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중남미

Argentina5 - Boca & Tigre

張萬玉 2008. 8. 23. 14:56

보카 지구

탱고의 발상지로 알려진 이 동네는 시가지 남쪽, 라플라타강 어구(boca는 '입'이란 뜻이다)에 있다.

아르헨티나가 잘나가던 시절 유럽에서 유입된 노동자들이 부두노동자로 정착하면서 형성된 동네라고 한다.

노동자, 실업자, 매춘부, 보헤미안들의 고단한 삶을 달래주던 음악과 춤은 이제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이 됐고 

페인트가 없어서 선박에 칠하는 페인트를 얻어다 칠하다 보니 알록달록해진 집들은 관광명물이 되었다. 

 

64번 버스를 타고 40분 정도 가다 보면 점점 동네가 남루해지다가 갑자기 항구가 나타난다.

이 배는 아마도 보카 지구의 랜드마크 구실을 하는 관광용인 것 같다.

 

흐린 가을하늘에 편지를 쓰시나? (아르헨티나는 4월이 가을이다. ^^)

 

 보카 지구의 시작을 알리는 벽화. 아마도 보카지구 약도인 듯.

 

 마침 동네 입구의 초등학교에서 의사 가운 같은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하교를 하고 있었다.

"꼬레아? 알아요... 태권도! 축구!!"

  

아무리 얻어쓴 페인트라고 하지만 선택의 여지는 있었을 텐데...

저렇게 강렬한 보색대비를 택했다는 건 마음 속에 끓어오르는 어떤 정열의 표현이겠지?   

 

잘 노는 사람 같으면 당연히 밤에 왔어야 하는 동네인데.... 썰렁한 대낮에 심심하게 돌아다니다니.  ㅡ.,ㅡ  

 

 

 점심도 아직 이른 시간인데 벌써부터 호객이 시작됐다.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은 나를 슬프게 한다. 

 

파리 날리는 그림 장사도 날 슬프게 한다.

 

은발의 악사들도 날 슬프게 한다. 

 

그림들마저 날 슬프게 한다. 저렇게들 가까이 있어도 내 눈엔 웬지 외로워 보이는걸. 

 

미술관 아니면 박물관이 거리 곳곳에 널렸다.

공짜라는데도 들어가보지 않고 저이들과 마주 앉아 해바라기만 하고 있었다.   

 

어여 들어와~ 들어오라니까? 주글래?

 

 왼쪽은 유명한 탱고가수(누구라더라?), 가운데는 에비타, 오른쪽은 아르헨티나 축구영웅 마라도나.

마라도나를 배출한 보카스주니어클럽도 이 동네 소속이란다.

 

과거엔 이 길로 열차가 지나다녔나보다.

 

관광지를 살짝 벗어난 조용한 동네. 나는 평범해도 쌩얼이 더 마음에 든다.

 

깜찍아, 어디 가니?

 

벽화를 찍는다고 찍었는데 어째 우연히 찍힌 아저씨의 시선이 더 눈길을 끈다. 

 

 "끼에로 꼬레아!!"(한국이 좋아요.)

 

티그레

 

어제에 이어 오늘도 아르헨티나 하늘이 연기로 꽉 찼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100킬로 떨어진 시골에서

농민들이 시위를 하느라고 불을 질러 그렇다는데 대체 얼마나 큰불을 놓았길래 그 연기가 여기까지 오느냐고.

Buenos Aires(좋은 공기)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내가 머물렀던 나흘 내내 이 도시를 감싼 공기는 

무겁고 어둡기만 했다.  

 

딱히 거길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겉핥기 식으로 보는 비슷비슷한 시내구경이 지겨워져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기차 타고 한 시간 거리 외곽에 있다는 티그레(영어로 tiger)에 가보기로 했다. 

론리 플래닛이 '가볼 만한 외곽' 으로 소개하는 곳 중 이름만 보고 찍었다.

 

 

101번 버스 타고 레띠로 역에서 내려(장거리 버스 터미널 부근이다) 산 마르틴 역으로 갔다. 

 

 역사가 얼마나 큰지 세 군데 청사를 섭렵하며 티그레행 열차가 출발하는 대합실에 도착하기까지 15분 소요.

 

여느 기차역에나 등장하는 서민적인 간편식당  

  

이 나라 고기 인심은 정말 후하다. 싸구려 햄버거나 피자에도 질좋은 고기가 푸짐하게 들어간다.

 

 어느 기차역에서나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소매치기

 

 

예쁜 오빠들, 어디 가?

 

한가롭고 조용한 티그레역 

 

 

유람선을 타거나 자전거로 강변 한바퀴 돌거나 강둑의 풀밭에 누워 있는 게 전부인 심심한 유원지.

강물도 맑지 않고 풍경도 그저그랬다. 왜 이곳을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했을까?  

아마 우루과이까지 데려다주는 유람선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강을 타고 내려가다보면 좋은 경치가 나올지도 모르지.

나도 강변에서 심심하게 걷다가 심심하게 앉았다가... 카푸치노 한잔 마시고 돌아왔다.

 

"돈 좀 꿔주라.."

"얌마, 니가 나 좀 꿔주라."

 

심심해서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찍었다.

달리는 중에 찍어 흔들린 흔적을 감추기 위해 흑백처리를 했더니 웬지 말풍선을 넣고 싶어진다. ㅋㅋ

 

"엄마, 나도 쟤 먹는 사탕 먹고 싶어"

"조금만 기다려봐, 아빠가 사갖고 오실 꺼야.(이 인간이 이번주에 오기나 할까?)"  

 

"진짜 가면 나 너 안봐"

"보시든지 마시든지..." 

 

"힘내, 이번엔 잘 될꺼야.."

"글쎄 워낙 경쟁율이 센 회사라...." 

 

"헤이, 거기 한국에서 온 예쁜 아가씨! (흐억!) 나랑 자전거 타러 갈까?" 

 

타고 온 버스 되짚어 탔는데 오는길 가는길이 달라 오늘도 온세역을 지나치고 말았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는 일방통행 도로가 많아 버스 타기 전에 오고가는 길을 확인해두는 게 안전하다.

내린 정거장에서 한 블럭 건너가 반대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란다. 

일곱 정거장이라기에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걷기 시작했는데.. 걷다 보니 두 시간 가까이 걸렸다.

걷기 시작하면서는 한국인들이 모여 산다는(아니, 살았다는.... 지금은 시 외곽 고급주택지로

몰리고 있다고 한다) 백구촌(109번 버스 종점이라고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도 찾아볼 생각이었는데 

편안하고 서민적인 동네 분위기에 마음을 주며 걷다 보니 어느새 Alberti 역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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