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카 지구
탱고의 발상지로 알려진 이 동네는 시가지 남쪽, 라플라타강 어구(boca는 '입'이란 뜻이다)에 있다.
아르헨티나가 잘나가던 시절 유럽에서 유입된 노동자들이 부두노동자로 정착하면서 형성된 동네라고 한다.
노동자, 실업자, 매춘부, 보헤미안들의 고단한 삶을 달래주던 음악과 춤은 이제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이 됐고
페인트가 없어서 선박에 칠하는 페인트를 얻어다 칠하다 보니 알록달록해진 집들은 관광명물이 되었다.

64번 버스를 타고 40분 정도 가다 보면 점점 동네가 남루해지다가 갑자기 항구가 나타난다.
이 배는 아마도 보카 지구의 랜드마크 구실을 하는 관광용인 것 같다.

흐린 가을하늘에 편지를 쓰시나? (아르헨티나는 4월이 가을이다. ^^)
보카 지구의 시작을 알리는 벽화. 아마도 보카지구 약도인 듯.
마침 동네 입구의 초등학교에서 의사 가운 같은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하교를 하고 있었다.
"꼬레아? 알아요... 태권도! 축구!!"
아무리 얻어쓴 페인트라고 하지만 선택의 여지는 있었을 텐데...
저렇게 강렬한 보색대비를 택했다는 건 마음 속에 끓어오르는 어떤 정열의 표현이겠지?
잘 노는 사람 같으면 당연히 밤에 왔어야 하는 동네인데.... 썰렁한 대낮에 심심하게 돌아다니다니. ㅡ.,ㅡ
점심도 아직 이른 시간인데 벌써부터 호객이 시작됐다.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은 나를 슬프게 한다.
파리 날리는 그림 장사도 날 슬프게 한다.
은발의 악사들도 날 슬프게 한다.
그림들마저 날 슬프게 한다. 저렇게들 가까이 있어도 내 눈엔 웬지 외로워 보이는걸.
미술관 아니면 박물관이 거리 곳곳에 널렸다.
공짜라는데도 들어가보지 않고 저이들과 마주 앉아 해바라기만 하고 있었다.
어여 들어와~ 들어오라니까? 주글래?

왼쪽은 유명한 탱고가수(누구라더라?), 가운데는 에비타, 오른쪽은 아르헨티나 축구영웅 마라도나.
마라도나를 배출한 보카스주니어클럽도 이 동네 소속이란다.
과거엔 이 길로 열차가 지나다녔나보다.

관광지를 살짝 벗어난 조용한 동네. 나는 평범해도 쌩얼이 더 마음에 든다.

깜찍아, 어디 가니?
벽화를 찍는다고 찍었는데 어째 우연히 찍힌 아저씨의 시선이 더 눈길을 끈다.
"끼에로 꼬레아!!"(한국이 좋아요.)
티그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