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2011)/陽光燦爛的日子

'事故'와 '詐欺' 사이

張萬玉 2005. 10. 26. 13:44

휴학을 하고 중국 갈 날 기다리는 동안 운전면허라도 따두겠다고 인터넷을 뒤져 나름대로는 엄선한 자동차운전 전문학원에 등록했던 아들넘... 연습하러 두 번이나 갔나? 3주 전에 학원으로부터 어이없는 전화를 받았다. 운전교습을 더 할 수 없게 되었으니 학원비를 돌려주겠다는 얘기였다.

 

경찰청에서 허가를 받아 자체운전면허시험까지 실시하는 큰 학원이 어떻게 하루 아침에 문을 닫을 수 있나? 좀 황당했지만 아무튼 통장으로 입금을 한다니 그러겠지 하고 다른 학원을 찾아보기로 했는데....

 

사흘 뒤에 넣어주겠다는 돈이 일주일 후에 찍어봐도 안 들어오고 이주일 후에 찍어봐도 안 들어오고... 혹시 떼이는 거 아닐까 불안해진 아들넘이 다시 한번 전화를 해보니 역시 똑같은 대답이 돌아왔단다. "사흘 뒤에....틀림없이....."

 

어제 갑자기 그 생각이 나길래 입금확인을 해보니 역시 안 들어왔다. 웬지 느낌이 안 좋다.

아들넘이 찾았던 인터넷 사이트를 열어보니.... 없.어.졌.다!

아니, 이런 일을 한국에서 당하게 될 줄이야...(중국이라면 또 몰라도....)

돈도 돈이지만 멀쩡히 눈 뜨고 바지저고리 취급을 당했다는 생각에 화가 나서 전화를 해보니 엉뚱한 사람이 받는다. 아주 엉뚱한 사람은 아니고... 얼마 전까지 그 학원에서 일하던 직원인데 임금이 밀려서 다른 강사들 나올 때 같이 나와버렸다는 것이다.

 

운전학원 전화번호를 가르쳐주면서 하는 말이(학원 이름도 인터넷에 떴던 이름과 완전히 다르다) 아마 전화를 안 받을 테니 학원비 돌려받으려면 애좀 써야 할 꺼란다.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나... 구멍가게도 아니고.... 참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아무튼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넘 돌아오면 능력껏 처리해보라고 할까 하다가 너무 날짜가 멀어지면 곤란하겠다 싶어서... 사건의 전말이 궁금했을 뿐더러, 돈을 못받더라도 이런 상식밖의 처사에 찍소리 없이 넘어가는 건 아무래도 예의가 아니잖은가.

 

낮에는 가능한 한 집을 비우지 않으려고 새벽밥 지어먹고 길을 나섰다. (비장하군!)

길도 몰라서, 전에 아들넘이 셔틀버스 놓쳤을 때 이러저러하게 갔다던 얘기만 믿고 일단 지하철에서 내려 택시기사에게 길을 물어 간신히 찾아갔지.

마치 서울의 **역에서 걸어갈 수도 있을 것처럼 그린 인터넷 약도는 거의 사기에  가까웠다.

정말 알려주려고 그린 거였다면 경기도의 *** 역을 그렸어야지. 같은 지하철 노선상에 있는데....

도대체 왜 그랬던 것일까. 인터넷에 띄웠던 학원 연락처도 학원 전화번호가 아니라 호객담당 사원의 휴대폰 전화였단 말이다. 설마 망해가지고 떴다방 할 때를 미리 대비해서 그랬을 리는 없고....뭔가 이 업계 영업시스템 관행인 것 같은데... 순진한 이 아줌마는 갸우뚱할 뿐이다.)    

 

과연 학원 앞에는 10월 28일까지 영업정지 처분을 당했다는 공고가 붙어 있고 묵묵히 서 있는 연습차들과 넓은 운전연습장이 참으로 휑해 보였다.

사무실 문도 굳게 잠겨 있는데 불도 안 켠 안쪽에 사람들 몇이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문을 두들겨도 안에 있는 사람들은 아는 척도 안 하고...기가 막혀서 있는 힘껏 문을 계속 두드렸더니 희미하게 한 사람이 손짓으로 옆을 가리키는 게 보인다. 옆문으로 오라는 소린가?

 

옆문으로 들어가보니 반바지 추리닝 차림의 시커먼 총각 서넛이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을 뿐... 사람이 들어가도 아는체도 안 한다. 눈치를 보니 아마 이 사람들도 임금 못 받고 농성하고 있는... 아니면 다시 영업이 재개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강사들 인 듯 하다. 난감해라... 누구랑 얘길 해야 하는 거야?

 

일단 그 총각들에게 학원비 왜 안 돌려주냐고 항의했더니 원장님에게 물어보란다. 원장님 언제 오시느냐고 물어보니 자기들도 알고 싶다니... 휴~

이대로 물러설 순 없지만 그렇다고 뾰죽한 수도 생각이 안나 일단 한 30분 죽치고 앉아 '그럼 어떻게 해야 내가 학원비를 돌려받겠느냐'고 끈질기게 물었더니 하는 수없이 원장의 휴대폰 번호를 가르쳐준다. 다행히 아직 통하는 휴대폰이다.

 

원장이란 이는 젊은이인 것 같았다.

말하는 솜씨도 '배째라'가 아니고 '양해해달라' 는 쪽이라 일단 마음을 놓고...

 

"정말 사정이 어려우면 학원생들에게 사실을 얘기해주고, 약속한 날짜가 되었는데 정 약속을 지킬 수 없으면 다시 연락을 취해줘야 원장님을 믿지 어떻게 원장님을 믿을 수 있습니까? 전화번호도 엉뚱한 걸 알려주고, 간신히 알아내서 통화하려고 했더니 전화도 안 받고... 찾아와도 책임있는 사람도 하나 없고...  이러다 학원이 남의 손에 넘어가면 누가 학원비를 돌려주나요?"

 

"학원 안 넘깁니다. 넘긴다 해도 채권을 다 처리해야 넘길 수 있습니다. 제발 이번주말까지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이렇게 해결하려고 뛰어다니고 있지 않습니까?"    

 

에궁, 마지막 말에 마음이 짠해졌다. 아니, 악에 받쳤다 해도 지금 상황에서는 일단 기다려줄 수밖에 별 수 있나.... '이번 주까지 기다려보고 약속 안 지키시면 저도 가만히 있지는 않겠다'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공허한 협박성 멘트를 끝으로 학원을 나서는데 참 맘이 씁쓸했다.

 

돌아보면 50년 가까이 살아오는 동안 누구에게 돈을 빌렸다가 못갚을까봐 잠못이뤘거나 돈을 빌려주고 떼일까봐 마음 졸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남편이 친구 보증 서줬다가 졸지에 집 한채 날린 적은 있지만) 사기 친 기억도 사기 당한 기억도 없고 크게 도둑맞은 적도(아, 어린 도둑에게 당한 적은 있지...ㅋㅋ) 없다. 그런 거 보면 근근하게 살긴 했어도 우린 그나마 참 마음 편하게 사는 축인 것 같네. 크게 자본 없이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늘 이런 독촉, 비난, 초조함과 더불어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돈이 거짓말하지 사람이 거짓말 하느냐는 말도 있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고 굳게 믿게 될 테니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인간관계마저 파탄이 날 테고....

 

요즘처럼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인 때에는 양해 구하는 일과 사기는 종이 한 장 차이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계획적인 부도가 아닌 다음엔....

 

P.S :

 

* 요즘 이런 운전학원이 한둘이 아니란다. 운전학원 등록하실 분 조심하시길...         

 

* 집에 돌아와, 짚이는 데가 있어 인터넷에 뜬 운전학원 사이트를 이리저리 돌아다녀 보다가

  없어진 사이트와 같은 사이트로 추정되는 사이트를 발견했다. 인터넷 주소를 바꾸고 여전히 학

  생들을 모집하고 있다. 물론 다른 영업사원의 전화번호가 올라와 있고 그 엉성한 지도도 그대

  로... 이름은 약간 바뀌었고... 물론 그 이름 역시 운전학원이 서울시에서 매우 가까운 곳에 있

  는 듯한 이미지를 풍기고 있었다.

 

* 굳이 그 학원 이름을 밝히지 않는 이유는 지금이라도 영업이 정상화되어 불쌍한(!) 원장이 강사들과 학생들을 피해 도망다니지 않아도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