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망한 '스타사진'
연말연시와 춘절 대목을 맞아 예전보다
엄청 두둑해진 상해 라오바이싱(老百姓 : 서민을 말함)의 호주머니를 노리고 엄청난 사은권과 상품권이 쏟아져나오고 있는데...
사년
전쯤 일이다.
가방을 하나 샀더니 상품권을 준다. 무료사진촬영권이라며 바로 두 집 옆을 가리킨다. 컴퓨터 촬영 후 스타처럼 편집해주는
곳이다.
그때만 해도 나는 그게 뽀샵인지 뭔지도 모른 채... 동행한 중국친구가 한인물 하기에 멋있게 한장 남겨주고 싶기도 하고
(사실은 나도 미친척 한패션 해보고 싶기도 하고) 해서 꽁짜다, 신난다고 촬영에 임했다.
사진을 찍고 나니 마우스로 열심히 화장을
시킨다. 그날따라 유난히 푸시시했던 내 얼굴은 약 10여 분의 A/S를 거쳤다.
다음은 오른쪽 메뉴판에 나타난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고르란다.
장난기가 발동하여 현실에서는 입을 수 없는 배꼽 내놓은 패션에 미니스커트에 꽃다발 머리... 손가락질을 하니 이 아저씨,
"이거 괜찮죠?" "저거 괜찮죠?" 하면서 수도 없이 코디를 하여 저장을 한다.
사진 속의 나는 진짜의 나와 전혀 상관없는 인물이 되었다.
아무튼... 결정을 하는 시간이다. 수없이 저장해놓은 사진 중 여섯장을 고르란다.
무엇이 함정이냐...
낱장은 안 되고
한번에 여섯장을 뽑아주는데 60원이란다. (택시 기본요금 8원이었던 때다)
공짜 아니냐고 했더니 "저게 공짜"라면서 메뉴판 구석에
초라하게 박혀 있는 흑백사진을 가리킨다. 중국 당나라 시대 옷을 입은 갈래머리 스타일이다. 지금 내가 걸친 의상과 헤어스타일이 백배 낫다.ㅎㅎ
왜 미리 얘기 안 해줬냐고 항의했더니 그럼 몰랐냐고 시치미를 뗀다. 속으로 웃었겠지... 공짜가 어딨어...하면서.
얄미워서 그냥 돌아서고 싶었지만 친구를 봐서 내건 관두고 그 친구 것만 뽑으라고 했다가 그 친구가 민망해하며 자기도 필요없다고 손을
내젓길래 할 수 없이 내것도 뽑았다. 울며 겨자를 먹는다고 했던가...이그~ 이 멍청한 아줌마.. 그까짓 게 뭐라고...
남이
볼까 민망하여 서랍 속에 감춰둔 사진을 이 글 쓰다 한번 꺼내보니 사진 속에서 짝퉁이 장만옥이 섹시하게 웃고 있다.
200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