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2011)/上海通信(舊)

중국에서의 회계 채용

張萬玉 2005. 4. 25. 09:22
중국에서 회사를 설립한 후 직원을 채용할 때 가장 중시하는 직원 중 하나가 회계직일 것이다.
우리 회사는 업무부에는 여직원 여섯 명이 일한다. 그 중 네 명이 회계직이다.
크지도 않은 회사에 웬 회계가 그리 많으냐고 의아해하시겠지만, 중국에서는 記帳을 하는 사람을 모두 회계라고 부르니 각각 자기일과 관련된 장부를 관리하는 영업관리직과 구매직까지 회계 범위에 포함시키면 그렇다는 얘기다.
한국의 ‘경리’ 개념에 해당하는 일을 하는 아가씨는 사실 둘이다. 중국정부는 제도적으로 출납관리를 하는 출납직과 장부정리를 하는 회계직을 분리하여 두 직무가 서로를 통제하게끔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직무에는 적어도 두 사람이 필요하다.
하나는 대학 회계학과를 막 졸업하고 입사하여 2년째 근무하고 있는 출납직 丁小姐, 또 다른 하나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自考(검정고시)로 대학 회계학과를 마친 뒤 일하며 공부하며 중급회계사 자격증을 딴 경력 10년차의 張小姐다.

회계직을 뽑을 때 제일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당연히 전공과 학력이다.
보통 회계전문학교(3년제 전문대) 혹은 대학 본과 회계학 전공자들을 뽑는데, 상해에서는 전문대라 해도 이 분야 최고로 인정받는 立信회계학교 출신들이 1순위다.

두 번째로 고려하는 것이 本地人인가, 재정보증인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점은 한국도 마찬가지겠으나 本地人일 것을 필수조건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중국 땅덩어리가 넓기 때문에 사고를 내고 잠적했을 경우 찾아낼 가능성이 거의 희박하기 때문인 듯하다. 가끔 한국계 회사로부터 조선족을 채용했는데 거금을 들고 “사라졌다”는 풍문을 듣기도 한다. 아가씨가 착해 보인다고 이 점을 경시하면 훗날 후회할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세 번째로 고려하는 것은 경력과 자격증이다.
회사 업무를 수행하는 데서는 두말할 것 없이 경력이 자격증에 우선한다. 특히 인력이 풍부해서 그런지 업무분야가 세분되어 있고 한 사람이 수행하는 업무의 범위가 좁은 중국업무의 특징을 고려할 때,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본 경험이 있는 회계는 아주 소중한 인력자원이라 하겠다. 그러나 타성에 젖은 업무경험만 많은 회계는 오히려 경험이 없는 회계만 못하니, 경험 많은 회계 중에서도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회계 자격증에는, 우선 회계학을 전공한 경우 졸업과 함께 받게 되는 無會計專業技術資格證과 회계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고시를 거쳐 획득하는 上剛證이 있다. 이 자격증을 가지고 회계업무를 수행하게 되는데, 이 업종에 2년(전과졸업인 경우 3년) 이상 종사하면 초급회계사 자격시험을 칠 수 있고 4년(전과의 경우 5년) 이상 종사한 사람은 중급회계사 시험을 칠 수 있다. 그 위로는 고급회계사 시험과 주책회계사(CPA) 자격시험이 있는데, 아마 한국의 공인회계사 시험처럼 어려운 시험인 듯 5년에 걸쳐 5과목에 합격하면 된다고 한다.

상해에는 실업자도 많다지만 더 나은 기회를 찾아 옮겨다니는 청년들이 많다. 특히 직장 다니면서도 각종 자격증을 따기 위해 국가에서 운영하는 강좌에 참가하느라고 주말을 반납해버린 젊은이들도 많이 있다. 기혼여성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미 上剛證이 있는 수출입담당 胡주임은 네 살짜리 아이의 엄마지만 작년에 報關원 자격증을 따더니 이제는 회계사 시험에 도전, 국가배훈기관에서 실시하는 주말반 강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 우리 회사에서 일하다가 사내결혼을 하면서 다른 회사로 옮긴 영업부 장주임의 아내는 고급회계사 시험 붙을 때까지 집에서 밥 안 하겠다면서 아예 주방용품도 준비하지 않았단다.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여성들의 주체적 역량과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사회적 여건이 한없이 부러울 뿐이다.

능력있는 회계를 잘 가르쳐놓으면 단순한 자금관리나 월말보고를 넘어 경영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사업운은 사람운이라고 했던가...
좀 거친 글이나마 회계를 채용하시려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글이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