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2011)/上海通信(舊)

상해에서 골프치기

張萬玉 2005. 6. 27. 08:22

이왕 럭셔리버전으로 치달았으니... 내친김에 럭셔리의 결정판 골프시리즈까지 간다.

골프(치는 아줌마)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 나도 잘 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나도 "땅도 좁은 나라에서 소나 개나 팔 달린 것은 다 친다"는 독설을 사양하지 않았던 쪽이었는데... ㅎㅎ

허나 욕먹어도 할수없다. 어차피 요모양 요꼴로 살고 있으니 아닌 척한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메뚜기도 한철이라니, 일단 시작한 거 이왕이면 잘 치려고 노력중이며...

이 또한 기억해두고 싶은 나의 상해살이 중 일부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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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야 회원권 없으면 부킹하기도 힘들고 회원권이 있다 해도 한번 도는 데 20여만 원으로도 빠듯하니 마음 내키면 즐길 수 있는 대중스포츠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상해에서 골프를 두고 귀족 스포츠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중국 일반인들까지 포함한다면 물론 귀족 스포츠임이 확실하지만). 우리같이 별볼일 없는 대중도 즐기니 말이다.

 

상해시 근교에는 자동차로 한 시간 이내 거리에 정규홀이 20여 개 정도 있는데, 5년 전만 해도 예약 안 하고 슬그머니 끼어들 여지가 있었으나 지금은 날씨가 좋은 주말이면 일주일 전에 부킹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성업중이다.

외국인들이 주고객이지만 요즘은 상하이 사람들도 많이 늘었다. 특히 상해시에서 40분 거리에 있는 태양도에 가보면 절반 이상이 한국사람들이다. 인구에서나 성적에서나 한국사람들이 꽉 잡고 있다. (대학 동문회조차도 1차는 친목골프로 진행될 정도니까)

 

대중 스포츠라니... 그럼 가격은?

회원권은 3만RMB로부터 5만 불까지 가격이 다양한데, 많은 회사 혹은 개인들이 기명 혹은 무기명 법인카드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본인에게 회원권이 없어도 친구나 친구의 친구, 친구네 교회에 다니는 사람 등등 이리저리 연고를 찾으면 절반 가격인 준회원대우를 받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게다가 손님이 적은 평일에는 golf day니 lady's day니 하면서 할인을 해주고 셔틀버스를 운행하거나 점심을 제공하는 등 아줌마 손님을 유치하기 위한 부대서비스를 다 동원한다.

 

라운딩 비용은, 우리 회사가 접대용 법인회원카드를 갖고 있는 태양도 골프클럽의 경우(18홀 라운딩 기준) 기명카드 회원가는 180원 무기명카드 회원가는 400원(이도 저도 없으면 880원). 또 기명카드 회원의 배우자에게는 spous 카드를 발급해주어 준회원 대우를 해준다. 맑은 공기 마시며 한나절 잘 노는데 한국돈 약 5만 원 정도면 충분하니... 한국 개념으로 이 정도면 거의 대중스포츠라 해도 되지 않겠나.

 


태양도 AB 코스 입구

 

정규홀 태양도 회원카드를 구매하기 전까지 우리는 주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나인홀 '서상해'로 다녔다. 그때는 골프 치러다닐 만한 경제적 시간적 여유도 별로 없던 때였는데, 어찌어찌하다 '묻지마' 카드 두 장이 손에 들어왔기 때문이다(인민폐 3만원짜리를 6천원에....관리가 허술한 중국 골프장에는 가끔 빠져나와 돌아다니는 카드가 있다).

한국에서는 주말에 주로 등산을 다녔지만 산도 없는 이곳에서 특별히 할 만한 운동을 찾지 못했던 남편은 좋아라 하고 일요일 새벽 다섯시면 단잠 자는 나를  흔들어깨웠다.

 

사실 골프라는 운동은 즐길 정도 수준까지 올리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돈)을 요구하기 때문에 성정이 급한 나는 처음부터 이 운동이 그리 달갑지 않았다.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은데 내 귀한 시간을 그 한 가지에 집중하여 쏟아붓는다는 것이 완전히 남편 좋으라고 하는 일 같아 내심 억울한 기분. 그러나 취미활동에서 닮은 데가 별로 없는 내외간에 이정도라도 발을 맞춰놔야 노후에 할일없이 아웅다웅하는 일은 없겠다 싶어... ^^

 

서상해는 파 5도 없는 작은 골프장이지만, 그래서 조심해야 할 OB도 많고 특히 호수를 많이 파놓아 물 건너는 코스가 많은... 제법 아찔하고 아기자기한 코스다. 비거리가 크지 않은 초심자에게는 만만하게 여겨지고 잘 치는 사람들에겐 정교한 샷 연습하기 안성맞춤인 그곳에서,  때로는 성실하게 때로는 골프채로 죄없는 잔디를 내려치기도 하면서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꾸준히 2년간...(그때만 해도 나는 골프의 재미를 몰랐다)

 


태양도 15번 파3 물 건너는 코스... 내가 유일하게 par 잡는 홀이다.


그후 회사가 고객접대용으로 정규홀 태양도의 법인회원카드를 구매한 덕분에 spous 카드를 덤으로 보유하게 된 장여사, 게다가 백수까지 되면서 자의반 타의반 더 깊이 골프의 수렁에 빠져들기에 이르렀으니.....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