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모기 타령
소원대로 빨래도 바삭바삭하게 말랐다.
그런데... 오늘부터는 모기 타령을 시작해야 할 것 같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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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상해에 왔을 때는 모기가 정말 많았다. 기운도 없이 비실비실한 놈들이 어찌나 우글대는지...
한국 모기만큼 독하지는 않지만 수적으로는 단연 우세....
몹시 물지 않는다 해도 이름이 모기라서 신경을 살살 긁는 정도의 가려운 흔적을 온몸 곳곳에 뿌려놓았다.
중국에는 꼭 호화식당 아니라도 디너쇼(패션쇼나 소수민족쇼 등)를 공연하는 데가 많은데, 거기 출연하는 대부분 아가씨들의 예쁜 다리에 모기 문 흔적이 얼룩덜룩한 걸 보고 많이 웃었던 생각이 난다.
중국에 사는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전기구이식 모기채....
배드민턴채보다 조금 작게 생겨 가지고 손잡이에 달린 스위치를 누르면 순간적으로 철선망에 전기가 통해 거기 닿는 모기들을 지지직! 구워버리는....
저녁을 먹고 나면 아들녀석이 손에 이 전기모기채를 들고 이방 저방 돌아다니곤 했다. 재밌고 신기해서 한국에 갈 때 선물이라고 몇 개 사갔더니 시골에나 사다주라고 모두들 웃더군.
지금은 중국에도 매트매트 홈매트가 널리 보급되었지만 상해에 온 첫해에는 그것도 없어서 모기향을 피웠는데 냄새는 그리 지독하지 않고 풀냄새 같은 것이 났다. 모기 물린 데 바르는 약은 참기름병 같은 데 들어 있었지. ㅋㅋ
지금 기억으로는 4월부터 10월까지 모기에 시달렸던 것 같다.
그런데 공해 때문인지? 요즘엔 거의 모기에 시달린 기억이 없다.
상해시 곳곳을 흐르는 개천변에 깔끔하게 축대 쌓아 정리해서 그런지? 공해가 심해져서 그런 건지?
물론 아직도 매트매트 홈매트를 켜놓고 잠자리에 들긴 하지만 모기/ 파리와의 전쟁은 잠시 잊고 살았다.
그런데 요즘 들어 모기란 놈들이 다시 출몰하기 시작한다.
(요기서부터는 팔찌제왕님의 모기잡이 아이디어를 펐습니다)
엊저녁... 잠이 들 만하니 귓가에서 애앵~
무시하고 자려는데 뺨이 따끔!
제 뺨 때리는 사람? 바로 나....
크크... 쬐끔 피가 묻어났지.
명사수의 매몰찬 뺨치기를 피하지 못하고 희생된 모기....
나는 양심의 가책을 받아야 마땅한가....
모기는 인간의 피를 빨아 생명을 유지하고
나는 모기잡는 솜씨로 내 피를 보호한다.
나는 인간이고 인간에게 모기는 해충이다.
모기에게 인간의 피는 일용할 양식이고 가능하면 재주껏 빨아야겠지.
기술 대 기술!
(요기까지 펐습니다)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떠오른다.
김신일씨의 머리를 겨누고 있는 이슬람 과격단체의 총구...
이슬람 과격단체 모기를 쓸어버리는 미국의 털북숭이 손....
다 저 살자고 야단들이군.
방법의 도덕성 여부를 떠나서
이슬람 모기들은 참으로 효과적인 전술을 채택한 것 같다.
한 나라의 여론을 들끓게 하고 있으니 말이지....
그 모기들은 정말 피를 빨지 않으면 죽을 지경에 이르렀군...
테러에 무릎을 꿇는 모양새도 좋지 않지만
그래도 천하보다 소중한 생명이 달린 일...
남의 나라 전쟁에 끼어들지 말자는 사람들이나
미국 비위를 안 거스르려고 눈치보는 사람들이나
다 똑같이 국방과 국익의 문제를 들고 나온다.
참 어렵군.
나는 모기나 잡을란다.
내 입장에선 아까운 피 빨리기 싫거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