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내려오면 조금 나아지려나 했더니 웬걸, 점점 더 뜨거워진다.
370킬로를 달려서 도착한 Moonta Bay. 간단히 하룻밤 쉬어갈 곳이다.
텐트 치다 말고 다들 뻗었다. 일단 에어컨 나오는 화장실로 피신, 그러다가 마트로 단체 피신.
해 넘어갈 무렵에서야 돌아와 바다에 잠깐 들어갔더니, 모래가 부드럽고 물이 따뜻해서 좋긴 한데 뭐가 쏜다.
호주 바다는 그리 놀기 좋은 데가 못 된다. 가파른 절벽 아니면 무시무시한 파도, 잔잔한 바다에는 해파리.
해산물 사온 걸로 회심의 매운탕 끓이다가 멋진 석양을 놓쳤다.
먹고 마시고, 또 하룻밤이 지나간다.
호주 사람들의 휴가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간 월요일 아침.
아침부터 고기를 구으니 싫증이 난다. 호주 소 역시 싼 고기는 맛없고 비싼 고기는 맛있다. ㅎㅎ
갑자기 드넓은 초원에 소가 그리 많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수지가 안 맞아 방목을 포기하는 농가가 많다고 하더니....
아침식사 마치고 잠깐 해변 산책.
여유로운 아침 분위기가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준다. 이것이 진짜 휴가로구나.
기온은 20도 안팎인데 바람이 부니 어제의 폭염은 어디로 갔나, 지금은 서늘하다 못해 추울 지경이다.
물새가 바람에 떠밀려 간다. 파도 타는 물새...
다리 끝까지 걸어가니 통발로 게 잡는 사람들과 아이들 데리고 낚시 나온 사람들이 보인다.
아빠가 아이들에게 낚시도 가르치고 함께 텐트를 치고 걷으며 의논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아이들도 어릴 때부터 업무분장을 해줘야 어른스러워진다.
내게 다시 아이를 키울 기회가 주어진다면 책으로 하는 공부보다 더 요긴한 공부, 즉 살아가는 과정을, 그것도 즐겁게 익히는 데 역점을 두겠다.
삶을 사랑하는 능력이 머리보다보다 몸으로 익히고 키워야 하는 자질이라는 것을 왜 나는 진즉 깨닫지 못했을까.
잠깐만 나갔다와서 짐을 싸려고 했는데 그새 누가 내 텐트를 걷어놨다. 여유를 즐기면 바로 민폐로 돌아온다.
오늘의 목적지는 애들레이드. 200여 킬로만 달리면 되는 날이라 마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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