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萬玉 2005. 10. 8. 09:43

서양에서는 슾을 먼저 마시고 밥을 먹기 시작하지만 중국에서는 밥을 다 먹고 나서 국을 마신다.

한국 사람은 밥과 국을 동시에 먹는다. 동시에 먹을 뿐 아니라 말아먹기까지 한다.

국이 없으면?

물에라도 말아먹는다.

 

일본인이 한국사람이 밥을 물에 말아먹는 걸 보고 감탄했단다.

"한국 사람은 굉장히 깔끔한가봐. 갓 지은 밥까지 물에 씻어서 먹으니..."

그런데 밥을 다 먹고 그 물을 마셔버리는 장면에 아연실색.... ㅎㅎ 

 

남편도 국이 있어야 밥 제대로 먹은 줄 아는 전형적인 토종식성을 가졌다. 그래서 대충대충 살림을 하는 나도 국 한 가지는 열심히 끓인다. 그런데...

아들넘이랑 살면서 그노무 국은 어디로 갔는지?

 

아들넘은 국을 열심히 끓여놓으면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온다.

빡빡하게 밥을 다 먹고 난 뒤에 권유에 못이겨 마지못해 국을 마시기도 하지만(중국식이다.ㅎㅎ) 대부분은 숟가락 한번 안 대어보고 냄비로 돌려보낸다. 두 번 정도 먹으려고 네 그릇 분량을 끓여놓으면 꼼짝없이 내가 네 끼 이상 같은 국을 해치워야 한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우리집 밥상에서 국이 완전히 실종되었다.

 

시원한 조개국, 부드러운 미역국, 구수한 아욱국, 개운한 김치국, 고춧가루와 들깨를 듬뿍 넣은 얼큰한 콩나물국, 깊고 담백한 곰국(사실 난 고기 국물 낸 건 잘 안 먹지만)... 

이 아줌마 상식으로는 콩, 보리, 현미, 수수, 팥, 차조를 듬뿍 섞은 밥과 발효 잘 된 김치에 정성껏 끓인 국 한그릇이면 영양학적으로 완벽한 밥상인 것 같은데...  국을 안 먹으면 어쩌라구!

 

    

 

노친네답게 새벽에 일어나 며칠간 냉장고 속에서 기다려준 미역국으로 아침을 끝내고, 아직 한밤중인 부엉이 아들 밥상에 무얼 해바칠까 궁리하며 자판을 두들기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