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불러보는 해뜰날
드디어 상해도 장마권에....
일년 중 4월 5월 9월 10월... 넉 달 빼고
상하이는 늘 비에 젖어 있다.
주로 우산 없이도 다닐 만한 안개비나 가랑비가
내리지만
이맘때는 맞으면 아플 정도로 굵은 장대비가 보름 정도 계속된다.
악명높은 장마철...
오죽하면 노란꽃이 피는 계절(黃梅天, 곰팡이가 피는 기간)이라고 할까.
빨래는 안 말라 걸레냄새를 풍기고 장롱 속 겨울옷에는 노란매화가
피어난다.
칠한 벽에는 실금이 가고 칠이 떨어지며 도배한 벽에는 거뭇거뭇 곰팡이가 둥지를 틀기 시작...
장마 들기 한달 전쯤 햇볕 좋은 날을 골라 겨울옷 몽땅 내다 걸어 거풍을 하고
장마가 시작되면 창문 꼭꼭 닫아걸고 에어컨 틀어대도 쳐들어오는 습기 막아내기 역부족인데....집안살림 나몰라라 내팽개쳐두고 출근 퇴근에 바쁜 이 여자의 옷장, 찬장은 장마철을 맞아 한껏 구질구질함을 과시하게 된다.
그래도 여름비는
낫다.
내가 젤로 싫어하는 건 겨울비... 시나위의 "겨울비"는 좋아하지만....
1월말부터 시작하여 2월, 3월 내내 비가
내린다.
난방없이 지내는 중국 남방의 겨울... 여기에 찬비까지 합세하여 습랭한 추위가 뼛속까지 파고든다.
일조량에 따라 한 나라의 자살률이 왔다갔다 한다는데.... 햇볕 한 줌 찾기 어려운 회색 하늘에 마음마저 어디 의지할 데를 찾지 못하고 을씨년스럽게 떠돌기 십상.
원래 나는 비를 아주 즐기는
사람이었다.
촉촉하게 내리는 가랑비를 맞으면 물을 맞는 화초 모양 기분이 싱싱해지고
아스팔트에 튀는 비에 바짓가랑이 다 적시며
돌아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장대비가 흙길에 세차게 내리꽂히면 흙냄새 맡느라 걸신들린 듯 긴 호흡...
집안에 있으면 창문밖
빗줄기에 시선을 뺏긴 채 넋을 잃기도 하고
원래 비와 음악은
찰떡궁합이라서
대책없이 가라앉고 싶어 안절부절하는 마음에 묘약처럼 스며드는 음악이라...캬!
비와 음악의 조화를 즐기기 위해 일부러
만든 雨天專門음악 폴더를 열고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부터 호세 펠리치아노의 비, 레너드 코헨의 비, 김목경의 비까지...주르르 훑어내리는 비
매니아였는데....
그런데
지금은 축축한 거 아.... 정말 지겹다.
그저 쨍하고 해뜰날만 기다린단다.
어서어서 뜨거운 태양이 떠올라 옷가지와 홑이불과
행주를 바삭바삭하게 좀 말려줬으면...
1993년경이던가...
한여름 내내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던 그 해에 라디오에서 단골로 나오던 곡이 "Have you ever seen the
rain?"이었는데....
Venture의
"Waiting for the sun"을 빵빵하게 틀어놓으면 해가 뜨려나.
지금 내가 듣고 싶은 노래는 "Who"ll stop the
rain?"
어... 이거
뭐야....
쓰고 싶어서 되는 대로 두들기다 보니 뭔 말을 하고 있는 건지,,.. 허접이 됐다.
아무튼 쨍하고 해뜰날... 돌아온단다? 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