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중국

연변기행 2

張萬玉 2005. 7. 12. 14:28

장백산(이 대목에선 굳이 장백산이라고 지칭)에서 일하는 사람들.... 정말 마음에 안 든다.

 

우선 짚차 영업 하는 넘들....

이 짚차를 빌려주는 기본시간은 올라가는 데 10분, 내려가는 데 5분, 차량에서 내려 천지까지 비탈 기어오르는 데 10분, 천지 주변으로 두어군데 옮겨다니며 사진 찍는 시간 15분... 도합 딱 30분이다. 여기서 10분씩 연장될 때마다 100원씩 더 내라고 한다(그동네 택시 기본요금은 8원이란 말이다). 

대망의 백두산 천지를 보고자 불원천리 달려왔지만 사정이 이러니 마음 편하게 천지변에 오래 머물기 쉽지 않다. 물론 돈 많은 사람 돈좀 뿌려라... 하면 그만이지만 웬지 삥 뜯기는 기분도 더럽고, 더구나 단체로 움직이게 되면 혼자 더 있고 싶다고 딴 사람들 기다리게 할 순 없잖은가.

 


여기는 짚차 종점인 천문대 쪽에서 올라가는 천지의 북쪽비탈(北坡).

60도가 넘는 가파른 경사에 미끄러운 화산재로 이루어져 있어 똑바로 몸을 가누고 서있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저 꼭대기 능선에 서 있는 게 천지를 보고 있는 사람들(에구, 이 청년이 너무 크게 나왔다).

다음으로 미운 넘들은 천지 주변에서 사진을 찍어주는 공작조.

"여러분들이 사진찍는 기술이 암만 좋아도 잘 안나올 겁니다.... 찍을만한 곳에 서 있으면 거친 공작조 청년들이 ‘어, 아줌마 거기 나와요!’ 하고 소리를 질러대니까 사진 찍기가 좀 힘드실 겁니다.... 사실 천지 사진, 그거 아무나 잘 못 찍습니다. 그 청년들이 찍어주면 기가막히게 나오니까 한 장 정도는 그사람들에게 찍으시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 거치니까 가격 가지고 절대 다툼하지 마십시오.... "

백두산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 가이드가 이렇게 예방주사를 놓는데, 천지 주변에 가면 과연 가이드가 말한 상황이 그대로 재연된다. 그런데 겁대가리 없는 장여사, 일행 중 한 사람이 그넘들에게 당하는 상황에 직면, 피치 못하게 그 '거친' 사람들과 일전을 치르고 말았다.

   

이들의 수법은 '인민폐 얼마'라고 엄연히 붙여놓은 사진값을 꼭 달러나 한국돈 얼마라고 하면서 20~30% 더 붙여 부르는 것이다. 고개를 갸우뚱거리거나 따지면 무섭게 인상을 쓰면서 패거리들을 부른다. 조선족인 게 분명한데 중국말로 막 소리를 지르고...

하지만 이렇게 명백한 문제는 사실 크게 싸울 필요도 없다.

오냐... 사기치면서 큰소리칠래? 네가 그래봐야 감히 외국인을 칠 거냐?

이런 배짱으로 침착하게 따지기 시작하면 이넘들 금방 꼬리를 내리고 만다. 

 

이런 양아치 잡상인들 때문에 기분은 좀 상하지만 우예됐든 천지는 깊은 감명을 주었다.



천지 사진을 제대로 찍으려면 기어올라온 비탈만큼이나 가파른 반대쪽 비탈로 내려가야 하는데 위험하다고 가이드가 접근을 못하게 한다.. 그래서 할수없이 그 공작조 청년들에게 우리도 몇장 찍었는데 비슷한 자리에서 찍었어도 그건 제법 그럴듯하게 나왔다.

(스캐너가 없어 못보여드림... 이 사진이 내가 찍은 사진 중 그래도 젤 볼만하다는... ㅠ.ㅠ)

모자 쓴 청년 뒤로 보이는 뾰쭉한 봉우리가 천문봉이다.

 

'장백산' 천지의 느낌은 여느 天池(중국에서 산 정상에 있는 호수는 대개 천지라고 부른다)와 확실히 다르다. 깊이가 깊어서 그렇겠지만 그 무섭도록 검푸른 물을 보고 있으면 정말 神氣가 느껴진다. 민족의 靈山이라는 사전세뇌가 없었어도 아마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일단 그 어마어마한 크기가 분화구라고 하는.. 그 생각만으로도 정신이 아뜩해지는 기분이다. 환인과 웅녀로 묘사되는 우리의 조상이 이곳에 둥지를 틀 때의 자연환경은 과연 어땠을지.... 무지하게 궁금해진다.

 

건너다 보이는 남쪽 호변은 북한 땅.... 나의 눈이 겨우 천지호 주변을 파악하기 시작하고 바야흐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려는데 가이드는 벌써 메가폰을 울려댄다. '여기 뭐하러 왔니' 싶게 허탈하다.  

 

다녀와서 인터넷을 두들겨보니 제대로 백두산 천지의 기를 받고 싶다면 다른 루트를 택하는 게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다시 갈 기회가 있을까마는, 혹시 다시 오게 된다면 꼭 남쪽 삼림 코스로 직접 걸어 올라오리라.

 

백두산 천지 관광 부록 볼거리

 

# 1



휴화산인 백두산 자락에는 곳곳에 온천물이 흘러넘친다.

천지에서 내려오다 보면 흐르는 물 여기저기에 계란을 담가둔 것을 볼 수 있는데 바로 백두산 온천물에 삶기고 있는 계란들이다. 온천물에 익힌 계란은 속에 있는 노른자는 완숙이되고 바깥의 흰자는 반숙 상태가 된다(어째 그렇지?). 온천수에 유황이 섞여 있어서 그런가 은은한 유황냄새도 독특하다. 

 


중국 여행지 어디서나 있는 '소수민족 복장 빌려입고 사진찍기' 영업.

이 동네의 소수민족 복장은 우리 한복이네요... ㅎㅎ

조선족 복장 빌려입고 좋아라 촬영하는 한족 관광객들.

 

# 장백폭포

마침 접근이 금지되어 먼발치에서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가까이 가면 천둥소리가 들린다던데... 우리는 한참 아래로 흘러내려온 물에 세수만...



사진관 사진의 배경처럼 보이는 장백폭포.... 좀더 주변정리가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

 

# 온천욕

장백폭포에서 멀지 않은 대우호텔에서 버스를 멈추고 단체로 온쳔욕... ㅎㅎ

노천온천은 처음 해봤다.

시퍼런 하늘이 부끄럽지도 않은지 옷을 홀랑 다 벗고...  백두산의 차가운 공기를 마시면서 몸은 뜨근한 온천물에 담근 기분... 그것도 참 쑥스럽고도 특이하더군.. 

 

그날밤은 백두산 자락에 있는 미인송호텔에서 묵었다.

밤이 늦어 동네 구경을 못했기에 이튿날 꼭두새벽에 일어나 동네 한바퀴를 하니 정말 나팔꽃이 우릴 보고 인사를 한다. 이 동네는 중국 농촌 같지 않고 정말 한국의 농촌 같다.

 

P.S : 백두산과 연변의 좋은 사진은 청담님과 obtus 님 방에 많습니다.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