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 제목 좀 봐라. 박완서 선생님께 여쭙지도 않고 마음대로 베꼈다.
(어쩔 수 없다. 오늘의 내 기분, 저 제목이 딱인걸. 박완서 소설집을 검색하다가 잘못 오신 분들, 죄송함다!)
오늘도 100mm 내외의 큰비가 내린다지만 장마 사이로 잠깐 얼굴을 내민 하늘은 천연덕스럽게 해맑고
거실창에서 부엌창까지 거침없이 지나가는 시원한 바람은 몸과 마음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준다.
'솜 100kg와 철 100kg 중 어느것이 더 무거운가?'
어릴 때 들어본 이 퀴즈는 지금도 '시간'이라는 문제와 맞닥뜨릴 때 가끔 오버랩되곤 한다. 100kg에 해당하는 무게를 만들기 위해 산더미처럼 쌓인 솜뭉치.... 저울에 올릴 만한 부피로 만들기 위해 솜덩이 위에 올라가 꼭꼭 밟아보지만 워낙 덩치가 크다 보니 역부족이다. 그 옆에서 라면박스 만한 철덩어리가 비웃고 있다.
'야, 솜뭉치, 너 덩치만 크지 진짜 실속 없구나....ㅋㅋ'
부푼 솜뭉치 같았던 나의 시간들 속으로 일꺼리가 하나 밀고들어와 비좁다고 아우성이다.
압축하면 더 들어가고 쪼개쓰면 더 많아질 시간들이건만, 남는 게 시간이라 되는 대로 살다 보니
내 시간저울이 뻘짓 속에 파묻혀 자취를 감출 지경이다.
어쩌겠나. 내 뱃살만큼이나 퍼져버린 나의 시간을 한번 뒤흔들어 정리해볼 수밖에....
(그래도 운동은 빼먹지 말아야지? 그래도 식구들 밥 세끼는 제대로 해먹여야지? 그래도 스.무.따.는 해야지? 그래도 블러그는 해야지? 그래도 놀일 생기면 놀아야지?)
월요일 오전엔 세상없어도 집안 대청소 한다.
일주일 내내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오전엔 세상없어도 수영 간다.
일주일 내내 불안감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수요일 오전엔 세상없어도 스.무.따. 간다.
자투리 시간에 수업 준비도 해야 하지만 그 준비 못했다고 끈을 놓아버리면 안 된다.
매일 오후 다섯시엔 세상없어도 산에 간다.
올해 연말까지 4킬로 감량 못하면 남미고 뭐고 없다!!!
일은 오후 4시간, 밤 2시간... 하루 여섯시간만 집중해서 한다.
주중에 놀일 생겨서 못따라간 작업진도는 주말에 벌충한다.
일하면서 블러그만 하지 않으면 충분히 진도대로 밀고나갈 수 있다.
블러그는 이 요지부동 말뚝들 사이사이에서 요령껏.... 부담없이 한다. 짧고 가볍게....
점만 찍더라도 거르지는 말자. 안 쓰면 동맥경화 걸린다.
이렇게 널널한 일정을 왜 이렇게 핏대 세워가며 외치느냐고?
주부님들이나 백수님들은 이 외침에 공감하실지도 모르겠다. 혼자 시간을 지배해야 하는 사람에겐 자기 스케줄 지키는 간단한 일이 그리 간단치가 않다. (어흐흑... 맞장구가 필요해요. 맞장구 쳐주세염~)
아무튼... 오늘은 나의 살아있는 날의 시작이다.
첫날부터 스케줄 망가지기 전에 어서 블러그에서 빠져나가자. 오늘은 대청소날이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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