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구 해결사가 된 사나이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도시의 하나로 꼽히는 멕시코시티. 그 도시의 하수구에는 배설물과 각종 유독성 쓰레기, 심지어 시체까지... 보통 사람들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역겨운 세상이 도시의 바로 밑에 펼쳐져 있다. 그러나 이 상상하기만 해도 구역질 나는 멕시코시티의 하수구로 첨벙 뛰어든 사람이 있다.
카를로스 바리오스씨(47)... 멕시코시티의 하수구를 청소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멕시코시티는 넓은 고지대에 위치한 거대한 산업도시로, 총 수천킬로미터까지 뻗어 있는 하수구는 지금 심각한 과부하 상태에 빠져 있다.산에서 내려온 빗물 뿐만 아니라 천900만 주민의 생활하수까지 모두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각종 배설물에 의자, 자동차, 심지어 썩은 사체까지 떠다니는 '괴물' 같은 하수구... 그러나 하수구가 막히는 날에는 거리와 전철, 심지어 수십만 가구에까지 그 끔찍한 물이 넘칠지도 모른다.
원래 회계사였던 카를로스씨... 그는 45세 때 회사를 그만두고 하수구 청소를 시작했다.
"24년간 사무실에 있으니 지겨웠어요 그 때 마침 이 일을 알게 됐고 선뜻 지원했죠 제 인생에 큰 변화입니다."
배설물 사이를 헤엄치고 받는 돈은 한달에 미화 5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50만원.
사무실 일이 아무리 지겨워도 시궁창에 일부러 뛰어들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카를로스씨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또 있다. 그는 수영과 다이빙을 워낙 좋아한다고 한다.
아무리 좋아서 하는 일이라지만 워낙 위험한 일이라 부인은 늘 걱정이다.
"위험한 일이니까요 남편이 하수구에 들어갈 때마다 무사하길 기도해요."
카를로스씨도 이러한 위험을 모르고 무작정 덤벼든 것은 아니다. 한시라도 방심하거나 준비를 소홀히 하면 생사의 갈림길에 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철저한 암흑 속에서 일한다는 것이다. 시커먼 하수와 온갖 침전물들이 시야를 가로막기 때문에 사실상 앞을 못 보는 것과 마찬가지.
그래서 하수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눈을 감은 채 장비를 조작하는 법 등 작업에 필요한 고도의 숙련이 필요하다..
"어두운 곳에 혼자 있으면 작업에 모든 신경을 집중해야 합니다. 겁을 먹기 시작하면 정신을 아예 잃을 수도 있으니까요."
카를로스씨의 팀만 해도 벌써 10여구의 시체를 발견했다고 한다. 대부분 살인 사건의 피해자들이다.
어둡고 꽉 막힌 공간에서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 카를로스씨는 자신의 몸을 담근 물이 파상풍, 장티푸스, 콜레라 균으로 득실거린다는 생각은 아예 잊으려고 한단다. 보호복을 입기는 했지만 완벽한 것은 아니다. 날카로운 것에 찔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모든 균에 무방비상태가 될 것이다. 일이 끝나면 병균에 감염되지 않게 옷을 입은 채 소독약을 끼얹는다.
카를로스씨는 이 일에서 그전에는 못 느꼈던 보람을 찾았다고 한다.
"사람들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사람이 된 것 같아요 남을 돕는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요."
멕시코시티의 하수구가 막힘없이 흐를 수 있도록 카를로스씨의 다이빙은 계속될 것이다.
YTN <세계, 세계인>에서 발췌
방송은 2006. 4. 19 오전 8시경에 나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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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
과격한 선택이긴 하지만 그는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아마도 모험?), 모두에게 꼭 필요한 일에 자기 인생을 걸고 도전장을 냈다. 누군가 뚫지 않으면 안 되는 하수구를 누구보다 잘 뚫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공익을 위한 일이라는 윤리적인 측면은 둘째 치고) 고생이나 수입이나 세간의 이목을 뒤로 하고 자신을 가장 유용하게 쓰는 길이라 믿은 일을 선택한 그의 과감함은 퍽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나도 못하고 가까운 사람이 한다면 말릴 일이지만.... 누군가는 꼭 해주기를 바라는 그 일...
정부는 그 일에 합당한 예우(금전적으로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를 갖추어 깊은 존경과 감사를 표시해야 할 것이다. 그 이전에 수질오염을 막기 위한 캠페인과 엄격한 행정조치부터 챙겨야 할 것이고...
멋지다, 카를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