로드무비만 찍은 셈이지만 대자연의 위력적인 모습 앞에 그저 할 말을 잃어버렸다.

아침에 모처럼 깨우쳤다는 여행에 관한 개똥철학은 이 거친 대장정 앞에서 한방에 무너졌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