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천리를 보는 아들네미가 추천해준 부육섬에 다녀왔다. 보스포러스 해협 인근에 있는 프린스 제도 중 하나다.
넘치는 햇살, 잘 가꾸어진 정원을 뽐내는 고풍한 집들, 마차와 자전거만 다닐 수 있는 초록초록한 마을길, 이 섬의 하이라이트인 숲속 공원과 그 아래로 떨어지는 숨막히는 바다풍경, 딱 이탈리아의 어느 해변마을 같았다. 사람들도 비슷하게 생겨서 더욱... ^^
햇살과 초록과 사람들에 꽂혀서 오늘도 엄청나게 찍어댔다. ㅠㅠ
블루라인 메트로 종점인 카바타쉬에서 출발, 네 개 섬을 돌아오는 배를 타고 부육아다(Ada가 섬이라는 뜻인 듯)에서 내렸고,
돌아올 때는 아시아지구에 가보려고 카드쾨이행 배를 탔다.
내려올 때 보니 인구밀도가 비교적 쾌적했던 아침과는 달리 인파가 장난 아니었다(주말이라 그런지도...). 다녀오시려면 일찍 서두르는 게 좋겠다.
청춘남녀로 붐비는 유람선에 올라타니 내 마음도 청춘. ^^
눈이 호강한다. 내 앞에 앉은 미녀들에게 (좌로부터) 까뜨린느 드뇌브, 카렌 목(막문위), 줄리엣 비노쉬라고 별명을 붙여줬다.
진짜 닮지 않았수?(왼쪽에서 두 번째)
유일하게 영어가 되는 튀니지 아줌마와 놀면서 갔다. 이 아줌마도 혼자 여행을 왔단다.
처음 나온 혼자 여행이라 좀 막막했는데, 운 좋게도 알제리 아가씨를 만나 짝이 되어 같이 다닌 지 사흘째란다. 아하, 같은 불어권이구나.
고급 별장이 즐비하고 물색도 아름답다. 마치 소렌토에서 카프리섬으로 가고 있는 기분.
객실로 내려와보니 여기도 곳곳에 미녀가!
다 왔다!
자전거 대여점 영업 시작.
마차도 대기중. 작지 않은 섬이라 한 바퀴 다 돌아보려면 마차나 자전거의 도움 없이는 힘들다.
나는 걷는다. 편도 4킬로 정도 떨어진 공원까지만 다녀오려고.
오래되기도 했겠지만 역시 습기의 공격에 남아날 목조건물은 없는 듯.
남들처럼 구비구비 도는 길을 따르면 쉬울 텐데, 바로 질러 올라오는 길을 택하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잘 가꿔놓은 남의 정원 구경도 쏠솔.
다리 아프면 남의 집 문턱에 앉아 쉬고...
오르막 구간 옆 샛길. 허벅지 터지기 직전이구나들...
오프로드. ㅎㅎㅎ
공원입구 도착
바다가 바로 내려다보이는 초원이라니...
자전거와 미녀들이 끊임없이 입장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노천 테이블에서 점심을 먹었다.
빼어난 경치 구경하느라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젊은친구들이 많았다. 엠티 온 듯...
대개들 재료를 준비해와서 공원에서 빌려주는 화로에 구워먹는다. (역시 형제의 나라?)
아제르바이젠 바쿠에서 온 가족들이 같이 먹자고 앉으란다.
금방 배부르게 먹었지만 살가운 청에 못이겨 잠시 끼어들어 수다 좀 떨다가 가지구이 한 입 맛봤는데,
어휴... 이게 대체 무슨 향이냐. 엄지 두 개로 모자라는 맛이다. 혼자 점심 먹은 게 후회 막심.
항구로 내려오니 아랫마을은 인파로 터져나가고 있다. 어휴, 이런 데라면 절대 안 왔을 거다.
안녕! 하루 잘 놀다 간다~
배에서 내린 곳은 아시아지구에 있는 카라쾨이. 그동안 머물렀던 유럽지구와 공기부터 다르다. 드라마틱한 서민의 향기랄까.
조증이 발동하여 위스크다라까지 가보기로 한다. 하지만 부육섬에서 걸을만큼 걸었으니 오늘은 항구 근처만 잠깐 둘러보고 가기로.
카라쾨이에서 위스크다라 행 배가 있는 에미네뉘까지 가는 뱃길은 짧지만 막 소리를 지르고 싶을 만큼 멋졌다.
폰 배터리가 나가줘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무의미한 사진폭탄을 막 쏟아부었을꺼다.
에미네뉘에서 위스크다라 가는 뱃길 역시. 원래 배 타는 건 별로인데 오늘 숲 때문에 조증 걸렸나?
인파로 북적대는 항구들마저 막 이국적이고 센티멘털한 느낌으로 다가오면서 괜한 스토리들을 지어내고 있다.^^
카드쾨이 항구 인근 하이다르파샤 역사.
터키에서 아시아 내륙으로 가는 기차여행이 시작되었던 유서 깊은 건물이다.
카드쾨이 항구의 악사. 아주 구슬픈 민속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결혼피로연이 열리는 유람선이 위스크다라 항구에 정박중이다.
노래 가사처럼 '스카프에 캔디르르 싸서 주던' 그 인연일까?
위스크다라는 왠지 이란의.... 하마스나 타브리즈 느낌이었다.
낡은 건물들이 많기도 했지만 유럽지구보다는 훨씬 덜 세속화되고 덜 현대화된.... 터키가 무슬림국가라는 것을 새삼 상기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었다.
뭔지는 그리스에서 들어와 마지막 일정 할 때 알아보는 걸로.... 오늘은 사전답사로 만족하자.
마르마라이(해저터널)를 타고 시르케시로 돌아와 갈라타 다리 아래에서 10리라짜리 고등어케밥 샌드위치(엄청 커서 반은 남겼음. 양상추와 구운 고등어가 빵과 잘 어울린다. 강추!)로 저녁을 먹고 귀가. 안 그러려고 했지만 오늘도 빡셌던 하루. 저녁 9시 전인데 곯아떨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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