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에는 국경이 없다
중국인 몸값이 싸다?
먼저 현재 중국 고급인력시장 분위기를 전하는 기사를 하나 소개한다. 세계 유수기업의 중국 총경리급(CEO)에 해당하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이를 통해 중국 고급인력시장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춘계인재시장 헤드헌터>는
외국 대기업 내 매니저급 이상 직위를 가진 엘리트들의 연봉이 최소한 10% 상승해 평균 6, 70만 인민폐이고, 최고 100만 인민폐라고
발표했다.(연봉 60만 인민폐라면 월 750만원 꼴이다--옮긴이 주)
외국기업 엘리트들은 직위 15년 이상 업계 내 경력과 국내상황에 익숙해야 하고 아태지역의 정세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또 능숙한 영어실력 이외에
사교성과 유럽 및 미국 기업들의 문화와 융합할 능력을 갖춰 기업 내 문화차이를 없앨 수 있어야 한다.
(중략)
국내(상하이) 고급인재시장 유관부문 관계자는 "국내 고급 인재시장의 움직임으로 중국의 경제회복세가 명확해졌다"며 "중국 국내에
총부를 둔 다국적기업의 수가 증가하는 추세로 이들 기업들이 고급 직위를 가진 사람들을 현지채용하여 효율성을 높이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n
<新民晨報> 기사에서 발췌한
상해한인상회 소식지에서 인용—
그렇다면 월매출 100만
인민폐(1억5천만원) 정도의 소기업에서 업무를 총괄할 능력을 갖춘 정도의 경리(우리 직제로 보면
부장급) 정도의 몸값은 어느 정도일까?
우리 직원들의 월급수준을 조정하기 위해 가끔
상해시 통계를 뽑아보면 경리급 월급은 다섯자리수를 향해 가파르게 치닫고 있고, 뛰어난 영업직은 다섯자리를 넘어선
경우도 많다.(경력 2년 정도 대졸자 사무직의 경우도 상해에서는 최하가
3,000원(45만 원)이다. 한국인 한 사람 임금이면 중국인 20명을 쓴다는 얘기도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가 되었다)
한국기업이 필요로 하는 현지 고급인력
중소기업이 겪는 인재난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중국에서는 그 어려움을 더 크게 느끼게 된다. 중국에서 회사를 경영하는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씀, "중국 직원들은 시키면 또박이로 하기는 하지만 그 외의 사항은 몰라라 하는데 그 정도가 너무나 상식 밖이어서 뒤로 넘어갈 지경이다."
흔히들 그 원인을 개인주의적인 중국인의
성향, 혹은 사회주의하에서 곡식 낟알까지 세던 치밀한 관료주의적 제도의 영향, 혹은 비판과 숙청으로 이어진 살벌한
역사적 경험에서 오는 피해의식 등과 연결시킨다.
어쨌든간에 그것은 개개인의 덕성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문화적인 문제기 때문에 쉽게 바꿀 수 없는 중국인의 특성인 듯하고, 이러한 조건하에서 자본주의적 경쟁에서 싸워이기는 전투부대를 조직하려면 경영자의 "戰意"를 주동적으로 구현해낼 "戰士"들이 꼭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는 인재가 될 만한
대상들을 세 부류로 나눠보면...
1) 선진적인 기업문화를 잘 이해하고
업무장악력도 뛰어난 한족
2) 한국기업에서 일정 정도 경험을 쌓아
한국 기업문화를 이해하고 있고 언어소통에서도 강점을 가지고 있는 조선족
3) 중국취업을 목표로 하는 한국 유학생
출신
(앞서 언급한 "戰士"들은 중국인들 가운데서 정말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중국 인재에 실망한 경영자들이 최근 이 부류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개인차야 있지만 한국사람들은 기질상 이런 점에서 중국인들에 비해 훨씬 월등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나의 경험범위에 국한되기는 하지만 이 세
부류의 단점과 강점을 나열해보자면
첫째 부류의 강점은 업무능력에 있다.
그들의 또하나의 강점-동급 한국간부에 비해 몸값이 싸다는 점 때문에, 업계 사정에 밝거나 꽌시가 있거나 전문기술이 있거나, 업무 전반을 잘 알고
나아가 일정 정도 선진적인 관리방식을 사용할 줄
아는 고급 인력까지도 골라 뽑을 수 있다. .
이들의 단점이라면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문화가
다름으로 인해서 한국인들이 부하 직원의 최고덕목으로 꼽는 "충성심", "열정" 등의 미흡,
자본주의적 훈련기간의 짧음으로 인한 효율성의 부족, 그리고 언어능력의 부족(한국말을 못하니까.... 한국 내 외국기업에서처럼 표현하니 속이 다
시원하다)을 들 수 있겠다.
둘째 부류를 살펴보자
실무력이나 사업상의 꽌시, 한족 부하직원에 대한 통솔력 등에서 본다면 첫째부류에 비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민족의
후예답게 "화끈한" 면이 있어 일을 할 때는 집중하여 해치우고 마는 근성이 나와 한국사람과 어느 정도 호흡을 맞출 수 있다.
단점이라면 자주 옮겨다닌다는 점이다. 즉 충성심이나 의리의 개념이 한국사람보다는 중국사람의 그것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셋째 부류
장점은 두말할 것 없이 언어소통이 자유롭고
한국의 기업문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성취동기나 주동성이 강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약점도 만만치 않다. 장점이 곧 약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단기적보면 언어와 실무력(직장경험이 없기 때문)에서의 문제, 중국문화나 현지사정에
중국인과 비교하여 어둡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몸값이 비싸다(비싸야 한다)는 점 또한 치명적인 약점이다.
이들 가운데 어떤 인재를 채용하여 회사의
근간을 삼을까에 대한 경영자의 선택은 기업관이나 경영스타일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느 경영자를
막론하고 최대의 결과를 약속하는 효율적인 투자를 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인을 채용할 때는 중국인 몇 배의 효율성, 혹은 지도력을 기대하는
것이고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단기적 약점"을 그야말로 "단기"적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한국인의 몸값이 왜 비싼지를 현지인들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이기 때문에" 막연히 중국인과 같은
월급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중국인과 같은 일을 하려는 사람들을 간혹 보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유학생 출신자 중 구직을
하면서 희망직종을 "통역"이라고 쓰는 사례다.
한국에서라면 모르지만 중국에서 한국인 통역이
언어능력이나 몸값에서 조선족에 비해 과연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지...
내 경험으로 볼 때 중한통역에서는 한국사람이
낫지만, 업무상 더 자주 접하게 되는 손으로 휘갈겨 쓴 중국어를 해독한다든지 심한 지방액센트 섞인 보통화를
소화해낸다든지 한국어 문서를 중국어 문서로 번역해낸다든지.... 하는 일로는 조선족 통역이 몇 배 쓸모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경영자의 입장에서
어느쪽을 고용하겠나.
한국인들이 중국기업에 현지채용/중용될 희망은?
최근
2,3년간 유학생 수가 부쩍 늘었다. 이와 함께 한국의 심각한 청년실업을 반영하 듯 어학연수나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도 돌아가지 않으려는 숫자도
늘고 있으며 심지어 임금과는 상관없이 인턴사원으로라도 취업하여 경력을 쌓겠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교민신문 구직란에서 한국인 구직사례를 종종
볼 수가 있는데, 한국인 8만 명이 거주한다는 청도나 유학생이 많은 북경 등지에는 중국인과 동일한 조건으로 취업한 경우도 많다고 한다.
감히 이렇게 말하겠다.
제아무리 인건비 비싼 한국사람이라 하더라도
현지 일자리를 놓고는 현지인들과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하게 된 것이 현재 중국의 현실이라고...
중국인 고급인력의 몸값은 번영하는 중국경제의
현주소를 말해주듯 몇 달에 한 번씩 업그레이드 되고 있으며, 세계적인 기업의 각축장에서 중국 인재들은 자신을
단련하고 몸값을 높이기 위해 쉬지 않고 배우며 달리는 한편 중국에서 취업하고자 하는 청년구직자들의 수는 눈에 띄게 늘어가고 있다. 이 두 수요가
부딪히는 지점은 그리 멀지 않았다고 본다. 중국에서 구직을 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중국기업(한국 독자기업이라 하더라도 중국에 법인등록을 했으니 중국기업이다)에 필요한 인력이 되기 위해서는
현지인이라는 merit를 가진 중국인의 몇 배 이상을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학력보다도 경력을 중시하는 것은 한국이나
중국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서 업무능력과 경력을 갖추기 위해 중국인과 같은 조건도
감수하면서 일을 찾고자 하는 청년들의 패기는 높이 살 만하다.
기업을 하시는 분들도 "단기적"으로는 약점을 갖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기업에서 가장 큰 몫을 할 수 있는 것이 열정적이고 충성심
있는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고려하여 이들에게 기회를 준다면 취업하는 개인에게나 회사에게나 큰 발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마무리용 신문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