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외톨이라....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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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교 댕겨와서 수정합니다.
위에 제가 숨어 있던 쩜 두개...에 관한 꼬릿말이 너무 많이 달려서 걍 놔두고
이어서 씁니다.
엊저녁 MBC 추적60분에서 다룬 문제입니다.
7년동안 집밖으로 나오지 않은 청년이 나오더군요.
3년짜리, 1년짜리도 소개되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쉽게 운위되는 '귀차니즘'과 '폐인'의 현장이었습니다.
너무 오래 집밖으로 나오지 않아 걸음조차 제대로 못 걸을 지경이 된,
제대로 챙겨먹지도 않아 피골이 상접한,
먼지와 머리카락이 솜처럼 쌓인 방에서 만화와 컴퓨터와 이부자리를 벗삼으며 문 꼭꼭 걸어잠궈 열쇠집에서 사람이 와 문을 따게 만드는,
방 밖으로 끌어내려는 아버지를 구타하는 등등....
참으로 초절정 고수 폐인들이 화면에 등장하더군요.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이런 '은둔형 외톨이'로 추정되는 인구가 우리나라에 10만~30만이라는 것이죠. 이것을 '병리현상'으로 인식하지 못하여 파악 안 되는 경우까지 합하면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일본은 100만에 육박한다죠.
경쟁적인 환경 속에서 內傷을 입은 아이들, 왕따를 견뎌내지 못한 아이들, 사회관계 스킬이 부족하여 집단 내에서 겉돌던 아이들..... '은둔형 외톨이'가 될 조짐은 이런 '활동형 외톨이' 시절부터 싹트기 시작하여 학교나 직장 등 꼭 참가해야 하는 집단의 요구가 없어지면(심할 경우 이런 활동조차도 중간에 거부하고) 바로 방에 들어박힐 확률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게임이나 인터넷, 악성 만화나 비디오를 탓하기도 합니다만 그런 것은 다 현실도피를 위한 도구일 뿐, 정작 도피하게 만드는 현실 자체가 (주관적으로든 객관적으로든) 개선되지 않으면 또 다른 현실도피 형태가 나타날 것입니다. 그러니 사실은 '사람을 상하게 하는', '도피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현실이 근본적인 문제인 것이죠.
TV에서 극단적인 경우를 보여주기는 했지만, 사실 이 문제는 일부 '폐인'들만의 문제가 이나라 우리 사회 상당수의 사람들 속에 내재되어 있는 아주 보편적인 '사회 병리현상'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프로를 보면서, 벗과 친지들(혹시 자신을 포함하여)에게서 느낀 그런 낌새를 떠올리며 걱정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날이 갈수록 각박하고 경쟁적으로 되어가는 우리 사회에서 허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로 도망가버리고 싶지 않은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어른이야 나름대로 현실 속에서 단련되어온 저력으로 그것을 이겨낸다 하지만 이제 현실 속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청소년들의 그 지독한 기피심리는 자칫 우리 시대의 무서운 지병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본사회는 일도 안 하고 세금도 낼 수 없는 이 '은둔형 외톨이'들과의 전쟁을 선포할 지경에 이르렀다죠.
우연한 기회에 다음까페 검색을 하다가 '마음까페'라는 곳을 들여다보니...대인관계라든지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을 다친 사람들, 그래도 어떻게든지 현실에 적응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이 어쩌면 그리도 많은지.... 회원수가 만 명이 넘더군요.
도대체 인간이 인간과 사는 게 왜 그리 힘들어졌을까요.
인간에 의한 소외, 노동에 의한 소외....
외톨이들은 소외가 아파서 죽을 지경입니다.
미래의 인간관계는 과거의 인간관계와 양상이 많이 달라지겠지요.
소외는 더욱더 심각하고 잔인하면서... 게다가 보편적인 양상을 띨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자구책을 찾아야 사람이 사람꼴을 하고 살 수 있을 텐데...
헌데,
여기서 저의 사고는 정지된 듯합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살기 힘들게 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
문제의 백화점식 나열과 그에 대한 對症적 처방이 아니라 사회의 변화방향 속에서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근본적인 치유책을 찾아야겠는데... 정신없이 변해가는 세상의 변화속도에 휘둘리며 그저 속수무책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 이 사회의 어른들이라니.... 참으로 자괴감마저 느껴지더이다.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청소년을 이끌어줘야 하나요.
아예 굶겨버릴까요? 배가 고프면 방 밖으로 나올까요?
옛날처럼 옆도 뒤도 돌아볼 겨를 없이 생존의 발버둥을 치다 보면 사는 데 자신감이 생길까요?
저도 젊은시절엔 어른들의 '젊은 사람들이 호강에 겨워 저런다'는 말씀, 참 듣기 싫었는데...
제가 이런 소리를 하고 있다니..... 휴~
오늘 아침 어느 프로그램에선가 지나간 시절의 사진전 소식을 전하더군요.
이미 독극물이 되어버린 한강이 불과 60년 전에는 강물 가득 물장구 치는 아이들을 품고 있었네요. 그 시절의 배고픈 아이들은 마치 질경이처럼 튼튼한 웃음을 웃고....
'구직'이라고 쓴 종잇장 들고 땡볕 아래 서 있는 그 시절 한 청년의 사진에 엊저녁에 본 '은둔형 외톨이'의 모습이 오버랩됩디다.
혜안이 없다 보니 이런 고리타분한 소리나 두서없이 늘어놓습니다. 허허...
하도 답답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