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2011)/上海通信(舊)

동영상 속의 나를 보며

張萬玉 2005. 6. 27. 11:54

엊저녁에 출장 온 본사 직원들과 골프연습장에 갔는데, 한 사람이 MP3로도 쓸만하고 동영상 촬영도 잘 된다는 최신형 카메라폰을 자랑하면서 골프 치는 폼을 찍어서 분석하자고 분주하게 왔다갔다 한다. 나도 좀 찍어달라고 해서 보니까...

내가 상상하던 것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나는 꽤 부드럽게 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급하고 무지막지한 스윙이다.
어드레스 좋고.. 스윙 좋고... 팔 구부리지 않고... 머리 움직이지 않고... 다 좋은데...
스윙이 (내가 통제하기에는) 너무 크다. 게다가 자세히 보니 힘이 허리에 실리지 않고 팔에 실려있다. 그러다보니 너무 빨리 돌아버려 무지하게 성질 급한 사람의 스윙이 나오는 것이다.


골프 치는 것뿐만 아니라 나의 일상생활도 누가 계속 몰래카메라를 돌려 보여주면 어떨른지... 아마 내가 생각하고 있는 나의 모습과는 많이 다를 것 같다. 나와 분리된 내가 나를 본다면... 어떻게 보일까. 어떻게 평가할까...

거울을 자주 안 보는 나는 50을 코앞에 둔 내 모습이 아직도 낯설다. 사진을 찍어보거나 거리에 다른사람들과 함께 있는 모습이 쇼윈도에 비칠 때... 믿을 수밖에 없는 그 상황에서도 나는 믿을 수 없다는 기분으로 머리를 돌려버리고 만다.


그러나 진실은 이럴 것이다.
인물이야 각오하고 있는 그대로일 테고... 차림새에도 무신경하고 내숭과는 거리가 먼 억센 아줌마... 말도 빠르고 행동도 빨라 좀 정신없고, 미소가 헤프니 상대하기는 편한 반면 만만해보이는 여자... KBS 가요무대 방청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즐거운 아줌마....

아~ 이건 아닌데... 내가 원하는 이미지는...

허나 어쩌겠나.. 손바닥만한 착각으로 진실의 태양을를 가리랴. ㅋㅋ
은희경 소설 "새의 선물"에 나오는 얘기처럼, "나"와 분리된 "또다른 나"가 되어 "나"를 유심히 지켜보고 익숙해질 일이다. 역경(?)을 견디는 힘은 거기서 나온다. 

누구나 Unique한 자신의 이미지를 꿈꾼다. 그러나 (이미지뿐만 아니라) 자신의 영역에서 특별한 존재라 할지라도 인간은 결국 張三李四일뿐.... 하물며 당대의 인물이라 해도 그러하거늘...

이러한 사실을 직시하고, 마음을 비우고,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함을 기꺼운 마음으로 감사하며 받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지혜로 인하여 우물안 개구리의 아둔함을 벗어날 수 있다면... 그때 나의 이 평범함은 또다른 특별함으로 빛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특한 생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