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방랑기에 올라온 똠방님의 글을 퍼왔습니다.
인도는 거대한 정신병원
배낭여행은 보통의 관광과 달리 쾌적함과 안전을 약속하지 않습니다. 배낭여행이 경비가 적게 든다는 오해(실상 그 시설과 식사 숙소 등을 고려해서 종합적으로 판단 한다면 패키지 관광이 오히려 비용대비 쾌적하다.)로 여행자가 배낭을 꾸린다고 하지만, 배낭여행을 선택하는 것은 일종의 모험심을 통한 자유입니다. 일정을 스스로 정하고 가고 싶은 때에 자신의 의지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것, 그래서 쾌적함과 안전을 포기 하는 데서 오는 자유로움이 배낭여행의 매력일 겁니다.
저는 사람들을 만나면 종종 이런 이야길 합니다. "인도는 거대한 정신 병원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인간은 상처받습니다. 여행자는 인도라는 거대한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환자인 것이죠. 도시에서 다른 여행지로 옮기는 이동은 병동을 옮기는 것과 같습니다." 여행의 매력은 늘 일상으로 만나는 환경이 아닌 곳에서 누리는 호기심의 채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같은 통근버스, 같은 지하철, 같은 건물, 같은 습관, 같은 식사... 일상은 사람을 평온하게 해주기도 하지만 때론 지겹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사람은 그 일상을 벗어나가 위한 비상구로 여행을 즐깁니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여행은 비일살적인 삶의 단편입니다.
일상이 지겹다. 심심하다. 무료하다. 나른하다. 그러면 당신은 인도로 가셔야 할겁니다.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인도 여행을 권유할 때 자주 사용하는 문장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그래서 여행을 떠난다는 말엔 수긍이 가는데, 하필이면 왜 인도인가요?" 그렇지요. 왜 인도일까요? 며칠전 제가 일하는 식당에 지인 한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그 분 역시 제게 이런 질문을 하더군요 "수많은 나라를 다니시잖아요. 근데도 인도가 가장 좋으세요?" 제가 지금까지 돌아다닌 나라는 100여 개국이 넘습니다. 유럽에 있는 대부분의 나라를 가봤고 아시아도 마찬가지고요. 아프리카는 3분의 1정도를 떠돌아다녔고요. 멕시코를 비롯한 북미 지역 대부분을 다녔습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은 남태평양 지역과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그리고 남극과 북극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여행지를 물으면 전 당연코 '인도'를 꼽습니다.
인도 여행을 베스트로 꼽는 것은 여행이 주는 쾌적함 때문이 아닙니다. 사실 인도 여행은 유럽 북미 심지어 동남아지역에 비교하면 상당히 불편하고 짜증을 동반합니다. 징하게 달겨드는 인도인 호객꾼들, 거지들, 틈만 나면 사기치려는 인간들, 악의는 없지만 눈을 크게 뜨고 온갖 질문을 쏟아내는 호기심 많은 사람들. 거기에 숙소라고 하는 곳은 거의 감호소 같은 분위기이고... 날씨는 덥고... 숙소의 천정에 달린 선풍기는 어느순간 떨어져 내 목을 칠 것만 같아 불안하게 하고.. 편하게 휴식을 취하려는 이들에게 인도는 결코 적합한 여행지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인도로 배낭을 메고 떠나는 여행을 꿈꿉니다. 10년전 부터 불기 사작한 인도 여행 붐은 다소 거품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어찌됐든 인도 배낭여행은 충분히 매력적인 여행이 됩니다.
인도 여행이 매력적일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이렇지 않나 싶습니다. "당신이 10년 동안 경험할 일을 인도에선 단 한달 동안 그 모든 것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인도 여행은 압축형 인생극장입니다." 실제로 인도 배낭여행은 별별 일을 다 경험하게 됩니다. 지나간 일이라 그것은 추억이 되지만, 당하는 시점에선 정말 짜증나고 지겹고 몸서리 쳐지게 되죠. 그러기에 혹자는 인도 여행을 다녀오고 나선 인도쪽은 쳐다보지도 않기도 합니다. 이 경우엔 인도에 대한 환타지가 지극히 크게 자리를 잡아 기대가 큰데서 비롯되는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인도 여행이 인디아나 존스와 같은 어드벤처 여행은 더더욱 아닙니다. 인도 역시 사람 사는 땅이며 우리에게 있는 것은 그 곳에도 다 있습니다. 사실 앞서 열거한 인도 여행의 매력은 인도만이 풍기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의 징함은 아프리카 이집트에서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인도 남성의 그 끈질긴 구애(?)는 유럽의 이탈리아에서도 경험할 수 있고요. 극심한 가난과 이국적인 풍경은 인도가 아무리 최악이라해도 서 아프리카 국가들 만큼은 아닙니다.
여행자를 철학자로 만드는 나라
그런데 사람들은 인도를 말합니다. 물론 저도 마찬가지고요. 인도에서 느껴지는 여행의 맛은 다른 나라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요소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인 것은 몇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아프리카, 좋은 여행지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국가 경제력 수준에 비해 여행 경비는 상당히 고가입니다. 국가와 국가를 넘나들 때 드는 비용은 거의 천문학적인 수치죠. 교통비 정말 끔찍합니다. 숙소도 그렇고요. 그런데 인도는 그 거대한 땅을 연결하는 교통이 혈관 처럼 연결되어 있는데다가, 종교적 순례의 전통 탓에 저가형 숙소가 상당히 일찍 부터 발달해왔었습니다. 거기에 어디를 가든 대체로 영어가 통합니다. 인도 여행을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심지어 거리의 거지들로 부터 꽤 그럴듯한 영어를 들을 수 있는 곳이 인도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영어가 잘 안된다 해도 다른 나라에 가서 할 수 있는 가장 편한 의사소통의 언어는 영어입니다. 한국어가 사살 가장 편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어렵지요. 여행을 준비하시는 분들 가운데 영어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우머치?" "원투트리 원 헌드레드, 투 사우전드" "웟이즈디스" 웨아유프럼?" "아임프럼코리아" "두유헤브더블룸?" 이 정도의 영어는 사실 다들 알지 않습니까? 이 정도만 되면 사실 인도 여행을 하는데 그리 큰 불편없이 다닐 수 있는 것 또한 인도 여행의 매력입니다. 안되면 영어 단어만 좌악 나열하며 손짓발짓 해도 서로 의사소통은 되니까요.
그렇게 인도를 다니다보면 온갖 이국적인 풍경들이 눈 안에 가득 차, 때론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그런데 속소라고 들어와보니, 천정에 달린 선풍기가 영 신경이 쓰입니다. "우씨.. 저 넘이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목이 간지럽기도 합니다. 아주 발칙한 위험을 순간 즐기기도 합니다. 영 잠도 안오죠. 그러다가 시간이 흐르면 선풍기에 대한 두려움은 어느덧 사라집니다. 그 순간 깨닫습니다. "아! 인생은 돌고 도는 거야. 저 위험한 선풍기 처럼 말이지." 이제 당신은 철학자가 됩니다.
그냥 거리의 찻집 귀퉁이에서, 혹은 갠지스강가에서 짜이(인도식 밀크티) 한 잔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도 하나도 지루함이 없는 나라가 인도입니다. 왜냐하면 한가롭게 사색을 즐기고 싶어도 호기심 많은 인도인은 결코 당신을 그냥 놔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말 징합니다. 제 아내는 저와 함께 곳곳을 다닙니다. 몇 년전엔 아내 혼자 유럽 배낭여행을 한적이 있습니다. 당시 아내는 유럽을 다녀오고 나더니 여행의 소감을 이렇게 말하더군요. "심심해서 죽을 뻔했어." 아내의 심심함은 쾌적한 환경에서 비롯된 것였습니다. 지난 해(2007년) 북유럽 지역에 한달 동안 있을 때도 아내와 저는 심심해서 거의 죽을 뻔 했습니다. 허나 인도는 내가 심심하게 있고 싶어도 결코 심심해 질 수 없는 곳입니다. 별의 별일이 다 일어나는 걸 눈 앞에서 종종 보게 됩니다. 그래서 인도의 거리에서 짜이 한잔을 마시고 있다보면 내 자신이 인도라는 인생극장 안에 들어 온 것 같은, 그래서 시리즈 대형 다큐멘터리 영화 속에 들어 온 것 같은 착각 속에 빠지게 됩니다.
불확실성에 몸을 던지는 자유로운 바람이 되세요
저는 준비를 많이 하는 여행을 싫어합니다. 인도여행 싸이트에 가면 묻고 답하기 질문 란에 보면 준비에 대해 묻는 질문이 무척 많습니다. 그러기에 "인도 여행 가는데 뭘 준비하야 하나요? 여행 루트 추천해주세요."라고 하면 아주 냉랭하게 답합니다. "그냥 가세요. 준비할 것은 말이죠. 인도 가면 다 있어요. 여행 루트요? 어차피 계획한 대로 안되는 게 인도 여행이에요. 그냥 맘 가는대로 움직이세요. 바람 처럼요. 찍고 턴하면 인도 여행의 묘미를 많이 잃어버려요. 그 향기는 당신 앞으로 결코 오지 않지요." 단 몇가지 주의사항은 던집니다. "당신이 머리 속에서 꿈꾸는 인도는 모두 지우고 떠나세요. 그리고 겸손하세요. 동시에 사람에 대한 경계는 미안하지만 늘 안고 다니세요" 정신주의의 모국이라고 불리는 인도지만, 실상 만나게 되는 인도인은 책에서 보던 것과 많이 다릅니다. 인도를 다녀오고나서 감동을 받는 이도 있지만, 실망을 가득 안고 돌아오는 이들도 만만치 않게 많습니다. 그것은 앞서 말했지만, 기대치가 큰데서 비롯된 겁니다.
인도 여행이 추억속에서 소중하게 남느냐 고통으로 남느냐의 여부는 공항에 도착해서 숙소까지 가게됐을 때, 그때 받았던 느낌에 따라 결정납니다. 숙소까지 가는 길에 사기 당하지 않고, 숙소가 예상했던 것과 같을 때, 그 이상이어도 좋지요. 그러면 당신의 여행가운데 이미 절반은 성공한 것입니다. 비일상의 경험을 앞둔 여행자는 두려움 속에 꽤 많은 조바심을 내기 마련입니다. 그런데요. 두려움은 배낭에 들어가는 품목이 아닙니다. 일상의 걱정과 두려움은 집안에 꼭꼭 쌓아놓고 여행을 떠나세요.
일상의 삶이 지루한 건, 삶이 일상의 영역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여행이 가슴을 뛰게하는 건, 삶의 일탈을 꿈꾸는 비일상의 영역에 놓여있기 때문이지요. 여행은 극장안의 동굴에서 발견하는 드라마틱한 구조를 지닌 비일상적인 힘을 지니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실제의 삶은 일상성과 반복성을 통해 익숙해짐으로써 지루하게 느껴지곤 하지요. 그러기에 우리는 여행을 꿈꿉니다. 우리는 비일상의 영역에서 꿈꾸는 여행자입니다.
테러는 비일상의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두려움입니다.
우리나라는 남북의 긴장으로 인한 시대착오적인 냉전상황이 종종 연출되지만, 총기나 폭탄 같은 것으로 인한 테러의 위협은 지극히 적은 나라입니다. 총기 사고가 나는 것 하나만으로 한국이란 상황에서 대단한 빅뉴스가 됩니다. 그런데 외신을 보다보면 유럽 이나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들 조차 가끔 테러와 같은 폭력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심심치 않게 봅니다. 몰론 그들에게도 테러와 같은 폭력은 비일상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런한 상황은 일찍 경험 조차 없는 큰 두려움으로 다가설 수 밖에 없는 지극히 평화로운 사회구조(?)를 가진 환경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이번 뭄바이 테러는 폭력과 폭동의 일상을 살아가는 인도인들에게 조차 큰 충격으로 다가선 사태였습니다. 공교롭게도 해마다 여행시기만 되면, 인도에선 꼭 무슨일이 벌어지곤 했습니다. 물론 이번의 경우엔 그 양상이 상당히 다르긴 했지만서도 말이죠. 어찌됐든 님들의 생각과 달리 인도는 항상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게 일상이다 시피 했습니다. 모 작가는 이번 뭄바이 테러에 대해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런 말을 썼더군요. 인도 여행기를 책으로 써서 상당히 알려진 작가입니다. "이제 인도까지 테러의 위협에 놓여졌다" 인도에 대해 책을 쓴 작가 마저 이런 말을 합니다. 늘 말했지만 인도에서의 테러나 폭동은 새로운 뉴스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실상의 인도 보다는 꿈꾸는 인도를 자신 안에서 환타지 처럼 낭만적으로 그리기에, 그런 현실을 그동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외면했을 뿐입니다.
이미 벌어진 테러로 인한 비극은 어찌해볼 수가 없습니다. 분명 비극이었고, 있어선 안될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번 테러가 인질극으로 장기화 될 경우 인도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됐을 겁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상당한 인명피해는 있었지만, 예상과 달리 빠르게 사태는 진압됐습니다. '비온 뒤의 땅이 더 굳는다'라고 합니다. 국제 정세와 인도 국내 정세등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해서 볼 때, 이번 테러와 같은 양상이 곧이어 벌어지지 않으리라 봅니다. 몇가지 구체적인 증거와 사례들을 나열하며 설명드려야겠지만 그렇게 하기엔 지금 제 손가락이 꽤 피곤합니다. 또한 그렇게 설명을 해도 그 내용을 이제 인도 여행을 준비하려는 이들로선 이해하기 쉽지도 않을 거고요. 앞서의 글에서 역테러의 위험성을 제가 언급한 바 있습니다. 사태가 예상보다 일찍 종결됨으로써 역테러로 치닫는 분위기는 트림 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현지 상황입니다.
어느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더군요.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 지금 인도가 그렇습니다. 소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는 것이 정답이지만, 이미 소를 잃어버린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외양간을 그냥 놔둘 순 없습니다. 분명 고칩니다. 인도가 아무리 비상삭적인 나라라 하더라도 말이죠. 거기에 국제 정세는 반테러 전선으로 의기투합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그렇다고 하여 지금까지 일상처럼 자행됐던 익명의 폭탄 테러 마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순 없습니다. 테러의 주체들은 이번 사태를 나름 평가할 겁니다. 그들이 생각했던 것 만큼의 효과를 거두진 못했다는 내부 평가가 있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테러로 인도가 입은 타격은 상당합니다. 그러나 인도 정부의 조기 진압으로 사태는 보다 빠르게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뭄바이는 이른바 해안지역으로 외부 테러집단의 해안 진입이 가능한데다 그 타격의 후유증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지역이었기에 이번 테러가 발생했다고 봅니다. 델리나 바라나시 자이뿌르와는 많은 곳에서 차이점이 있는 게 뭄바이입니다.
미국의 9.11 테러가 갖는 상징성을 보면 이해하실 수 있으리라 봅니다. 9.11이 큰 사건이었고 엄청난 충격을 안겨 주었지만, 그로 인해 미국 여행 자체를 포기 하는 사태는 그다지 없었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미국과 인도는 그 사정이 다르다는 주장이 나올 겁니다. 맞습니다. 사정은 다릅니다. 그러나 9.11과 같은 형태의 테러는 아니었지만 미국 역시 만만치 않은 폭력 사태가 일상 처럼 그동안 펼쳐지곤 했습니다. 미국과 인도의 사정이 다르다고 하는 것은 어쩌면 편견과 선입견일지도 모릅니다.
다른 나라로의 여행은 비일상의 불확실성을 안고 가는 겁니다. 미국이나 유럽 여행이라면 다소 경우가 다를 수도 있지만, 시스템이 우리와는 상당히 다른, 그 다름은 자본주의 문명이 안겨다준 혜택일 겁니다. 아직 인도는 산업 자본주의가 빠른 속도로 진행중이지만, 우리는 선진국 대열에 가까운 자본주의 구조를 가진 환경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인도 여행은 다소 불안감을 안고 떠나는 불확실성의 여행이 됩니다. 사실 이미 그런 불확실성의 여행을 숱한 여행자들이 다녀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금 이순간 갈등을 겪고 계실 겁니다. "이런 상황인데, 여행을 떠나야 하나 말아야 하나.."하고 말이죠. 사실 인생에 있어서 여행의 최적기와 안전기는 없습니다. 제가 인도를 들락날락 한게 어느덧 10년이 넘었습니다. 제 여권에 찍힌 인도 비자가 몇장인지 기억도 하지 못할 정도로 인도를 들락거렸습니다. 제가 쓴 다른 글(인도여행 위험하다는데 괜찮을까? - 여행 안전에 대한 분석) 에서도 밝혔듯이 인도에선 항상 무슨 일이 일어나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제가 망설였다면 저는 여전히 인도를 여행하지 못했을 겁니다. 여행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무척 긴글이지만 윗줄에 링크를 걸어 둔 글을 꼼곰하게 읽어보실 것을 권유합니다. 그리고 차분하게 생각해보세요. 그런 다음에 여행 여부를 님 스스로 결정해보세요. 누가 님의 여행을 안전하다 그렇지 않다라고 대신 답할 순 없는 것입니다.
지구의 가장 깉은 곳을 찾는 여행
이제 글을 마칩니다. 무척 긴글입니다. 비가오냐 안오냐는 결론만 간단히 내려주면 될 것을 그만 사설이 길어졌습니다. 단정적으로 말하기에 쉽지 않은 결론이기에 그렇습니다. 롤랑조페 감독이 연출한 영화 <시티오브조이>에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삶의 방식엔 세 가지 선택이 있어. 도망치거나 방관하거나 부딪쳐 보거나!" 님들은 어떤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그리고 영화 <쇼생크 탈출>엔 거의 평생에 걸친 복역을 마치고 가석방되어 나온 나이든 흑인이 되돌아온 사회에 적응을 못해 자살을 할까 아님 다시 범죄를 저지를까 고민하다가, 먼저 탈출한 친구의 약속을 떠올리고는 차에 올라타서 이런 말을 독백으로 스크린 속에서 던집니다. "나는 결말이 불확실한 긴 여행을 떠나는 자유인이다." 인도로의 배낭여행은 결말이 불확실한 긴 여행입니다. 그것은 자유인으로서 만끽할 수 있는 쾌적하지 못한 여행입니다. 이제 글을 맺겠습니다. 예전에 썼던 잛은 글로 마감을 대신합니다.
Visita interiora terrae 우이씨따 인떼리오라 떼ㄹ라이 rectificando invenies occultum lapidem 띠피깐도 인웨니에스 옥꿀뗌 라삐뎀
지구의 가장 깊은 곳을 찾아가라, 정류(精溜)함으로써 감춰진 돌을 찾게 되리라.
사람들이 가지 않는 곳, 사람들이 스치며 지나가는 가운데 숨겨진 이야기... 늘 이런 곳을 가고 싶고 이런 이야기를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러기에 지구의 가장 깊은 곳을 찾아다니려고 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것은 우리가 갖는 환상일지도... 세상은 환상이라고 인도의 힌두교에서 말합니다. 무엇이 본질일까, 그걸 생각하며 세상을 떠돕니다. 고해의 바다라고 하는 삶 속에서 순례의 길은 불순물을 제거해주는 그래서 순수함으로 회귀하는 그런 힘이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순수함으로 돌아갈 수 있을 때, 보이지 않던, 지구의 깊은 곳에 감춰져 있는 돌을 찾게 되는지도... 그런데 이마저 마야(an illusion - 환상)더군요. 오늘 우연히 다시 읽게된 고대 라틴어 속에서 길을 봅니다. 안개 속 너머에 여전히 드러나지 않는 그 길을 말입니다.
"옴마니반메훔" - 그대 가슴에 진리의 연꽃이 피어나길....
2008년 11월 28일 여의도 작업실에서
PS : 참고로 이번 뭄바이 테러와 관란하여 제 블로그에 쓴 글을 링크로 걸어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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