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을 위한 변명 1
중국인들은 회사에서 왜 그리 농땡이들을 치는지....
중국인들은 왜 그렇게 줄을 설 줄 모르는지...
중국인들은 왜 바깥에 잠옷을 입고 돌아다니는지....
중국인들은 왜 그렇게 발냄새가 심한지....
중국인들은 왜 그렇게 시끄럽게 떠드는지.. 꼭 싸우는 것처럼....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특히 상해 같은 대도시는...) 중국살이에 어지간히 이력이 나지 않은 한국사람들이라면 끊임없이 터뜨리게 되는 중국인들에 대한 불평이다.
이 땅 한구석을 빌려 잘 살고 있고 덕분에 돈까지 벌고 있는 처지임을 명심하며 가능한 한 눌러보아주려고 애쓰는 편인 나도 가끔은 울화통이 터질 때가 있다. 발냄새 면하기 어려운 나이롱 양말이나 장소불문 편안함의 극치를 추구하는 잠옷패션은 그렇다고 쳐도, 내게 직접 피해를 주는 줄 안 서기, 새치기에 대해서는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예전에, 70년대에 쓰여진 '班車' (셔틀버스) 라는 소설을 교재로 공부한 적이 있다.
내용은, 퇴근시간도 안 되었는데 미리 나와 줄을 서는 일이 도대체 근절이 되지 않아 공장장이 직접 나서 원인을 알아보았더니 출퇴근용 셔틀버스가 제시간보다 일찍 와서 사람들이 다 타기도 전에 가버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웃소싱한 출퇴근버스가 한푼이라도 더 벌려고 그렇게 제멋대로 왔다 제멋대로 가버리니 정시 퇴근하는 사람들은 마지막 차에 짐짝처럼 실려가거나 그것도 못 탄 사람은 한참을 걸어나가 공공버스를 타야 하고... 그렇게 되면 퇴근시간에서의 10분 차이가 귀가시간에서 두세시간의 차이를 만든다. 그러니 퇴근시간 종이 울리기 전이라도 눈치를 보아 부리나케 빠져나오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디 쉽겠는가...
이 대목을 가르치면서 교수님 말씀하신다.
지금은 교통 사정이 많이 좋아졌지만 1994년 이전만 해도 시내버스 대수가 너무 적어 일단 버스 한 대 놓쳤다 하면 두 세시간 지각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줄이고 뭐고 필사적으로 매달려야 했다고 한다. 그런 습관이 몇십년씩 누적된 결과 교통사정이 좋아진 오늘날에도 줄 설 줄 모르고 할 수만 있으면 새치기 하는 악습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그 점에 대해서 중국인들은 비교적 용인해주는 편이란다.
물론 나는 여기에다 공공질서 개념 자체가 희박하다든지, 그 저변에 한국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노골적인 이기심이 깔려 있다든지... 이런 토를 붙이고 싶긴 하다. 그러나 그런 지적마저도 교수님의 논리에서 보자면 역시 가혹한 역사가 인민들의 삶에 낸 생채기가 아니던가.
불과 몇십년 전 우리의 모습을 돌아본다면 팔매질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같다.
하긴 나도 요즘 아침마다 등교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국에서 같으면 집 나온 아줌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내 편한 맛에 둘러메는 가방을 메고 캐주얼화 신고(요즘 모 개그 프로그램에 나오는 복학생 패션인가? ㅎㅎ) 그리고 버스에 올라타야 비로소 진짜 학생이 된 기분을 맛볼 수 잇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택시를 타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데...
10분 간격으로 자주 오는 703번 버스는 정말 도저히 탈 수가 없다.
빡빡하게 들어차 문도 간신히 열릴 정도인데 거기 올라타겠다고 기를 쓰고 몰려가는 군중을 보면 콱! 기가 질린다. 중국 인구... 진짜 많다!!
나도 아침저녁 만원버스에 매달리며 중고등학교를 마친 몸이지만.. 목숨 걸고 매달리는 그 무리에 끼어들어볼 엄두가 도저히 안 나, 세 대를 그냥 보내고 결국 그날은 택시를 타고 갔다.
다음날...
집에서 조금 더 걸어야 하지만 그래도 종점이 가까우니 좀 비어서 오지 않을까 하고 703B 노선 버스정류장으로 가보았다. 이 버스는 평소에는 30분 간격이지만 출퇴근시간에는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고 했다.
비어서 오는 건 맞는데... 운행 간격은 실제 들은 것과 좀 차이가 있다. 몰려서 두 대가 오기도 하고 30분 넘게 안 오기도 한다. 그래도 버스 오는 시간보다 10분 정도 일찍 도착해 있으면 비교적 차질없이 등교할 수 있는 편이라 요즘은 큰 불편없이 '학생다운' 등하교를 하고 있다.
만일 이 버스가 꽉꽉 차서 온다 해도 이 버스 말고 다른 수단이 없다면... 나라도 '일단 뛰어!'가 되지 않을 수 없겠지? 그럴 수밖에 없는 걸까, 정말?
(맨 위에서 던진 질문에 대한 변명.... 짬짬이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