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유럽

체코 1 - 프라하 1

張萬玉 2009. 3. 3. 11:38

 

 

이른 아침에 길을 나서 오후 서너 시쯤 프라하에 도착했으니 유럽여행 치고는 짧지 않은 구간이었던 듯. 

하지만 열차에서 재기발랄한 슬로바키아 아가씨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프라하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있다는 이 아가씨는 유럽에도 잘 알려진 김기덕, 박찬욱 감독 작품들뿐 아니라 80년대 영화들도 알고 있었고

뜻밖에 '삼포 가는 길' 같은 영화도 봤다고 해서 나를 놀래켰다.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때문에 기회가 되면 한국에 꼭 와보고 싶다고 했다. 

 

 

마침 손님이 없어서 심심했는지, 지금 이 열차가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 약도까지 그려주면서 우리 이야기에 끼어들던 열차 승무원 아줌마

 

 

예약해둔 숙소는 대부분 숙소들이 몰려 있는 중앙역에서 두 정거장 떨어진 홀쇼비체 역 하고도 다시 한번 트램을 갈아타야 하는

교통으로 보면 조금 번거로운 동네에 있다. 하지만 이곳에 묵었던 사람들 평이 하도 좋길래 한번 찍어봤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잘한 선택이었다. 지금도 프라하를 생각할 때 숙소의 추억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아침 저녁밥과 프라하 정보 열심히 챙겨주는 쥔장 내외도 좋았고, 저녁마다 물보다 싼 맥주가 한 순배씩 돌아가는 화기애애한 숙소 분위기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여행자들로 붐비는 거리가 아니라 현지인들이 사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어

매일 아침 새 소리를 들으며 동네 한바퀴 하거나 베란다에서 커피를 마시며 공들여 가꾼 옆집 장원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처음 배낭 메고 들어올 때 큰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위치 문제는 단 하루만에 답이 나왔다. 프라하처럼 작은 도시에서는 그냥 걸어다니면 된다. ^^     

사실 쇼핑가와 거리가 멀 뿐이지 프라하성이나 소지구와는 중앙역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 있으니 꼭 교통이 나쁘다고 할 수도 없다.

각설하고 프라하에 오시는 분께 강력히 추천하는 숙소는 한국 민박집인 '프라하 오케이 하우스'  http://www.prahaokhouse.com

 

프라하의 체류 일정은 5박6일, 3000코루나를 인출했는데 (1유로는 26코루나 정도) 간만에 한국친구들 만나 약간 흥청망청 했더니 모자라서

30유로 정도 더 환전해서 쓴 것 같다.

 

 

이 글을 올리려고 프라하에서의 추억을 꺼내보니 사진이 넘쳐나 도무지 감당이 안 된다.

보는 사람들이야 무슨 씰데없는 사진을 이리 많이 올렸노, 하겠지만 사진 한 장 한 장에 묻어있는 당시의 감정이 어찌나 애틋한지..... 

고르고 고르다 밤 샐 것 같아서 그냥 눈에 걸리는 대로 다 올려버리련다.

 

숙소는 1004번지에 있었다.

배낭여행을 하다가 이 도시가 좋아 눌러앉았다는, 그래서 여행자들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젊은 쥔장 내외야말로 여행길에서 만난 천사. ^^

 

베란다에서 내려다본 옆집 정원

 

 

 

 

동네 골목길

 

숙소 멤버들과 프라하 야경 보러 나선 길

 

세계일주중인 이 총각은 이틀 후에 시작되는 프라하 음악축제를 보러 왔다고 했다.

가끔 분위기 되는 곳에서 거리연주를 하여 여행비용에 보태기도 할 정도로 훌륭한 솜씨. 

프라하에 체류하는 동안에도 한 번 거리연주를 한다고 해서 가봤는데 장소를 잘못 알아 바람잡이 해줄 기회를 놓쳤다. ^^

일기를 분실한 관계로 이름도 블러그 주소도 사진 보내줄 연락처도 잃어버린 이 멋진 총각, 지금쯤 홍대나 유튜브에서 계속 노래를 하고 있을지도......

 

자, 지금부터 그리운 그 순간들을 마구마구 방출해보겠음.

 

# 소지구(Mala strana)

 

 

소지구(mala strana)가 시작되는 지점의 로레타 성당 앞 골목 

 

중세의 도서관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스트라호프 수도원

 

단번에 나를 압도해버린 그 옛날 고렷적의 도서관.

가죽 표지에 금박 글씨, 해독할 수 없는 라틴어가 빼곡한 페이지들.

그 시절 머리 벗겨진(근거 없는 상상임) 수도사들이 침묵 속에서 책장을 넘기는 장면을 상상하며 가슴이 벌렁벌렁 했다는......

 

 

 

니콜라스 성당이라고 했던가? 이름은 잊었고, 성당 문 앞에 붙은 파이프올갠 연주회 포스터에 이끌려 들어가본 성당. 

유럽 이곳저곳에서 성당이라면 수도 없이 봤지만,  바하의 토카타와 푸가를 들으며 둘러보니 감흥이 또 색다르다.  

 

 

 

 

 

장식이 너무 화려해서 성당이라기보다 궁전 같은 느낌. 

 

 

 

곳곳에서 눈길을 끄는 건물 벽 장식들

 

네루도바 거리를 향해 내려가는 길 

 

 

작은 뒷골목에서 본 특이한 표지판.

왼쪽 것은 공을 차지 말라는 얘기 같은데 오른쪽 것은? 혹시 동네 애들이 어른에게 떼지어 덤벼들지 말라는 뜻? ㅋㅋ 

 

 

 

 

 

시계탑이라고 이름 붙은 고풍한 건물 앞에서 중세 기사 복장을 한 사람들이 호객을 한다.

원래는 시계 관리인이 살았는데 소련 KGB가 활개치던 시기가 되면서 주요인물들의 동태를 감시하는 초소 역할을 했단다.

당시 역사도 역사지만 꼭대기에서 보는 전망이 이 일대 최고라는 꼬임에 넘어가 들어가봤다.

  

KGB 스파이 역을 맡고 있는 이 청년의 등 뒤로 보이는 창문, 저 창문을 통해 주요인물들의 거주지 출입을 감시했다고....

 

 

 

 

 

# 카를 교 옆 공원

카를 교로 올라가는 계단 말고 옆으로 돌면 몰다우(이곳 말로 블타바) 강변을 따라 조성된 공원이 나온다.

 

 

 

 

요즘 말로...... 앞태의 반전

 

 

 

카프카 박물관이다. 들어가진 않았다.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져 카프카 박물관 건너편에 있는 생맥주집으로 피신.

프라하에서는 맥주가 물보다 싸다. 그리고 맛있다. 술 잘 못하는 나도 매일 저녁 한잔을 마다 하지 않을 정도로......

 

# 카를 다리 위

 

카를 다리 입구. '성문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프라하에서 가장 북적이는 곳이 바로 이곳 아닐까 싶다.

카를 다리 위에는 몰다우 강 전망을 보러 온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재미있는 볼거리가 넘쳐난다.

 

 

 

 

나이가 직수굿한 악단. 그래서 더 멋지다.

 

# 프라하 성

 

 

마침 초병들이 근무교대를 하고 있었다.

 

 

 

왕궁을 둘러보고 있는데 장대비가 또 쏟아졌다. 소낙비도 같이 피하면 즐거운 추억.

 

 

 

 

 

 

 

 

 

# 프라하 구시가지

 

숙소에서 만난 울 아들 동갑내기 아가씨 박양과 의기투합, 일정을 함께 하기로 하고, 내일 가기로 한 체스키 크롬로프행 버스 표를 예매하러 갔다가

수다에 팔려 그만 메트로 종점까지......ㅋㅋ 다시 돌아와 메트로 A선 플로렌스 역에서 내려 표 예매하고 거기서부터 오늘의 관광일정 시작.

국립박물관(뒤뜰) → 바츨라프 광장 → 화약탑 → 틴 성당 → 천문시계 → 구시가지 광장(후스 동상) 까지 돌아보고 난 뒤

점심 먹는다고 들어간 집에서 피자를 시키자 맥주까지 끼워주는 바람에 (낮술 딱 한 잔에) 얼굴이 불콰해져서

애고, 꼴사나워 어쩌지? 걱정인데 마침 박양의 카메라 배터리도 떨어졌다길래 그 핑게로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쉰다는 것이 아예 뻗어버렸다.

저녁을 먹고 나서야 숙소 멤버들과 뒤늦은 밤 나들이. 

카를교에서 야경 찍으며 놀다가 어제 혼자 비를 피하던 필스너 우르겔 호프에서 또다시 한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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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그 소문 짜한 프라하의 명물 천문시계.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시계 위에 붙은 창문으로 예수의 열두 제자들이 번갈아가며 모습을 드러낸다.

 

아, 이 멋진 동상을 이렇게밖에 못 찍나그래.

후스는 잘 알려진대로 가톨릭 개혁운동을 하다가 이단으로 몰려 화형을 당한 인물. 

그러나 그의 죽음은 신앙의 자유와 변혁을 갈망하는 체코인들에게 깊은 영향을 주어 결국 신앙의 자유를 위한 투쟁에 나서게 했다.

이 동상이 있는 시청사 광장은 소련에 대한 민주화운동의 중심지였으며 오늘날에도 크고작은 집회와 축제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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