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할 미백효과
이것이 마사지 시리즈의 결정판... 왜냐, 다른 마사지들은 나와 크게 상관이 없고 그저 취재 차원에서 맛이나 본 것들이지만 안면마사지는 이미 내 생활 속에 자리잡은 하나의 습관이 되었기 때문에...
우리 아파트 정문 바로 옆집이 내가 2주에 한번씩 걸음하는 마사지집이다. 3년전에 친구가 왔을 때 뭘 하며 놀아줄까 궁리하던 끝에 한국에선 신부화장 전에나 하는 호강 한번 시켜주자 하고, 이웃을 통해 말로만 듣던 이곳을 찾았다.
우선 스킨과 클린싱크림으로 닦아낸 뒤 스팀을 주면서 20분간 마사지를 해준다.
화장품의 질은 언급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부드럽고 리드미컬한 손놀림이 피부에 좋은 영향을 줄 거라는 확신을 준다.
다음은 한방팩.. 향긋하고 촉촉한 것을 20분 정도 덮어쓰고 있으면 잠에 스르르
빠져든다. 옆으로 물러나 앉은 아가씨는 중국 사극에 나오는 장면에서처럼 팔이랑 어깨를 나긋나긋 주물러주고.... 아, 이 볼만한 유한부인의
몰골이여...
친구는 한숨 자고 일어나 거울을 보더니 아주 만족해했다(사실은 잘 자고 난 데 대한 만족감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한번 가본 뒤 한동안 잊고 있다가, 작년에 골프를 시작하고는 무지막지한 땡볕에 기미라도 생길까 걱정되어 이 집을
다시 찾은 이래 나도 그 한숨 자는 데 맛을 들여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최근 이 서비스에 문제가 생겨 목하
고민중이다.
그동안 한방이나 해초팩으로 일관해오던 내게 小妹(내 담당아가씨)가 모공축소에 미백효과가 뛰어난 기능성 팩을 권했던 것이다. 나는
오랜 단골인데 알아서 해주겠지 싶어 별로 묻지도 않고 可以可以 했는데....
2년전........
아들놈 대학입시 뒷바라지한다고 한국에 일년 가 있는 동안 중국산 비손크림이란 걸 알게
되었다. 정작 중국에 있는 나는 듣도보도 못한 것을 한국 아줌마들이 더 잘 알아 한국 들어올 때 사다달라고 야단들이었다. 남대문 수입상가에서
10만원을 호가하는 거라나...
상해에 다니러 갔다가 몇통 구해서(중국에선 50원이다) 뿌리고 그 김에 나도 하나 써봤는데, 정말
희한한 놈이다.
낮에는 바르지 말라고 해서 밤에 바르고 자면 한 사흘 동안은 얼굴이 울고난 사람처럼 붓고 눈 주변의 약한 피부가 발긋발긋해지는 데다가 세수를 하면 때처럼 각질이 살살 벗겨지는 것이다.
어, 이거 나한테 안 맞는 거네... 하고 바르는 것을 중지했는데, 한 사흘 지나니 피부가 정말 거짓말처럼 뽀얗고 매끈매끈해진다. 사용설명서에는 "얼굴이 붓고 가려운 등 약간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나 계속 사용하면 괜찮다"고 써 있어 다시 한번 사용해봐도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깨끗한 피부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바르면 또 붓고 또
후회하고, 그러면서 또 바르고...
망설이고 바르기를 반복하던 어느날 신문에
기사가 났다.
"중국산 비손크림에 수은함량이 기준치의
10,000배!!" 몇번 찍어바른 내 비손크림은 그날로 당장 서랍속으로 들어갔다가 "수은이라도 좋다, 깨끗한 피부를 다오"를 외치는 친구 손으로
넘어갔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小妹가 추천하는 화장품으로 바꿔 마사지를 하는데 냄새가 좀 심한
것이(호랑이연고 냄새) 어째 기분이 좀 찜찜했다. 다음에 올 때까지 집에서도 계속 발라주라는 당부와 함께 스킨과 크림 타입의 화장품을 받아가지고
돌아왔는데.....
그날 저녁부터 어째 피부가 약간 간지러운 느낌이 들고 세수를 하는데 살살 각질이 벗겨지는 것이다... 흐미, 비손크림 생각이 딱 났다.
이걸 어째...
남편은 할망구가 웬 극약처방까지 하면서 모양을 내느냐고 핀잔을 하는데 그렇다고 물리기도 쉽지가 않다. 왜냐, 피부가
나날이 깨끗해지고(에구, 무서워) 이미 600원이라는 거금을 선불한 뒤 한 차례 서비스를 받았고... 무엇보다도 비손크림처럼 눈에 확실히 띄는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물러달랄 명분도 약한 것이다. 포기하면 모를까.
이를 우짜믄 좋노. 이 사건을 계기로 맛사지 습관을 딱
끊어버릴까?
2004.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