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도 25년 전에 남겨둔 한조각의 추억이 있다. 신혼 때였나보다.
엇갈리는 시간 억지로 맞추어 남편이랑 모처럼 이 계곡에 놀러왔는데, 다리쉼을 할 만한 좋은 물가는 식당들이 다 차지하고 널직널직 차일을 쳐놓았더군. 그 시절엔 큰마음 먹어야 국수라도 한그릇 사먹을동 말동이었으니 닭백숙 등속을 하는 식당은 인연이 없는 곳으로 알고 우린 계곡을 따라 계속 위로 올라갔지. 내리쬐는 땡볕을 맞으며 무슨 낙을 보겠다고 미련하게 산을 타던 우리는 결국 지쳐서 나무그늘 아래 평평한 곳을 찾아 돗자리를 펴고 잠시 눈을 붙였는데....
구호 외치는 소리에 눈을 떴다. 도대체 얼마나 잔 거야? 분명히 응달이었던 우리의 보금자리는 어느새 양달로 변했고 우리는 그 뜨거운 태양의 은총 아래서 땀을 뻘뻘 흘리며 자고 있었던 거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분명히 한갓진 자리인 줄 알았던 그곳이 일어나보니 사람들 다니는 길목이었던 것.
우리 바로 옆의 평지에서 어느 회사에서 나왔나 신입사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극기훈련이 실시되고 있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한마디씩 했겠지.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이....ㅉㅉ...' ㅡ,.ㅡ ;;
꼬마들 놀 곳 물색한다는 핑게로 왔지만 실제로는 사진 찍으러 온 셈이 됐다.
큰 기대 없이 와서 그랬나보다. 2킬로미터에 달하는 계곡길을 따라가며 의외로 즐거웠다.
맨 먼저 만나는 조형물... 오징어 정거장.
오징어를 닮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밋밋한 길에 확실한 포인트를 줬다.
왼쪽은 계곡, 오른쪽은 찻길이다.
차도 양 옆으로 쉴 만한 벤치들이 넉넉하게 있다.
넉넉하게 있을 뿐만 아니라 하나하나 훌륭하게 디자인 된 작품들이다.
여기엔 '용의 의자'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나는 제목 보기 전에는 '돌고래 의자'인 줄 알았다.
길게 길게 이어지는 숲속의 평상
어.... 나는 한숨 자고 가련다.
나도 남미 가면 저런 해먹 하나 사가지고 와서 이 숲에 한번 걸어봐야지. ^^
아가도 곯아떨어졌다. (에고고, 텐트가 아기만큼이나 귀엽다..)
아기가 자고 있는 이 정자는 안양에 살고 있는 미술가와 태국의 예술가(나빈 라완차이쿨)가 함께 만든 작품으로 그들 사랑의 결실을 테마로 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파라다이스 살라의 천장 그림. 태국 사찰의 탱화를 연상케 한다.
수영장 블루 몬테 건물 벽에 붙은 이 그림을 보고 이 건물 안에서 영화상영을 하는 줄 알았다.
쇼쇼쇼 감각의 이 유머러스한 그림은 요 위 정자를 설계한 나빈 라완차이쿨의 작품, <안양스토리>란다.
저 줄줄 흐르는 물이 물고기의 눈물이란다.
이 조형물 뒤쪽 언덕에는 어린이들이 즐길 만한 설치물들이 기다리고 있다.
미끄럼틀 하나도 예사롭지 않다. 인공암벽도 튜브형 미끄럼도.... 삐딱하게 서 있는 폼도....
올라가 봐야 안에 뭐가 있다고 저리도 열심히 뛰는고. ㅋㅋ
어제 올린 거울벽을 멀리서 본 모습이다. 안에 들어가 보면 정말 헷갈린다.
이 작품 제목은 '리볼버'란다. 권총 같은가? 글쎄....
어쨌든 안에 들어가보니... 와우! 노란 아크릴 벽이 쏘아주는 신비한 조명...
여긴 빨간방이군.
이건 맥주박스를 이용해 만든 집
안으로 들어가니 박스 구멍 사이로 들어오는 자연광이 환상이다.(블뤼, 어때... 잘 찍었어? ^^)
얼핏 보고 인어공주인 줄 알았다.
제목은 '복사집 소녀'인데 그 앞에 있는 길쭉한 청동소년과 한 쌍이다.
헌데 그 소년은 너무 키가 커서 내 카메라가 잡을 수 없었다.
각각의 조각 제목에 괄호로 묶인 '성희', '창학'이라는 이름까지 붙어 있었다. ^^
요녀석은 놀이터 입구에 높이 매달려 있어서 하마트면 못보고 지나칠 뻔했다.
이건 용의 꼬리란다. 그럴 줄 알았다.
언덕 높이 걸린 전망대 깃발은 사람들에게 어서 올라오라고 유혹한다.
(사진 아래쪽에 깔린 귀여운 표지판도 좀 봐주삼.)
전망대.
맨 꼭대기층까지 올라가는 길이 가파른 계단이 아니라 아주 맘에 들었다. ^^
1층에는 안양8경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올라가는 길.... 최고다. 주변 솔숲에서 바람도 살랑살랑 불어오고 전망도 훌륭하다.
난간 사이로 본 봉우리들. 저 봉우리를 넘어가야 삼막사가 나온다.
맨 끝까지 올라가면 드넓게 펼쳐진 관악산의 남쪽 품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 아랫쪽 숲에 숨어 있는 '신형 동물들'....
아들넘 어렸을 때 보던 '괴수대백과사전'을 보는 듯하다.
헉, 꿈에 볼까 무서워!!
설마 나더러.... 생각을 잃어버린 돼지라고 비웃고 있는 건 아니겠지?
잠깐 심기가 불편했다.
44 사이즈도 크다고 야단법석인 요즘 여자들이 바로 저런 신형동물 아닐런지.
빌보드 하우스란다. 빌보드 차트는 알겠는데.... 무슨 뜻이지?
'들꽃'이란 작품이다. <파라다이스 살라> 맞은편 절벽에 설치되어 있다.
미술관. '그림, 문학을 그리다'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저 사진에 뜬 UFO가 뭘꼬... 자세히 들여다보니 '모자'다. 하늘로 높이 집어던진 모자...
너나없이 부르짖고 갈구하는 자유란 게.... 사실은 '미확인물체'인지도 모르겠다.
대형 사진작품. 하나하나 들여다보다간 날 새겠다만... 퍽 재미있다.
모델료 꽤나 들었겠다.
차량으로 들어올 수 있는 도로의 종점에 럭셔리한 주차장이 보였는데...
가까이 가보니 이것 또 굉장한 작품일쎄.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보면,
근사한 터널이 한참을 이어진다. 해저터널처럼 근사하다.
그만 나가자는 엄마 말에 울고불고 떼를 쓰던 요녀석을 달래느라고 여러 사람이 동원됐다.
자기가 걷고 있는 이 길이 출구로 데려다주는 길인 줄도 모르고 신이 났다.
터널 지붕이 벗겨지는 지점에서 길은 다시 놀라운 변신을 한다.
밖에서 보면 이런 모양이다. 작품 제목은 '숲을 지나는 터널'이던가?
애고고, 사진을 너무 많이 올렸다... 헥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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