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상하이 아가씨들을 선망하는가
上海小姐全國一流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상하이 아가씨는 상해의 特産이자 중국의
경쟁력이다.
한국남자들이 들먹이기 좋아하는 상해아가씨의 슬림한 체형과 쭉 뻗은 다리에 대해서는 더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그
외모를 더 빛나게 해주는 것은 당돌하게까지 느껴지는 자신감이다.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일까...
상해 아가씨들은 매우 자주적이다. 개인차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그렇다.
우선 연애하는 것만 봐도 요샛말로 cool하다. 남자에게 접근하는 것도, 두 사람의 관계를 주도하는 게 주로 여자 쪽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연애에 적극적이라고 하여도 사랑에 목을 매고 울고불고하는 여자는 거의 못봤다. 자신의 일을, 그리고 자기를
중심으로 하는 인간관계나 환경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물론 돈이라는 변수도 크게 고려한다.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가 있어도 이런 조건에 맞지 않으면 너무나 쉽게 정리해버린다. 요즘 상해에서 결혼 전에 재산을 공증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서 회사직원들에게 물어보니 자기들은 재산이라 할 만한 게 없어서 안 했지만 있다면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한다. 결혼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화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는 능동적인 태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상해 아가씨들은 부지런하고
수완이 좋고 야무지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끝까지 따진다. 일반적으로 상해사람들의 기질이 그렇다고 알려져 있지만 아가씨들이 그 야무진 말투로
따지고 드는 데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거절도 딱 부러지게 잘 하고, 필요하면 애교도 동원하고, 기선을 제압해야 할 때는 찬바람 쌩쌩 도는
도도함으로 맞설 줄 안다. 여릿여릿한 아가씨라 해서 수줍고 순정적인 맛을 기대하면 안 된다. 고등학교 갓 졸업한 어린 아가씨들도 자신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천부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
우리 회사 업무부 소속 상해
아가씨들... 한 사람 빼고 모두 아이 엄마다.
그런 능력 중 하나가 공주기질이다(한국사람들이 말하는 실속없는 공주병
아님).
남 일 시키는 데는 도가 텄다. 특히 남자들 부려먹는 데...
나는 택시를 잡을 때 택시가 저만치 굴러가 서면 택시 쪽으로 뛰어가는
스타일이다. 이런 나를 늘 핀잔하는 친구가 있다. 가만히 서 있으면 빽 해서 온다는 것이다. 이 친구 사는 것 보면 확실히 힘 안 들이고 공주
대접 받는다. 다 자기 하기 나름이다. 상해아가씨들이 일처리 하는 것을 보면 일단 자신의 페이스를 주장하고 남들이 자기가 일하는 데 필요한
조건을 만들도록 주변을 싹 정리해버린다. 우리 회사의 전형적인 상해아가씨 H를 두고 남자직원들은 말한다.
“上海小姐的 業務水平挺高” (상해 아가씨들은 일솜씨가 9단이야...)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얄밉게 느껴질지 몰라도 이건
대단한 능력이다. 남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도록 길들여진 구세대 한국여자인 나로서는 그들의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때로는 부럽게
느껴진다.
상해 남자들은 이런 영악한 상해아가씨들에 일찌감치 길들어 있는 것 같다.
퇴근하고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한다거나
처갓집에 가서 무슨 일을 해줘야 한다고 조퇴, 혹은 휴가를 내는 남편, 버젓이 양복을 입고도 손에 찬거리가 담긴 비닐봉지를 아무렇지도 않게 들고
귀가하는 남편들 속에서 여러 해 살아가다 보니 남녀가 함께 살아가는 이 풍경이 정말 자연스럽고 보기좋게 느껴진다. 여성도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남녀의 가사분담에 찬성하느니 반대하느니 하는 논쟁들도 자연스레 없어질 것이다..
가사일 중 요리가
자기 전담이라는 우리회사의 翁주임
우리 회사는 기술개발직이 회사인력의 중추를 이루고 있어 이제까지는 한국의 경험에
비추어 주로 남자연구원들을 채용해왔다.
드디어 내일부터 우리회사 기술부에도 여성 엔지니어가 일하게 된다. 9 : 1의 경쟁을 뚫고 들어온
이 상해아가씨의 당찬 활약상을 기대해본다.
2004. 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