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포르투 행 기차에 올랐다. 원래 계획엔 없었지만 가장 포르투갈다운 곳이라고들 하여 갑자기 끼워넣은 곳.
기차는 포르투의 신도시(깜빠니아)에 도착하기 때문에 거기서 구 도시(상벤뚜)행 메트로로 갈아타야 한다.
포르투까지는 세 시간 정도 소요. 계속 바다를 끼고 달리는 아름다운 여정이다.
리스본부터 포르투까지의 거리 딱 중간쯤에 대학도시로 이름난 코임브라가 있다.
숙소 사람들 말로는 '포르투 여행이 좋았느냐는 전적으로 날씨에 달렸다'고 했다.
비바람 치는 날과 맑은 날이 반반이라는 것이다. 과연 도착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비바람이 몰아친다.
암만해도 숙소에 갇히는 1박2일이 되겠구나, 암담했지만 도저히 이 짧고 소중한 시간을 그냥 보낼 수가 없기에
배낭 내려놓고는 바로 쏟아지는 장대비 속으로 뛰어나왔다.
그러길 잘했다. (사진을 보면 아실 것이다)
젖은 날씨는 젖은 날씨대로 축축한 feel을 쫘악 깔아주고, 감사하게도 오후가 되니 말간 햇님이 나와 도시를 뽀송하게 말려주신다.
포르투는 정말 카메라 앞에 서기 위해 준비된 배우 같다.
마구마구 들뜨는 기분에 이끌려 다리가 떨어지도록 구 도시를 누볐다.
혼자 보기 아까운 사진이 많아서 두 번에 나눠 올린다.
첫날은 비와 먹구름에 젖은 포르투, 둘째날은 햇살 아래 찬란하게 빛나는 포르투.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만난 驛舍가 날 감동시켰다.
특히 온 벽을 둘러싸고 있는 포르투갈 특유의 타일벽화가 인상적이었다.
이건 또 뭡네까?
일군의 청소년들이 기차역 대합실에 모여 노래를 부르는가 했는데, 잠시 후 밖으로 나가더니 어딘가를 향해 동양식 절을!
흰 티셔츠에 마분지로 만든 토끼모양의 관을 쓰고.....
한 소녀를 붙잡고 물어보니 영어를 잘 못하는 듯 웃기만 하네.
혹시 부활절 기간이라 그와 관련한 행사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세계 어딜 가든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 앞에 꼭 있는 맥도날드 앞에서 비를 긋는 사람들.
까막눈 주제에 비도 피할 겸 서점에 잠깐...
멋모르고 들어갔는데 세계 10대 서점으로 꼽히는, 1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서점이란다.
해리포터 작가가 이 서점에서 해리포터 시리즈의 영감을 얻었다는 얘기도 들은 듯하다.(조오기 카메라로 노리고 있는 누군가도 관광객인 모양. ㅎㅎ)
포르투의 특산요리라는 대구 스테이크까지 한 접시 먹고 나니 빗발이 가늘어졌다.
슬슬 기차역 뒷동네 쪽으로 올라가본다.
비가 잦은 동네다 보니 이런 아이디어도 내는구나. ㅎㅎㅎ
어디서 굉음이 울리길래 깜짝 놀라 돌아보니 웬 청년이 아기들이나 타고 놈직한 장난감 차를 타고 돌길을 미끄러져 내려온다.
다 큰 녀석이 뭐하는 건가 어이없어 하는데 아래쪽에서 기다리고 있는 친구놈들이 시간을 재고 있다. 맥주 내기라도 하는 모양이다. ㅋㅋㅋ
아무리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해도, 거주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집이고 길이고 수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게다.
안 그래도 시내 곳곳에 '임대', '매매' 간판을 내건 집이 가끔 눈에 띄던데....
비탈길을 따라 내려가니 갑자기 시야가 확 열린다.
이 넓은 노천까페가 날씨 좋으면 꽉 찬단 말인데......
도우루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몇 개 있지만
철교를 머리에 인 동 루이스 다리가 포르투 관광의 하이라이트!! (전신 사진은 내일 보여드리겠음)
비가 오는 게 더 좋은 연인들
비가 그쳐서 아쉬운 연인들
하늘이 점점 밝아오며 우중충하게 젖은 보도블럭에 광채를 뿌려준다.
자, 다시 윗동네로 올라가보세!
하늘은 언제 울었느냐는 듯 밝은 웃음 방끗!
이제 빨래도 잘 마르겠다. ^^ 부활절 깃발을 내건 건물조차 함박웃음을 머금은 듯..
음화핫! 모든 게 영화 속 한 장면 같지 않은가 말이지...
나무가 갈라놓은 트램의 갈림길
숙소 부근. 걸어서 언덕 꼭대기에 조성된 평지 동네.
동네 공원
숙소 이웃집들
슥소 건너편 동네식당에 저녁을 먹으러 들어갔더니, 마침 무슨 축구경기가 있는지 동네 사람들이 잔뜩 모여앉아 응원에 열을 올린다.
Downtown 호스텔.
1박에 13유로인데 아침까지 풍성하게 챙겨주는 호텔급 호스텔이다.
이 호스텔에서의 가장 큰 소득은 혼자 가기 쫌 그랬던 모로코 구간의 동행을 만난 것이다.
우리 아들과 동갑내기인 은양. 인턴 마치고 레지던트 과정을 기다리는 예비 의사님이시다.
우리 둘 다 이미 리스본에 숙소를 정해놓고 온지라, 함께 묵지는 못해도 리스본에서 다시 만나 함께 준비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짧은 아침식사 시간에 이루어진 약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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