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2011)/上海通信(舊)

중국인을 위한 변명 2

張萬玉 2005. 4. 13. 21:25

다시 班車 배울 때 얘기로 돌아간다.

 

'퇴근시간이 되려면 아직 20분도 더 남았는데 이미 통근버스 정류장에 줄 서있는 것을 보자 공장장의 미간은 저절로 찌푸려진다... 그렇게 당부를 하고 단속을 하는데 왜 저 현상은 근절이 안 되는 것일까...."

 

이 대목에서 교수님의 말씀...

요즘이야 회사에서 일을 열심히 안 하는 사람은 물론 무능한 사람까지도 해고할 수가 있지만, 개혁개방 이전까지 '직장' 에 대한 개념은 대강 이랬단다...

 

"사람에겐 일이 필요하다. 잘하든 못하든 싫든 좋든 어쨌든지 성인이라면 당연히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자리(剛位)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져야 했다. 따라서 일을 게을리 한다고 해서 회사에서 내쫓고 그러지 않았다."

 

아하, 이제야 이해가 간다.

왜 근무시간에 딴짓을 하면서도 태평인 중국인들이 그렇게 많은지.... 

지금이야 그래도 좀 낫다. 처음 회사를 시작했을 때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로 간 큰 공인들을 수없이 보았다. 점심시간 지난 지가 언젠데 낮잠을 계속 자는 사람, 깨우면 민망한 기색도 없이 침 한번 쓰윽 닦고 제자리로 가면 그만.... 회사 자재를 가지고 집에서 쓸 물건을 만들다가 걸려도 씩 웃으면 그만...  

 

그러면 당장 시말서, 되풀이되면 짤린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지금에야 그런 경우를 보기 드물지만 (우리 회사뿐 아니라 자본의 논리를 뼈속까지 익혀버린 대도시의 회사라면 어디든지) 그 당시는 부하직원들의 불성실을 도대체 어떻게 감당했을까.

아마 '領導'(윗사람)으로부터 설교를 듣거나, 그래도 근절이 안 될 경우 '자아비판' 혹은 '사상검토'를 통해 ''교화'를 당하겠지. 그래도 짤리지는 않았다... 이 말이구나.  참으로 한 집안 같은 분위기였겠다. ㅎㅎㅎ

 

우리 개념으로 보면 엄청 비효율적인 인사관리일 것이 분명한데 (그러니 국영기업은 다 망했다) 아무튼 그 정신만은 사회주의 사상의 일단을 보여주는 듯하다.

요즘은 많이 없어졌지만 막 중국에 왔을 때 공중화장실(심지어는 백화점 화장실)을 사용할 때 돈 받는 것을 보고 '인심 정말 야박하군...' 했었는데 그것도 사실은 돈 받는 게 목적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에스컬레이터 옆에 의자 놓고 하루종일 앉아 있는 사람들 역시도....)

 

중소도시로 가면 이런 분위기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또한 자본의 칼바람 앞에서 철밥통이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져버리는 것을 목도하고 있는 대도시 근로자들 역시 조금은 빠릿빠릿해졌을지 모르지만 이미 깊이 내린 이런 관념의 뿌리를 완전히 뽑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인 종업원들을 데리고 일을 할 때 이런 역사적인 배경을 좀 이해하고 있다면 '기가 딱 막히는' 상황을 좀 완화시킬 수 있으려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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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에도 점점 '실업' 문제가 사회문제로 되고 있다.

일자리는 많아도 3D업종은 이미 외지에서 온 사람들에게 넘어갔고, 기업들은 경력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대학졸업 예정자들은 4월이 가기 전에 어떻게든 일자리를 찾아보려고 전전긍긍이다. (중국은 6월이 졸업이다)

 

학력수준도 높아져 이젠 대학졸업장 가지고 부족하여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숫자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취직을 했다 해도 좀더 높은 봉급을 받기 위해 일 년을 못채우고 직장을 옮겨다니는 것도 젊은 직장인들 가운데 아주 흔한 일이 되어 버렸다. 

 

 

일자리 얘기가 나오니 청년 아들을 둔 부모로서 고국의 청년실업문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사람에게 일이 필요하기 때문에 만들어진다는 일자리...

인간다움을 실현해주는 일자리....

정치하시는 분들, 기업하시는 분들.... 어떻게 좀.... 잘좀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