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2011)/陽光燦爛的日子

블러그 아이러니 4 - 시소 타기 2

張萬玉 2005. 1. 31. 12:11

2. 해우소 VS 쇼윈도우

 

‘칼럼’이라면 명칭이 주는 통념상 ‘독자’를 전제로 존재하는... 준비된 글이어야 한다. 아마추어공간이니 부담없이 자기 생긴 대로, 자기 가진 만큼 표현하는 것도 나름대로 값지지만 최소한 독자를 의식하는 성의는 필요하다고 본다.

이에 비해 블러그는 독자보다는 필자의 욕구가 더 중심이 되는 개념인 듯하다. (맞나?)

자기 하드디스크에 넣어두지 않고 굳이 여럿이 보이는 공간에 띄운다는 점에서 블러그 역시 독자를 배제할 수 없지만 내가 보기에는 해우소로서의 기능이 매우 돋보이는 공간이다.   

해우소로서 블로그의 기능은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생산적일 수도, 소모적일 수도 있다.

단순한 스트레스 해소용도 될 수 있고 일기, 습작 등 나름대로 무엇인가를 준비하는 연습장으로도 사용할 수 있지만 어느 쪽이 생산적이고 어느쪽이 소모적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본다. 사용자의 동기, 사용시의 주객관적 환경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그 평가는 사용자 본인만이 할 수 있을 것이리라.


우울/허무를 달래는 허접들, 현실에서 보상받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집착, 위악적 탐닉, 향방을 모르는 분노, 유아독존식 裁斷 등등... 해우소에서 여과없이 풀어버리는 인간의 감정은 얼핏 보면 비언소의 오물들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어쩌면 자양분 있는 퇴비가 되어가는 과정을 밟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악취가 심하면 외면할 수는 있을지언정 唾棄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한편 독자들에게 자신을 디스플레이하는 공간으로서의 유용성 역시 블로거들이 주목하는 기능이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심지어 해우소로서 블로그를 대하고 있는 블로거들조차도, 비공개로 막아놓지 않은 이상 이 기능을 충분히 사용하고 있다고 본다.

  

소박한 자기만족을 위해서든 코드나 레벨이 맞는 친구를 구하기 위해서든, 나아가 오프라인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잡기 위해서든 간에.... 이러한 동기는 매우 적극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꼭 생산적인 것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자칫하면 허영심에 휘말려 모래위에 집을 짓는 꼴이 될 수도 있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필자들이 어느쪽 기능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해우소와 쇼윈도우 사이에서 오르락내리락 시소타기를 한다. 때에 따라... 여건에 따라... 꽂히는 필에 따라.... ㅎㅎ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느쪽이 되었든 간에 '평미레‘(높이를 평평하게 고르는... 예전 싸전에서 됫박이나 말로 되어 쌀을 팔 때 너무 넘치지 않게 쌀을 깎는 방망이를 말함... 존경하는 블로거 평미레님께 허락 없이 빌려온 개념임 ^^)의 사용이 아주 유용하다는 점이다.

비공개로 해놓고 자신의 동기에 100% 복무하는 공간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소모적이 되지 않으려면 마음껏 풀어헤쳐본 자신의 감정에, 생각에 이 평미레를 들이대어본다면 해우소에서 볼일을 보고 나오는 기분이 더욱 상쾌하지 않을까... 최대한 준비하여 ‘작품’을 내놓는 디스플레이 공간이면 더더욱 그러할 것이고....


나도 글을 쓰면서 개념이 생겨간다. 동어반복을 피하기 위해 이제 좀 빨리 가자.


3. 대리만족 VS 자기만족

 

이 개념은 다른말로 하면 마실다니기 VS 자기 집짓기가 되겠다.

마실다니기는 다른이들의 세계를 통해 제한된 관심분야를 넓히고, 자기와는 다른 삶을 대리경험하며, 주관적인 생각 속에 사로잡혀 있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게 한다(특히 오프라인에서 사회적 관계가 한정되어 있는 사람들일수록). 가장 신기한 것은 손끝 하나 닿지 못하는 인터넷 세상에서 사람의 따뜻한 체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사람의 향기에 취해서 돌아다니다 보면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오프생활에 적잖은 지장을 초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나의 집짓기에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다. (나만 그런가?)

워낙 어릴 적부터 옛날얘기를 밝히던 나인지라 한번 마음에 드는 블러그에 들어가면 묵은 글들을 들춰내 읽으면서 생생하게 그려낸 한 인간과 함께 울고 웃는다. 그러다 보면 한나절은 휘리릭... 여기에 어쩌다 수다가 동해 꼬리말을 보태기 시작하면 들락날락까지 겹쳐져 시간소모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터넷만 하고 살면 얼마나 좋으련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