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중국

麗水市 遂昌縣에서 南尖巖까지

張萬玉 2015. 4. 8. 18:37

정작 중국에 살 때는 이름도 못 들어봤던 이 동네를 여행하게 된 것은 카드발급 재신청에 소요되는 주말 불포함 7일이라는 시간 때문이었다.

볼일을 빙자해서 가긴 했지만 사실 '간만의 홀로여행'에 대한 유혹이 그 일보다 더 크게 내 마음을 지배히고 있었던지라

자기 집에서 편하게 놀다 가라는 친구의 호의를 뒤로 하고 카드 신청 다음날 바로 기차에 몸을 실었다.

워낙 알려지지 않은 곳을 인터넷의 정보만으로 더듬어간 길이라, 읽는 이의 지루한 사정 고려하지 않고 여정을 낱낱이 기록해두려고 한다.

 

내 살던 때와는 달리 중국 기차는 엄청 빨라졌다. G로 표시되는 시속 300킬로미터의 高鐵과 D로 표시되는 動車 덕분이다.

홍차오역에서 출발하는 G나 D를 타려고 했지만 아무리 한 시간 만에 도착한다고 해도 오후 4시 출발편밖에 없으니 

차라리 다섯 시간 걸리더라도 아침 7시 반에 출발하는 K(快客) 쪽이 나을 것 같아 남역으로 갔다.  

 

 

이 기차는 쿤밍까지 가는 기차라 장거리 손님들이 많다.

쟈싱(嘉興), 항저우(杭州), 닝뽀(寧波), 이우(義烏), 진화(金化) 지나 롱여우(龍遊) 역에서 하차. 용이 노는 동네라니 을매나 멋질꼬.

 

 

역에서 내리면 쑤이창(遂昌) 가는 버스가 바로 있을 줄 알았다. 헌데 일단 롱여우쩐(龍遊鎭까지 나가서 쑤이창 가는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네.

언제 다시 올지도 모르는 롱여우쩐 행 버스가 눈앞에서 떠나버려 합승 택시 10원어치 타고 롱여우쩐에 도착해보니

쑤이창 행 버스 시각이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다. 현재 시간 2시. 흑흑...

오늘의 최종 목적지는 난지엔얜(南尖巖) 산장. 하지만 3시 반에 출발하는 저 버스 타고 가봐야 하루에 두 번 있다는 난지엔얜행 버스로 연결하기는 글렀다.

안 되면 쑤이창에서 자지 뭐,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그제서야 이러고저러고 말 붙이는 사람들의 소리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따, 쑤이창현에서 휴대폰 대리점을 한다는 朱씨...

한눈에 내가 한국사람인 것을 알아보고(몇 년 전에 한국에 다녀왔다네) 현지인으로서의 도우미를 자처하고 나서는데

좀 번거롭긴 하지만 정보가 워낙 없는 동네라 일단 말을 섞다 보니 그의 호의가 점점 부담으로 다가온다.

버스가 오니 총알같이 쑤시고 들어가 내 자리를 맡아놓고, (22원씩이나 하는) 내 차비를 내버렸다. 펄펄 뒤며 만류해봐야 소용없다.

다행히 난지엔얜 간다는 항저우에서 온 커플이 옆에 앉아 그 남자의 부담스러운 호의를 나눠가질 수 있었다. ^^

 

쑤이창까지는 한 시간 남짓. 우시(烏溪)강 줄기를 끼고 구비구비 돌아가는 멋진 길이다.

쑤이창 버스터미널에 도착해보니 역시 난지엔얜 가는 버스는 끝났다.

친절한 朱선생은 제 갈길 안 가고 우리 곁에 남아 우리를 난지엔얜에 보내주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방법이 없으면 편법이 있다. 이것이 중국 방식... 이 방식은 시골로 올수록 더 진가를 발휘한다.

일단 난지엔옌 가는 길목인 스리엔(石練)쩐까지 가는 버스를 타란다. 거기서 버스기사가 (물론 주씨의 특별부탁으로) 난지엔얜까지 가는 차를 불러준다나.

주씨 아저씨 덕분에 항주커플과 나는 150원의 택시(아니, 자가용영업)비를 1/3씩 부담하고 가비얍게 난지엔얜 산장 옆 농가민박에 짐을 풀 수 있었다. 

 

쑤이창 번화가.

 

 

난지엔얜 가는 길.

그 이름값이라도 하는 듯 꼬불꼬불하고 가파른 산길이 한 시간 내내 계속된다.

여기까지 올라오는 버스는 하루에 단 두 차례.

 

집집마다 멋진 벽화가 그려진 산간마을을 지나는데 어찌나 아쉽던지.

 

올라갈수록 짙은 안개... 아니 구름.

올라간 뒤에야 알았다. 여기야말로 '구름 속의 산책로'인 것을..

이층의 문 열린 방이 내 방.

70원이라는 착한 가격은 마음에 들지만 밤에 추워서 혼났다. 더운물이라는데 미지근하기만 해서 샤워도 생략.

하지만 딸을 한국에 유학시키고 있다는 주인장 내외가 너무 친절해서, 추운 계절 아니라면 소개하고 싶은 민박집이다. 

 

항저우커플이 내게 메뉴 선택권을 주어 완전히 내가 좋아라하는 것들로만 시켰다.

껍질콩 볶음, 탕수돼지갈비, 작은 민물고기 튀김,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바로바로... 죽순탕이다.

대나무로 먹고사는 동네인 데다가 지금이 한창 죽순을 수확하는 계절.

주인아주머니가 직접 채취한 생 죽순 듬뿍 넣고 절인 갓(쏸차이)과 땡초를 곁들여 개운하게 끓여내왔다.

 

매너 좋은 항저우 커플과 동행하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사내 연애로 시작됐다는 이 연상연하 커플은 머잖은 결혼식을 앞두고 있어 그런지 주변에 귀여운 달달함을 마구마구 뿌려댄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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