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중국

사천성 유람 3 -- 산속의 다운타운 구채구鎭

張萬玉 2005. 1. 10. 17:39
이제부터 산간지역이다. 

심산유곡이라는 표현이 이런 곳을 위해 만들어졌으리라. 도무지 크기와 깊이를 알 수 없는 계곡에 빌붙은 왕복 이차선 도로가 산자락을 휘어감아 돌며 끝도 없이 달려간다. 도로 왼쪽으로는 도도하게 민강이 흐른다. 강물색깔 치고 참 이상한 색깔이다. 연녹색? 저것이 바로 옥빛인가. 가끔 거친 바위에 부딪쳐 파도처럼 흰 물살을 터뜨리기도 한다. 

 

(버스등산 중... 산 아래로 민강은 못 찍었습니다)

 

길이 좁다 보니 도로변에 늘어선 백마장족의 집들이 안까지 다 들여다보일 정도로 가깝다.

수직에 가까운 산비탈 그리고는 강물이라서, 쉴새없이 관광지로 달음질치는 관광도로변에 집을 지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니, 그들이 살고 있는 앞마당을 포장한 것이겠지.

아직도 머리에 깃털을 꽂고, 검은색에 분홍 띠 두르고 밭 갈고 빨래하는 장족 아줌마, 할머니들..... 키도 크고 허우대도 좋아 매우 강해 보이는 민족이지만 도통 사는 것이 고달프다.

 

(읍내-구채구진-로 장 보러 나온 장족 아줌마들)


영월 동강에 조금 물결 친다고 수천 명이 몰리는 통에 동강이 몸살을 앓고 있다는데, 이곳은 만 명을 풀어놓고 며칠 계속 보트를 타게 해도 끄덕 없을 것 같다. 동강 래프팅 사범들이 여기 와보면 절대 그냥 집에 못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막힌 명소도 설명 없이 유유히 지나친다. 이 정도 계곡에는 이름 붙일 필요도 없다는 건지....

 

모두들 곯아떨어져 있다가 대관령 넘듯 돌고 돌아 오른 두견산 정상에서 잠깐 바람쐬고 물을 뺀 뒤 다시 취침.... 차량이 좀 괜찮았으면 대여섯 시간 푹 잤을 테지만... 자다 깨다 하면서 연말특집 코미디프로에 열중한다. 영화도 한 프로 돌고 다음은 엠 티브이....

 

구채구가 가까워지니 마지막으로 장족 노래를 들입다 틀어대며 분위기를 돋군다. 高原紅이라는 노래는 세간에도 잘 알려진 듯 다같이 합창까지 한다. 구채구에 대한 기대로 기분들이 짱이다. 고원홍이란 청장고원의 땡볕과 찬바람에 시뻘겋게 된 볼따구니를 가리키는데 이런 문제피부를 가진 아가씨를 그리워하는 저 절절한 멜로디라니,  소박한 순정이 마음을 적셔온다.
잔시더래(吉祥如意)
알라수어(??) 
쭈오마(우리나라로 말하자면 순이 쯤 되는 이름)

구채구에 도착한 것은 오후 다섯 시 경. 한적한 산골에 뻑적지근한 호텔들이 들어서 있다. 상해 이성급 정도 되는 구채산장에 짐을 풀고 저녁 먹기 전까지 슬슬 동네 한바퀴. 

호텔부터 구채구진까지 허허벌판을 10분 정도 걸어가면 허술한 가게들이 나타나며 가난한 읍내의 시작을 알린다. 검은 천으로 몸을 휘감다시피 하고 빨간 띠로 멋을 낸 고원홍 장족들이 양꼬치도 팔고 감자도 구워낸다. 이 오지에도 인터넷 PC방이 있다. 도로만 연결되면 오지는 사라지는 거다.

 

(산속의 다운타운 구채구鎭)


갑자기 후배가 손짓을 한다. 한 사람은 열심히 썰어대고 한 사람은 가스불로 무언가를 태우고 있다. 무엇이었을까...... 반쯤 털을 벗은 야크 머리다. 땅에는 피가 흥건하다... 저걸 보며 맛있겠다고 입맛을 다시는 사람도 있겠지. 

 

내일은 앉아서 식사하는 시간을 아껴 더 많이 걷고 보기로 했기 때문에 행동식을 준비하러 나간 걸음이었는데 도대체 무엇 살 것이 없다. 과자나 좀 사보려니 다 유사품이다. 旺旺이 아니고 王王, 혹은 天王.. 상해에 넘쳐나는 그 음료수들은 다 어딜 갔는지.... 사과를 몇 알 사가지고 발길을 돌린다.

 

돌아오는 길이 걸어올 만했지만 재미 삼아 택시를 타보았다. 미터기가 없고 무조건 5원이란다. 손바닥만한 동네인 점을 감안하면 그래도 될 것 같다. 여기 사람들은 뭘 먹고 사나. 돈이 필요없는 동네 같아 보이긴 하지만....

 

저녁식사 이후 일정은 없다. 내일 아침 모닝콜은 여섯시... 잠 실컷 자두라고 한다. 말 잘 듣는 학생처럼 일찍 잠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