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중남미

Peru1 - Lima Centro

張萬玉 2008. 6. 15. 21:23

공항에서 숙소까지

구시가지에서 Tocmen 공항까지 (톨게이트비 포함) 20달러. 35분 걸리지만 교통체증을 감안해야 한다.

해안을 끼고 달리는 고속도로가 시원하다.

젊고 유쾌한 택시기사가 틀어주는 음악이 근사하길래 씨디 재킷을 보여달라고 하니(공항에서 발견하면 나도 사려고) 자기가 다운받은 거란다. 팔으라고 졸랐더니 안된다고 안된다고... 그러다 결국 팔았다.

(한국에 와서 들어보니 그저그렇던데 그날 아침엔 왜 그리 좋았을까. 그날 내 기분이 좋았던가보다. 이런 걸 도루'묵'이라고 하지.)

 

저 색안경을 쓴 여인... 어디서 많이 본 얼굴 아닌가욤? ^^

 

공항 대합실에서 기다리는데 빨간 추리닝 부대가 눈에 띄었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쿠바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들이란다. 오잉, 태권도~ ?

쿠바 사람들도 궁금하고 국가대표선수들도 궁금한 차에 태권도라니! 말 걸 꺼리가 생겼잖아.

얼른 뛰어가서 너스레를 떨었다. 나 한국사람이다, 너네들 태권도 선수라며? 수교도 없는 쿠바에 태권도 선수들이 있을 꺼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너무나 반갑다....

헌데 역도선수들이었다. ㅎㅎㅎ 리마에 국제대회가 있어 가는 중이란다.

번지수가 틀리기도 했지만 맞았다고 해도 좀 웃기긴 한다. 푼수가 따로 없다. 애도 아니고.....ㅋㅋ 

헌데 조금 후에.... 엇, 저게 누구냐,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의 오마라 포르투온도 같이 생긴 여인이 선수들에게 와서 한번씩 안아주고 간다. 되게 비슷하게 생겼네, 하며 일단 사진 한 장 찍어두고 선수들에게 '혹시...' 하고 물어보니 맞단다. 잽싸게 쫓아가보니 보딩할 준비를 하고 있다. 브라질에 콘서트가 있어 가는 길이란다. 싸인은 못 받고 악수만 했다.  

정말 요새 애들 말마따나 포스가 대단했다. 1930년생이면 78세다... 믿어지나?

 

10시에 파나마 시티를 떠난 비행기가 리마 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시 10분.

공항은 생각보다 작다. 리마의 택시강도나 바가지 요금 얘기는 귀가 아프게 들었고 공항 내부에조차 지정택시 외에는 안 타는 게 좋다는 경고문 붙어 있지만 대낮이라 그런지 마음이 느긋하다. 중미에서는 안내서가 없어 초조했지만 여기서야 론리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니 무슨 걱정이랴.

론리의 지시를 따라 공항 들어왔다 돌아가는 택시를 타려고 공항 밖으로 나가는데 공항 근무자들이 입구부터 지키고 서서 따라붙으며 계속 공항택시 타라고 잡아끈다. 비싸다던데? 하니까 싸게 해준다며 30솔이면 어떠냔다. 10솔이면 2.5불 정도 잡고 12불.... 론리에서 소개한 리무진 버스 값이다. 리무진 버스 있냐니까 40명 이상 단체만 간단다. 거짓말인지 알 수 없지만 공항 밖에 있는 택시들은 시내까지 15불 부른다는데 12불이면 괜찮다. 이왕이면 안전한 택시를 타는 게 좋겠지?

(공항직원 명찰 단 직원들이 택시 삐끼까지 하고 가격까지 흥정해주다니....어째 이 나라, 시작부터 수상타.) 

 

줄 서 있던 택시에 오르니 덩치가 산만한 흑인 기사가 방끗 웃는다. 기아 간부가 자기 친구란다. (단골 고객이란 얘기겠지?) 주왕호라고 해서 성이 주씨인가 했더니 세뇨르 리란다. 그럼 뭐야, 이좡호?

톨게이트가 나오니 나더러 돈 내야 한다. 6불이란다. 웬지 기껏 흥정해놓고 뜯기는 기분이다. 게다가 시내 들어와 속도위반으로 걸렸는데 쫙 붙는 경찰복을 입은 늘씬한 여경이 딱부러지게 딱딱거리니 산더미 만한 운전사가 꼼짝 못한다. 딱지 떼이고 나서 나 내려줄 때까지 어찌나 씩씩대는지  무서워서 암말도 않고 얌전히 18불 줬다.

 

론리 맨 처음에 나오는 호스텔 에스빠냐로 갔더니 침대 하나에 50솔(18불)이란다. 물가가 싸다는 페루에서 무슨 도미토리 값이 멕시코 더블룸 값이냐. 그런데 빈 침대도 없다. 

론리가 소개하는 숙소 중 여기서 제일 가까운 펜션은 Ibarra... 배낭을 지고 낯선 도시 헤매기 보다 신경 쓰이는 일이 있을까? 그래도 별수없다. 빨리 배낭 내려놓을 곳을 찾는 게 대수다.

누구에게도 배낭 건드릴 짬을 안 주려고 땀 뻘뻘 흘리며 돌진하던 중 Tacna 거리를 지나는데, 전용욕실 더블룸이 25솔이라는 광고문을 붙인 호텔이 여러 개 눈에 들어온다. 외양이 깔끔한 곳으로 골라 들어가보니 여행자들의 입소문이 날 만한 곳은 아니지만 정말 전용욕실 더블베드 독방에 TV까지 있는데 25솔이 맞다. 20솔로 깎아주기까지 하는데 배낭 안 내려놓을 이유가 있나.

 

   

 소파에 앉은 사람이 주인 할아버지.                          페루 사람들이 주고객인 듯.

 

알고 보니 중국할아버지가 주인이다. 홍콩사람이라 보통화도 못하고 스페인어 하는 것도 도통 못알아듣겠다. 장점은 친절하다는 것뿐. 리셉션의 총각들도 너무너무 친절하다.

때로는 너무 친절한 것도 문제가 된다. 숙박비를 내려는데 100달러짜리밖에 없어 은행에 다녀오겠다고 하니 할아버지가 따라와준다. 위험해서 혼자 못보내겠다네. (은행 환율 1달려 = 2.7솔)

Check in 하고 나서 시내 정찰도 하고 쿠스코행 뱅기표도 살 겸 나가려는데 할아버지가 또 따라나서신다. 아니, 죙일 나 따라다니시게요? ^^

어쩌자고 여자 혼자 다니냐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내가 무슨 가출한 십대 소녀인 줄 아시나보다.

 

 

센트로의 랜드마크는 아르마스 광장이다.

정면에 있는 대성당. 지금까지 본 성당 중 가장 규모가 크고 근사하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길은 엉망진창이었다. 공사중인 도로, 지저분하고 복잡한 도로변.... 리마의 첫인상이 영 험악하여 살짝 쫄았었는데, 아르마스 광장으로 나가니 완전히 별천지다. 어떻게 같은 도시의 사는 모습이 이렇게 다를까.

역시 선진사회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골고루 잘 사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선진사회의 척도는 기층 대중의 삶의 질, 그리고 공공질서의 확립 정도가 아닐까. 부자들의 생활수준이 아무리 세계 수준이라 해도 그 효과가 파급되지 않고 오히려 사회의 불균등 심화에 기여한다면 그들의 부는 모래 위에 지은 집일 뿐이다. 

 

중남미의 모든 광장들이 그러하듯 아르마스 광장 역시 사방이 멋진 스페인식 건축물로 둘러싸여 있다.

여기가 대통령궁이던가? 적어놓질 않아서 잊어버렸다. 

 

왼쪽 뒤로 보이는 노란 건물... 여기가 시의회 건물이라던가? 

 

아르마스 광장 한바퀴 휭하니 돈 다음 뱅기표부터 끊으려고 란 항공사를 물어물어 찾아갔다. 여섯 블럭 떨어진 산 마르틴 광장에서 동상 바라보고 왼쪽골목에 있다.

쿠스코까지는 110불이다. 여행사에 나온 티켓 가격은 어떤가 싶어 한 블럭 아래 여행사 골목으로 갔더니 아에로 꼰도르가 있다. 91불.... 헌데 새벽 5시반 비행이다.

3시반까지 공항에 도착해야 하니 새벽, 아니 밤중 2시 반엔 떠나야 한다는 얘긴데... 딸린 식구도 없으니 신새벽이면 어떻고 한밤중이면 어떠랴. 

 

내 티켓구매를 담당했던 직원. 뭐가 그리 웃기는지 내가 무슨 말만 하면 까르르 까르르 웃는다.

 

처음에 이녀석이 날 놀리나 했는데 그건 아닌 듯.

스페인어를 해도 되는데 굳이 영어를 고집한다. 그것도 엄청 깨진 영어.... 그래도 어깨에 힘주는 거 보니 그 사무실에서 영어 되는 사람이 그녀석 밖에 없는 것 같다. 사무실도 별로 안 바쁘고 해서 농담 주고받으며 이런저런 투어를 알아보니 약속이나 한 듯 모두 110달러다. 쿠스코 가는 비행기 좌석이 토요일 밖에 없으니 수목금 3일간은 꼼짝없이 리마에 발이 묶이게 생겼는데.... 평소 가격의 세 배라니.

 

원래 리마에 있으면서 하려고 했던 건 융가이 투어였는데 파라카스 국립공원과 바제스타섬 투어가 더 마음에 끌린다. 직원 말로는 버스 좌석이 없다고는 하지만 걔도 가보기 전엔 모른다. 내일 직접 터미널에 나가 알아보고 표 있는 곳 아무데나 다녀와야지.   

어쨌든 쿠스코행 표는 확보했으니 리마에서 할 일은 다한 것 같다. 

내일은 리마 시내의 박물관들 돌아보고 버스표 끊고 거기에 맞춰 나머지 스케줄을 짜야겠다.

표 없어도 상관없다.  아르마스 주변에서 놀면 되지. 호주머니에 푼돈만 넣고 쓰레빠 끌고 다니는 거야. 강도 좀도둑이 많다고 해도 이 동네 사람들 다 놀러나오잖아. 오랜만에 배낭족 사교계에서 은퇴했으니 이젠 이 동네 사람들하고도 좀 놀아야지.

 

리마 센트로 여기저기

 

이튿날 아침 7시에 숙소에서 나왔다. 

예술박물관을 염두에 두고 남쪽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개관시간까지는 너무 일러 인근에 있는 녹지대를 먼저 찾아야 할 것 같았다. 이탈리아 공원 쪽으로 가볼까? 

 

이른 아침 출출한 나를 맞아준 건 끼누아라는 좁쌀죽.

수많은 리마 시민들이 포장마차에서 이 죽이나 햄버거로 아침식사를 한다.

 

아파트든 구멍가게든 상가든... 모두 철창 안에 꽁꽁 갇혀있다.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거리

 

이 늙은 집도 한때는 영화를 누렸겠구만... 보톡스 맞을 돈 없으면 세수하고 화장이라도 좀 하지. 

 

골목을 벗어나 대로로 나가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물, Cultura Civic.

시민문화회관이라고 번역하면 될까? 

 

와우! 동유럽 느낌의 이 건축물..

안내서에도 안 나와 있고 사람들도 이름을 모르는 거 보니 그리 유명한 건축물은 아닌 것 같은데 너무 멋졌다.

 

초록 건축물 오른쪽 골목은 위험한 동네라고 돌아다니지 말란다. 그 골목 입구를 지키고 있던 경찰들..

요즘 리마 시내 곳곳에 시위가 잦단다.

 

초록궁전 옆은 법원. 직역하자면 '정의의 궁전'인데.... 

시위가 잦다니 법 가지고는 안 되는 일이 리마에도 많은 모양이다.

 

 

이탈리아미술관, 예술박물관, 법원, 초록색 건물들이 빙 둘러서 있는 곳은 번화한 왕복 6차선...

이 로타리는 천사가 지키고 있다. 이 조각상에 얽힌 스토리가 있는데 잊어버렸다. 적어두지도 않았고... 

 

박물관 개관시간까지 거닐려고 했던 이탈리아공원은 어찌나 지저분한지.... 불결한 냄새에 날파리가 날아다니고 벤치는 앉기 끔찍할 만큼 더러웠다. 

 

 

할수없이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이탈리아 미술관으로 가서 개관 시간까지 뜰에서 좀 노닐게 해달라고 부탁하니까 (보다시피 뜰 안은 철망으로 철저히 막혀 있다) 길 건너편에 있는 예술박물관 숲으로 가라고 하더니, 거기는 아무나 못 들어가는 데라고 직접 데려다준다. (여행자는 들어가도 되나보더라)     

   

예술박물관.

 

아름다운 정원에서 한 시간 놀고, 여기보다 한 시간 빨리 개관하는 이탈리아 미술관 보고 난 뒤에 다시 돌아갔더니 수위 아저씨, 그제서야.... 오늘이 쉬는 날이란다.

성격 참 이상하네... 애초에 들어갈 때 왜 얘기 안 해주고....

이탈리아 미술관이랑 가까웠으니 망정이지 멀었다면 그 아저씨 미워했을 꺼다.     

 

 

 

 

 

 

 

 

 

 

박물관은 못봤어도 정원이 아름다워 그리 섭섭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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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박물관은 스페인 통치 시절 이 지역에 살던 이탈리아 화가들의 작품들을 모아둔 곳이다.

작품은 그리 많지 않지만 부드러운 표현들이 마음에 와 닿았다. 

사진 찍어도 된다고 하기에 몇장 찍어왔다. 구경하시죠.


 

 

황금박물관에 가려고 택시 잡았는데 또 산더미 만한 아저씨다.

나랑 동갑내기인데 아들이 서른 살이란다. 서글서글 얘기 잘하면서도 지나치지도 않고, 부르는 가격도 적당하고(황금박물관까지 10솔)... 무엇보다도 사람이 선량해 보이길래 (최소한 강도는 아닐 것 같아서) 토요일 새벽에 공항 데려다 달라고 예약하고 내일도 미라플로레스까지 10솔에 가기로 약속해뒀다.

 

 

황금박물관이 있는 Surco는 센트로 쪽과는 확연히 다른 동네다. 센트로가 고풍하면서도 구질구질하다면 이쪽은 말끔하고 현대적이다. 여기가 페루 맞나?

문마다 경비가 지키고 외국인 학교가 있고 고급 레스토랑이 있고.... 배낭족 숙소도 눈에 띈다. 여기가 미라플로레스 인접지역이라니 한국사람들도 대부분 이 동네 살지 않을까 싶다. 

 

 철문 안쪽은 경비가 지키는 고급 주택단지. 뒷쪽의 민둥산 배경이 아무리 봐도 어색하다.

 

황금박물관.

 

입장료가 33솔이다. 꽤 비싸기도 하고 사진도 1층밖에 못 찍는다기에 내가 무슨 황금에 눈이 멀어서...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안 들어갈 수도 없고 왜 그리 유명한지 살짝 궁금하기도 하고.... 뜨악한 심정으로 들어가봤다.

 

 

럭셔리한 유물들을 전시하는 박물관이라 그런가?

정원도 럭셔리하고 기념품 매장도 럭셔리하고 레스토랑도 럭셔리하다.

박물관 들어가기 전에 목이 타서 레스토랑에서 주스 한 잔 마셨더니 8솔 내란다. 엊저녁 센트로의 수수한 레스토랑에서는 마신 똑같은 주스는 2.5솔 이었는데... 

 

 

개인 박물관이라는데 어떻게 이렇게 많은 유물과 무기들을 수집했는지 놀랍다. 박물관 정보를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무기와 유물 모두 합치면 수만 점은 될 것 같다. 

무기 중에는 단도, 창, 장검으로부터 권총, 장총, 안장, 박차, 재갈, 투구, 군복, 군화, 갑옷... 스페인 식민지 시절의 무기들뿐 아니라 일본 무사의 갑옷과 장검도 엄청 많이 수집해놓았다. 금제 출토물도 귀걸이 목걸이는 물론 장갑, 손톱끼우개, 가슴가리개, 머리장식, 옷에 매다는 장식, 가면, 보석 섞은 것까지...일일이 헤아리기만 해도 하루가 넘게 걸릴 것 같다.

내가 주얼리 디자이너라면 영감을 받을 만한 것도 꽤 될 테고 아마 종일 박물관에서 죽쳤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황금을 보기를 돌 같이 하라는 선조의 말씀을 받들어 주르륵~ 훑어보고 나왔다. 

 

 

기념품 매장에서 파는 것들은 박물관 안엣 것들을 본뜬 것이니 박물관 안이라 치고 이걸 보시면 된다.

 

값나가는 것들엔 관심없고 애들처럼 인형이나 좋아라 하는 나는 인형가게에서 뜨게질하는 남자 헝겊인형과 열나게 섹스중인 도자기 인형을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다가... 놓고 나왔다. (다른 데서 똑같은 걸 싸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그냥 나온 건데 결국 거기 만큼 유머러스한 느낌을 정교하게 담아낸 건 만나지 못했다. 한국에서라면 분명히 샀을 테지만 배낭여행중의 30불이면 사흘 숙박비다. 길에서 어느새 오이지가 다 됐다. 아~ 후회한다. 그 뜨게질하는 아저씨 인형이 아직도 눈앞에 아리삼삼...)

 

여기는 어제 비행기표를 사러왔던 산 마르틴 광장 

여기부터 아르마스 광장 부근까지 차 없는 거리가 이어진다. 

 

유로화 삽니다, 딸라 바꾸세요~ 

 

간판은 '체육관'이지만 사실은 까페랍니다.

 

치즈 아낌없이 얹은 직화구이 거대피자 한 조각과 콜라 한 잔이 1.9솔.

1달라도 채 안 되는 돈으로도 든든한 점심 문제없다.

 

여긴 또 무슨 광장이라더라? 성당도 많고 광장도 많아 일일히 기억도 못한다. 

 

카메라 꺼냈다가 날치기당한 사람들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첫날인 어제는 사진도 거의 안 찍었는데

오늘 다시 찾아온 이 거리는 동네처럼 편하게 느껴진다. 

 

 

' 오늘은 가격을 몽땅 내렸습니다.'(중간의 검은 글씨)

 

나도 1솔 넣고 체중을 재어봤더니 3킬로가 빠졌더군. 길에서 쓰러질까봐 양껏 먹고 다녔는데도...

 

 나? 야마.(llama)

(라마라고 하시는 분들 많은데 스페인어에서 L이 두개 겹쳐 있으면 yi라고 읽는답니다.)

 

내일부터 사흘간 공식 부활절 휴가에 들어가 은행도 문을 닫기 때문에 은행업무를 보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데.... 휴~ 끝이 안 보인다. 줄 서 있던 사람들 모두 볼일 보고 돌아갔는지 모르겠네.

 

새로 조성한 상가 같은데.... 이렇게 파리 날려서야.... 

 

아르마스 광장 옆으로 뻗은 차 없는 거리 끝까지 갔더니... 뒤쪽으로 강이 흐르고....

다리를 건너가면

 

완전히 딴 동네가 나온다. 내 어릴 때 살던 산동네가...

 

개도 경찰아저씨도 핸섬하다. 

 

이 개도... 이 경찰 아저씨들도....

 

이 개와 이 경찰아저씨는 터프하시네.. 

 

전 어때요? 스타일리쉬? (이그, 멋쟁이는 네가 아니라 네 주인 할아버지잖아. ㅋㅋ)

 

 뒷골목 서점

 

익살맞은 표지에 끌려 한권 꺼내들었닥 그거 읽을 정도로 공부할 자신이 없어서 도로 내려놨다. ㅎㅎ

'페루의 역사적 진실'? .... 사회지도인사들의 스캔들일까? 

 

 

투어 안 가니 돈 좀 굳겠다 싶어 세비체(남미식 생선회)를 먹으러 갔다.

실란드로(고수풀) 향은 약간 거슬리지만 참을 수 있다. 얼마만에 먹어보는 바닷것이냐. 밑에 깔린 양파까지 몽땅 먹어치웠다.12솔 줬다. 음료는 잉카콜라.... 불량식품맛.

고구마와 옥수수, 감자는 내일 아침에 먹을 요량으로 싸달라고 했다.  

 

 

친절한 종업원 아저씨.

굳이 찍을 생각은 없었는데 내 카메라를 보더니 원하면 찍어도 좋다고 해서 한장 찍었다.

자기가 멋진 줄 충분히 알고 있는 듯했다. ^^

 

숙소로 돌아오다가 여행사 간판을 보니 생각났다. 오늘 버스표 사러 터미널 가야 했는데...

차 없는 거리에서 노닐다가 그만 깜빡 한 것이다. 안 그래도 강도 절도 위험지역으로 꼽히는 데가 상가와 기차역, 버스터미널인데 이제는 날까지 저물어간다. 에휴... 포기해야 하나.

오늘 센트로는 대애충 돌았고 미라 플로레스 지구도 내일이면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모레는...?

게다가 부활절 휴가라 식당을 포함하여 웬만한 데는 다 문 닫는다. 혹시 무슨 퍼레이드라도 있으려나?

친구도 없고.... 볼 책도 없고.... 어흐흐, 어무이~

 

표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까지 예상했던 일이지만 깜빡해버렸다는 사실 때문에 그랬는지 괜히 마음이 복잡해진다. 망연자실 길가에 앉아 있다가 나도 모르게 여행사로 들어가 바예스타 투어를 예약해버렸다. 역시 110불이다. 110솔도 아니고.... 들고 나온 현금도 없어서 ATM까지 뛰어가면서 미쳤어 미쳤어를 연발했다. 나도 모르는 어떤 힘에 등을 떠밀리는 기분이었다.

 

 

이곳에서 최소한 강도는 안 당하겠다. 총든 군인에 군견까지 대동하고도 모자라 장갑차까지...

 

모레 새벽 3시 반에 출발한단다. 차가 호텔 앞까지 데리러 온다고 주소 대라는데 하이고, 주소뿐만 아니라 호텔 이름도 모르겠다. 전화번호도 모르고.... ㅋㅋㅋ

어쨌든 뽑아든 칼이니 잠시 기둘려라 가까우니 곧 다녀오마, 하고서는 택시를 탔다.(내가 암만해도 그날 뭐에 씌였던 것 같다. 왜 굳이 그렇게까지 애를 쓰며 가려고 했을까?) 헌데 방향 잘못잡아 유턴을 못하는 바람에 걷는 것보다 더 시간을 잡아먹었다. 일곱시에 문을 닫는다고 했기에 명함 들고나와서는 냅다 뛰었다. 무릎관절 때문에 절대 못뛴다는 얘기, 거짓말이다. 

지름길로 가려니 경찰이 위험하다고 뒷골목으로 못가게 한다. 현지인들은 다니는데... 할 수 없이 디귿자로 돌다가 방향을 헷갈려 막판에는 거의 백미터 달리기.... 땀을 바가지로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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