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아시아(중국 외)

캄보디아3 - 시아누크 빌

張萬玉 2009. 3. 30. 13:38

원래는 방콕에서 바로 시아누크 빌로 넘어갔다가 프놈펜으로, 거기서 베트남으로 넘어갈 생각이었는데

정보가 별로 없어서 포이펫으로 넘어가는 길을 택했던 거다. 

이 꼭지를 쓰려다가 생각이 나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이런 루트가 있었네... 

  • 방콕 동부터미널(에까마이)에서 뜨랏으로 이동 (보통버스 7~8시간, 에어컨버스: 약 6시간)

  • 뜨랏에서 썽테우 타고 국경까지 이동

  • 국경을 넘어 코콩에 도착

  • 코콩에서 고속보트를 타고 시아누크빌로 이동(8시 출발. 15달러. 반대방향은 12달러)

어쨌든 우리는 프놈펜에서 4시간을 달려 해질녘에 시아누크빌에 도착했다.

캄보디아에서 유일하게 바다와 면한 동네, 그래서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는 이 동네에는 캄보디아 전 국왕의  별장이 있다. 그래서 이름도 '시아누크 마을'이다(아니, 어떤 사실이 먼저인지 모르겠다).   

 

서쪽으로 가서 그런지...해질 녘 하늘이 굉장하다. 

 

어차피 이어지는 해변이긴 한데... 개발된 곳은 다섯 군데라고 한다. 헤매고 다닐 시간은 없고 딱 하룻밤뿐이니 어디로 갈지 잘 찍어야 하는데, 뭘 알아야지, 그냥 이름 보고 serendipity 해변을 찍었다. 혹시 알아? ^^

 

아, 진짜 '우연한 발견'이었다. 이 게스트하우스에 들게 된 건....

 

론리플래닛에 나와 있는 Serenity를 찍어서 갔는데 25불, 우리 예산을 살짝 넘는 가격이라 패스할 뻔했다.

헌데 인연이 되려고 그랬는지, 이름처럼 고요하고 아름다운 데다 해변이 바로 앞마당이라는 점 때문에 살짝 쏠리려는데 (여행 초반이긴 하지만 어차피 시아누크빌은 휴양지 컨셉이니까.) 스탭이 반색을 하며 이 호텔 주인도 한국사람이라는 거다. 에구, 몰랐으면 모를까 알고 나서 동포간에 어떻게 발을 돌려.

헌데 만나보니 가을바람님이다. 아니, 언제 시아누크빌까지 오셨나그래...^^

연령대만 같은 게 아니라 여러 면에서 상당히 비슷하시다. 부지런하고 과감하신 데다가 고상한 감각까지...

 

 

우선 바다부터 뵈드리겠다.(밤바다 사진은 엄청 뭉개져서 패스..) 사진 찍은 시간은 아침 6시 반.

태국에서 새해에 만났던 바다는 땡볕이 내리쬐는 한낮에도 발 적시기가 겁날 정도로 차고 심술궂었는데

시아누크빌의 바다는 어찌나 따뜻하고 상냥한지..... (첫새벽에 혼자 나가 별빛 아래서 수영을 했다지. ^^ ) 

 

 

시력 좋으신 분들, 사진 정중앙 입간판 앞 있는 붉은 그네와 작은 사다리식 계단이 보이시는지. ^^

거기가 숙소 입구다. ㅎㅎ

 

 

바로 요 그네...

 

 

그네 뒤로는 숙소에 딸린 (일식전문) 레스토랑이 있고 그 뒤로 숙소가 바로 연결된다.

참, 숙소 이름이 새주인을 만나면서 Serenity에서 Malibu House로 바뀌었다. 

 

 

해변은 대낮에는 수영족들로, 밤에는 파티족들로 북적댄다. 

프랑스 식민지의 영향인지 대부분 프랑스 사람들이다. 프랑스는 식민지를 만들면 휴양지 개발부터 한다더니.

 

2층에 있는 라운지에서 바라다 보이는 바다 풍경은 이 숙소 최고의 자산.

 

미국교포인 린다 여사는 동남아 여행 중에 앙코르 왓에 반해 시엠립에 눌러앉으면서 캄보디아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한다. 시엠립에서 게스트하우스를 하다 따뜻한 바닷가로 자리를 옮긴 지  6개월 정도 됐는데, 집수리하던 와중에 다리를 다쳐 지금까지 쌍지팡이를 짚고 계셨다. 저녁에 술이나 한 잔 하자고 우리를 2층 라운지로 안내하시는데 그 불편한 몸으로 어찌나 씩씩하게 오르락내리락 하시는지... 

 

저녁 술자리에 동네 동포들이 찾아왔다. 호텔과 한국음식점을 운영한다는 박사장님, 스스로를 '목수'라고 소개하는 인테리어업체 사장님, 그 사장님과 동업자라는 신중현 닮은 아저씨..... 모두 인근에 사는 이웃들이라 자주 뭉치는 멤버들인 듯했다.

이곳에 정착하기까지의 에피소드들이 술안주로 올라왔다. 우스갯소리처럼 심상하게들 얘기하지만 실은 결코 쉽지 않았던 여정임을 짐작할 수 있다. 88년에 한국을 떠난 이래 팔라우, 뉴질랜드 등을 전전하던 얘기, 자기와 딱 맞는 시아누크빌을 발견하게 된 사연, 너무 한심하지만 너무 순박하여 미워할 수도 없는 현지인 직원들 이야기, 부동산 매매차익으로 돈방석에 올라앉은 사람들 얘기, 한국 취업이나 한국인과의 결혼을 미끼로 현지인들을 등쳐먹는 한국인 브로커들 이야기....   

 

술자리가 무르익자 박사장님이 취한 김에 기분이다 싶으신지 내일 자기 차로 시아누크빌 비치를 한 바퀴 돌아주시겠단다. 작은 마을의 관광지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손님들의 여행가이드를 겸하는 경우가 있다. 영업을 하는 것일까? 우리가 시아누크빌에 기대했던 것은 그저 따뜻한 바닷가에서 물장난이나 하다 가는 정도였기 때문에 한국 가이드에 차 빌려서까지 관광 할 생각은 없었다. 화기애애했던 술자리 분위기상 그런 것 같진 않지만, 어쨌든 간 하루 반나절 품인데.... 성큼 받기도 그렇고 마다하기도 그렇고.... 

   

 

딱 부러지게 대답하고 헤어진 게 아니라 긴가민가 했는데 아침이 되자 진짜 차를 몰고 나타난 박사장님.

에공, 모르겠다. 이것도 내 복이려니....

 

오치텔 해변의 (아마도) 북쪽 언덕에 높이 솟은 퀸즈 힐 리조트(한국인이 운영한다 함)에서 

 

발 아래 펼쳐진 명사십리 해변 전망 구경하고  

 

빅토리아 해변과 가까운 언덕에서 여기가 정녕 캄보디아인지 눈을 의심케 하는 호화주택촌들을 굽어본 뒤 

 

아마도 시아누크빌에서 첫손꼽히는 인디펜던스 호텔을 지나 

 

인디펜던스 해변에 도착. 

 

스님들은 해변가에..... MT 오셨나?

 

 

전국이 개발 붐에 휩싸인 캄보디아는 최근 몇년간 외국인 부동산 투자자들을 엄청나게 불러들였다.

그중 으뜸은 단연 한국인(인터넷 검색창에서 '캄보디아 부동산 투자'를 한번 쳐보면 그 열풍이 어느정도인지 가히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시아누크빌은 눈 뜨면 오르고 눈 뜨면 올라 매매차익으로 돈방석에 올라앉은 사람들의 신화를 양산해낸 본거지인 모양이다.

 

이 황금사자상 뒤쪽이 오치텔 해변. 우리가 묵었던 세렌티피티 해변은 오치텔 해변의 중심부다.

 

아침 아홉시에 출발했는데 해변 따라 한 바퀴 돌고 나니 어느 새 정오가 가까웠다.

수다 떠느라고 사진도 별로 못 찍었다. ^^ 이제는 떠날 시간.

자다가 떡 얻어먹은 격이라 박사장님께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했다. '기름이나 넣어드릴께요'도 실패, '점심이라도 사드릴께요'도 실패..... 동포를 만나 즐거웠던 건 오히려 자기 쪽이었다고 손사래 치시네.

컴퓨터와는 인연이 멀다시니 이 글을 보실 리도 없겠지만... 뒤늦게라도 감사 인사 전하고 싶다. 동포라는 이유만으로 베풀어주신 호의, 아니었으면 시아누크빌은 내 여정 속 희미한 한 점으로만 남았을지도 모르는데... 

 

프놈펜으로 돌아오는 길.

공장으로 들어가는 저 넓은 길은 1970년대의 우리나라 산업공단 어딘가를 연상케 한다.

퇴근시간이 되면 저 길로 유니폼을 입은 갈래머리 소녀들이 우르르 쏟아져나오겠지. 

 

이 동네 땅값도 올랐겠다..

정작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관심 없을 것이다. 오로지 땅 주인이 개발하겠다고 쫓아낼 날이 언제인지가 관심사겠지. 아마 이 무렵쯤으로 기억한다. 용산 뉴타운 재개발 참사 소식을 전해들은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