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萬玉 2005. 10. 16. 05:53

상해로  이삿짐  싸러  가기  전에  집부터  옮겨야  할  것  같은데....  머나먼 시화공단(남편이 희망하는 거주지, ㅜ.ㅜ)으로 떠나가기가 썩 내키지 않아 전셋집 보러가는 일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참에, 그 동네 병원 영안실로 자기 대신 문상 좀 가달라는 남편의 전화가 왔다. 어차피 내일은 별렀던 먼길(?)을 나서야 할 모양이다. 그런데 마침 친정오빠에게서 호출 전화가... 

 

지난 추석에 친정식구들 모였을 때 '조개구이가 뭔지 하도 떠들어서 한번 맛볼려고 별렀는데 어째 한국 와서 그림자도 못봤다'고 했더니 언제 한번 대부도에 데려가주마 하길래 그냥 하는 소리려니 했는데... 이번달 주말 스케줄에 '만옥이랑 대부도'라고 써뒀다고 토요일에 다른 약속 없으면 준비하고 기다리란다. 오늘의 운세 기가막히군. 이런 걸 일석삼조라고 하나...

 

서울대입구역 사거리에서 출발하여 직진, 서울대 정문을 거쳐 미림여고 입구에서 좌회전, 안양으로 넘어가는 호암터널을 지나니 곧바로 제2경인고속도로와 연결된다. 세상에.. 뻥 뚫린 길을 꼭 20분 달려가니 바로 시화공단! 정말 좋아졌군. 이 정도 교통이면 내년에 입주할 아파트에서 출퇴근 하라 해도 큰 문젠 없겠다. 출근길 병목이 말도 못하게 심하니 안산시도 안 되고 꼭 시화공단 쪽에 집을 얻으라고 신신당부를 하던데, 이 길로 달려가면 꼭 회사 문턱에 주저앉지 않아도 될 듯. 

 

그래도 최소한 남은 1년간은 시화지구에 맘 붙이고 살아야 하겠기에 문상을 마치고 아파트 지역으로 가본다. 허허벌판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마트도 있고 도서관도 있고 여성회관도 있고 상가도 가깝고...무엇보다 공단과 주거지역을 막아주는 방풍림 사이로 난 산책길도 그럴 듯하고... 

마침 계약기간 1년을 고집하는 집이 나와 들어가 봤더니 묘하게도 중국 천진에 발령을 받아 떠나야 하는 집이란다. 집도 깔끔하게 썼고 위치나 평수도 괜찮고 무엇보다 입주희망일이나 계약해제 희망일이 딱 떨어지니 이 집과는 분명히 인연이다... 했는데.

막판에 깨지고 말았다. 즉석에서 전세금 천 만원을 올리는 거다.

그 동네 전세금이 싸기는 퍽 싸더라만 다른 집에 비해 천만원이나 높은 가격에 들어가면 나올 때 곤란할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갑자기 말을 바꾸는 주인이 영 미덥지가 않아 같은 단지에 같은 조건을 가진 집이 나오면 연락해달라고 하고 빠이빠이.... 우리야 아직 집이 나가지도 않았는데 급할 것도 없지.

 

이사 들어갈 집 구하는 건 큰 문제가 없어 보이니 안심하고 자, 이제 우리는 대부도로 간다.

근사하게 가꿔놓은 옥구공원과 돌곶산(?)을 지나니 대부도로 이어지는 12킬로미터의 다리가 시원스레 나 있다. 시화호의 오염사태로 한동안 시끄러운 것 같더니 다시 물길을 터서 지금은 바닷물도 제법 시퍼렇다. 하늘도 파랗고.... 꽤 볼만한 풍경일쎄.

 

대부도는 중국으로 떠나기 1년 전쯤 가봤으니 근 10년 만이다. 당시 막 개발을 시작하여 도로공사로 곳곳을 파헤치고 있었는데 지금은 아담하고 아름다운 국도가 꼭 강화도에 온 느낌을 준다.

 

 

(카메라를 안 들고 나가 아쉬웠는데... 마침 먼길님 방에 그동네 사진이 걸렸길래 살짝 들고왔다) 

 

 

남의 집 평상 한모서리 얻어 잠시 앉고 싶게 만드는....

 

 

저 뻘건 것은 염분에 강한 식물이란다.

 

 

벼도 잘 익으니 꽃보다 더 아름답다.

 

예쁜 소로를 이리저리 헤치며 제부도까지 내처 달리는데 요란한 음식점 간판들이 시선을 잡아끈다. 왕새우 소금구이, 바지락 칼국수, 조개구이....

바닷물을 가두어 숭어와 새우를 함께 키우는 양식장(새우는 숭어의 배설물을 먹고 산단다)이 곳곳에 보이고 뻘밭도 끝없이 펼쳐져 있으니 걸린 메뉴가 다 이 동네 특산 맞는 모양이다.

듣기로 주말이면 차가 무지하게 막힌다던데 오늘은 웬일로 한산하다. 정말 경기가 안 좋은 건가?

한적하면 나야 좋지만... ^^

 

벼르고 와서 먹어본 조개구이는.... '아니올시다'였다.

내가 상상한 것은 큼지막하게 입 벌린 조개 속에서 입맛 도는 양념이 바글바글 끓는 장면이었는데 그렇게 올라온 건 딱 두 개... 나머지는 연탄석쇠에 맨 조개를 구워 입이 벌어지면 초고추장을 찍어먹는 건데, 목 빠지도록 기다리다 드디어 입 '팍' 벌리는 구경을 하는 재미 말고는....ㅋㅋ

게다가 전망 좋은 해안선을 다 차지하고 자기 집 매상 올려주는 손님에게만 보여주는 심술(?)을 생각하면 원가가 다 들여다보이는 거품가격만큼이나 괘씸한 생각이 들더라.

 

제부도 들어가는 도로가 완전히 잠길 정도로 물이 들어오니 바다는 서해 같지 않게 짙푸르다. 멀리 보이는 제부도의 야산 뒤에는 더할 수 없이 아름다운 가을하늘의 배경이 깔리고....     

   

 

갈매기마저 높이 난다.  비상, 비상....

 

 

나도 머지 않아 이 바다 가까운 동네 주민이 되겠구나.

한국의 가을... 정말 축복받은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