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그릴라 답사기 6 - 梅里往事(매리설산의 추억)
요 며칠 손님치레한다고 정신을 딴데 팔았더니 잘 나가던 글빨에 제동이 걸린 것 같다.
긴장 속에서 헤쳐왔던 여정 끝에 더친에 도착하니 이번 여행을 향해 타올랐던 맹목적인 열정이 한풀 꺾이는 기분이 들었던 것처럼...
아무튼 수다의 끄트머리를 다시 붙잡고 가본다(이제부턴 탐험記(^^)가 아니라 관광記가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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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지기 전에 마을 정찰 한다고 짐만 내려놓고 부지런히 숙소를 나섰더니 이 최상의 view point를 어찌 놓칠쏘냐, 어깨를 비비듯 나란히 서 있는 아담한 산장과 식당들이 눈길을 끈다.
우리 숙소 옆에 있는 서양식 까페 梅里往事(梅里에서 있었던 일).
양식과 중식 식사가 서빙되며 인터넷도 가능. 매일 저녁 9시 30분에 영화 '잃어버린 지평선'이나 최초의 매리설산 등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틀어준다. 까페 2층은 이 집에서 운영하는 단 한칸의 숙박시설. 다른 숙소에 비해 약간 비싼 160원이지만 매리설산에서의 특별한 추억(梅里往事)를 만들고 싶은 분이라면 한번쯤 묵어볼 만....
(숙소를 확인하셔야 할 분들은 사진을 클릭하세요)
왼쪽은 그 유명한 페이라이쓰 산장, 오른쪽은....
아무튼 고만고만한 산장이 10여개쯤 된다. 그래도 성수기라면 예약을 해야 할 듯..
길 아래로 fei라이쓰(飛來寺)가 보인다.
뒷산에서 풀 뜯던 야크들도 집에 돌아올 시간...
해는 어느새 서산(梅里雪山 !)으로 뉘엿뉘엿 넘어가고...
곧 그림 같은 밤이 찾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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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대~액!
장닭이 홰치는 소리가 없어도 동트기 전에 눈이 저절로 떠지는 건 시차 때문이다. ( ^^ )
이 동네 햇님은 아침 8시나 되어야 뜨는 게으름뱅이...
아, 동이 터오른다.... 저 신선한 새벽빛!!
멀리서 산의 배후를 은근한 분홍빛으로 감싸더니 ↑
산봉우리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서서히 영역을 넓혀간다.↑
난생 처음 보는 신기하고도 신비로운 일출 장면.
해가 완전히 떠오르면 설산은 빛과 그림자의 영역으로 뚜렷이 나뉜다.
엊저녁 매리왕스에서 만난 중/일 커플과 함께 택시를 대절하여 明永빙천에 가기로 했기에 서둘러 아침을 먹었다. 엊저녁에도 그랬듯이 오늘 아침도 과식.... 거의 나흘 가까이 '때우는' 식사를 하던 끝이라 이 '무늬만양식'조차도 하늘의 糧食인 양 꿀맛이다. 따끈하게 데워진 한잔의 우유 맛이 얼마나 감동적이던지 눈물이 찔끔 나올 지경... ^^
사실 매리설산('잃어버린 지평선'에서 가리키는 샹그릴라) 맛을 어느정도 보려면 최소한 루트가 알려진 雨崩마을 정도는 가야 할 듯하지만 가는 데 하루, 노는 데 하루, 오는 데 하루... 최소한 사흘은 잡아야 한다니 쭝띠엔 생략하고 리지앙으로 날아간다 해도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항공사에 전화해서 비행기 시간을 옮겨볼까 하는 용감한 생각도 잠깐 했지만 변수가 너무 많을 것 같아 포기.(아들넘 안 델꼬 왔으면 아마 시도해봤을른지도 모른다) 그래, 오늘 하루 명영빙천에서 저 파란 하늘 마시며 마음이나 말갛게 닦고 가는 거야...
60km를 달려 도착한 밍용삥촨 입구는 우루무치의 천지 가는 길을 연상시켰다.
빙천까지는 도보로 두 시간 거리. 약간의 오르막 내리막은 있지만 걷기 딱 좋은 길이다.
마부들의 질긴 유혹을 뒤로하고 아름다운 침엽수림 사잇길로 들어서니 그림엽서 같은 풍경의 연속.
중턱쯤 작은 절이 하나 있다. 말들의 중간쉼터 역할도 겸하고 있는 듯...
목이 타던 차에 말 먹이는 물통이 아닐까 의심되는 드럼통을 발견, 물 한바가지 푸고...
아들넘은 어디로 갔는지... 열심히 따라가다 포기하고 내 페이스로 걸으며 아름다운 하늘과 산을 원없이 찍어보지만... 어디 카메라 렌즈가 내 눈 같은가? 내 눈에 보이는 그대로 찍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발붙일 곳 없이 가파른 산비탈에는 다리를 매어 놓았다. 말을 타고 오르던 사람들은 내려 이 다리로 가고 말은 어디에 발을 붙이고 걷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혼자 윗쪽으로 간다. 마부는 다리로 건너가면서 중간에 말이 서는 기미가 보이면 고함을 쳐 지정된 장소로 말을 오게 만든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 명영빙천.
빙천 위쪽 얼어붙은 눈더미를 땡겨서 찍어봤다.
강렬한 햇살에 노출된 눈더미는 외마디 함성에도 콰르르르~~~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린다. 꼭대기 쪽에선 얼음 무너뜨리는 아들넘의 함성이 연신 들려오고...
나는 아래쪽에서 해바라기... (여행도 팔다리 튼튼할 때 다녀야 한다. ㅜ.ㅜ)
산행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오후 네시...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고 나니 오늘도 하늘은 어김없이 아름다운 일몰을 준비한다.
매리왕스 이층 베란다에 앉아 어둠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매리설산을 보며 상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