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2011)/陽光燦爛的日子

오이도 수산시장에서

張萬玉 2006. 3. 9. 21:51

내일 어머니 기일에 시댁 식구들 다 모일 테니 상차림도 준비할 겸 오이도 수산시장 답사.

집 앞에서 30-2번을 타니까 너덧 정거장도 못가 바로 오이도 해양공원이다.

날도 썰렁하고 평일인데... 행락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데 놀랐다. 하긴 이 많은 횟집들의 고픈 배를 채우기엔 턱없이 적긴 하지만.... 

 

등대 앞 수산시장 B동에 들어서자마자 첫집 총각에게 잡혔다. 여기저기 돌아볼 생각이었는데...

어찌나 삭삭하게 구는지 거절도 못하고 단번에 주문을 해버렸다.(원래는 낼 와서 떠가려고 했는데...) 일단 먹어보고 잘 하면 계속 시키겠으니 잘 해달라고만 했다. 육지에서 양식한 놈보다 맛이 낫다는 가두리 양식이 3만원이라길래 작은놈으로 골라 4kg 시키고 우럭이랑 민어도 조금 섞고 새우와 멍게, 석화, 개불 등을 얹어 10만원에 맞춰주는 것으로 흥정을 했다. 좀 비싼 듯하지만 속 쓰릴 정도로 비싼 것 같진 않다. 

중국에서 이 정도 떠도 천 원 정도 되지 않나? (그래도 비싸다고 느낀 적이 없으니 거기선 꽤나 풍족하게 살았나보다) 암튼 해주는 거 한번 보자구. 비싸다고 해봐야 일, 이만원일 텐데... 서툰 한국 생활에 그정도 수업료는 기쁘게 치러주지.

 

간만에 해변가에 왔는데... 하면서 뚝방을 좀 거닐어보려니 영 기분이 나질 않는다.

혼자라는 게 그렇지 뭐.. 게다가 햇살도 오늘은 친구 안 해주니...

마침 집에도 밥이 없고 해서 바지락 칼국수나 한 그릇 먹고 들어오려다 회덮밥에 꽂혀서 그걸로 시켰더니 만원짜리다. 허나 통통한 횟점도 듬뿍 들어가고 양념도 괜찮고... 만족하고 먹었다. 깔끔한 바지락국물과 시원한 깍두기도 일품. 크게 불만 없음. 허나 혼자 음식점에 앉아 있는 청승맞은 그림이 좀 맘에 안 드는군. 

 

돌아오며 곰곰히 생각해본다.

아이들도 다 키운 가정주부들은 어떻게들 시간을 보낼까... 대한민국의 그 많은 백수(퇴직한 남자들을 포함하여)들이 그 많은 시간들을 잘 버티고 있는 생각을 하면 좀 신기하단 생각이 든다.

이제 시화에 안착한 나... 어머니 기일 지나고 나면 당분간 이 외딴 곳에서 어떻게 살아내야 하나.

혼자 놀자면 놀 거야 많지만... 무기한 혼자놀기처럼 처량한 게 또 있을까.

내색은 안 해도 내 속을 훤히 들여다보기나 한 듯 남편은 중고차라도 한대 뽑으라지만 나 그거 뽑으면 바람날 텐데?... 하고 웃어넘기고 만다.  지금 '차'가 문제란 말인가?

 

우선 시화에서... 자력갱생해야 한다.

일단 시립도서관부터 개척해보자. 그러면서 여성회관 강좌가 가능한 4월을 기다려야지.

무엇을 배우거나 단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게 지금의 내겐 더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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