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萬玉 2007. 3. 29. 10:56

어제 그렇게 몹시 비가 퍼붓더니 과연 관악산이 겨울때를 홀딱 벗었다.

아침에 창문을 여니 햇살마저 풍성하길래 지금쯤은 개나리 꽃망울이 제법 터졌겠구나

기대하며 산에 올랐더니 이런, 개나리는 아직도 시치미를 떼고 있군. 

힘껏 물을 빨아올린 게 분명한 연초록 이파리들이 입가를 쓰윽 닦으며 딴청이다.

진달래는 그래도 좀 터졌다.

일요일에 딱 두 송이 보았는데 오늘은 검은 숲 사이로 보이는 점점이 분홍빛이 제법 화사하다.

산동네 꽃들이 늦잠을 자긴 하지만 그래도 저 강력한 햇님의 독촉에 그리 오래 개기지는 못하겠지. 

조만간 벌어질 화려한 꽃잔치를 기대해본다.

 

어제 볼일이 있어 청주에 갔다가 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 일기예보대로 강풍을 동반한 폭우를 만났다.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길래 와이퍼를 가동시켰는데

오 분도 채 지나지 않아 들어붓는 비(傾盆大雨)의 공습.

사방은 천지창조 직전의 하늘처럼 컴컴하고 천둥번개마저 요란하다. 

물폭탄의 융단폭격에 놀란 나의 작은 땅콩차는 강풍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완전히 겁을 먹었다.

앞차의 미등조차 흐릿한 시야를 헤치며 죽을힘을 다해 앞차 꽁무니만 졸졸졸 따라간다.

휴게소가 보여 일단 피신, 따뜻한 한방차 한잔으로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니 

폭우는 어느새 남쪽으로 몰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