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투정처럼 말하겠다. 카트만두가 싫다.
흙먼지와 매연으로 뒤덮인 하늘과 땅, 곳곳에 파손된 도로만큼이나 험상궂게 파손된 교통체계는 바깥출입 자체를 꺼리게 한다.
그렇다고 집 안은 쾌적한가? 어우, 습하고 춥다.그나마 햇빛을 찾아 옥상이나 테라스를 찾아도 즐길 만한 전망이라곤 없다. 혼자 왔더라면 도무지 마음 붙일 곳을 찾지 못하고 바로 떠났을 것이다.
사실 카트만두에 정나미가 떨어진 데는 결정적인 다른 이유가 있다. 사람들 때문이다.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정도를 넘어 구실만 있으면(아니 구실이 없어도 힘만 있으면) 남의 밥그릇 빼앗기를 예사로 아는 공무원들...이라고 해두자. 먹고살기 어려운 환경에서 눈치껏 능력껏 부스러기라도 챙겨 먹는 게 장땡이라는 건 그 누구라도, 그 어느 사회에서라도 통용되는 얘기....나도 안다. 하지만 암만 생각해도 이건 지나치다.
네팔 아이들에게 주려고 챙겨온 물품 중에 한국 업체에서 기증받은 새 교복이 있었다. 이왕이면 새 것이라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태그를 제거하지 않은 게 문제가 되어(밀무역으로 취급됨) 압수당했는데,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해당사항이 없는 중고 노트북 8대까지 압수당한 것이다. 기부품목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만큼 거액의 세금을 물려(거의 100만 원 가량) 일단 포기하고 나왔다가 다시 가서 사정하니 다른 날 다시 오라고 하고, 다시 갔더니 담당자가 없다고 하고 결정이 안 났다고 하고.... 그렇게 세 번이나 걸음을 하고는 결국 뺏기고 말았다. 지진 이후 관세액을 거의 400% 올렸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트만두로 대표되는 네팔이란 나라로 향하는 마음을 거두지 못하는 건 사람들, 더 정확하게는 젊은이 어린이들 때문이다. 이 나라에는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그래서 '꿈'이라는 걸 키울 여지가 많은 젊은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다. 교육열도 높고 공동체 사회(부족이라는 아이덴티티가 더 강하긴 하지만)에 대한 애정도 깊고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시각도 신랄하다. 내일을 향해 반짝이는 눈동자들은 도무지 뭐라뭐라 할 말을 잊게 만든다.
어느새 한네연 공식일정이 끝나간다. 다치기 쉬운 어린 싹을 보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보낸 일주일, (개인적으로는 어깨너머로 한 구경이지만) 이 단순한 견문조차도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그룹 홈 방문 전 아이들에게 줄 간식 선물을 준비하러 (아마도) 카트만두에서 가장 큰 마트(Great Market ^^)에 들렀다.
우리나라 대형마트나 바슷할 정도로 크고 종목들도 다양했다.
환영 나온 아이들
한네연과의 인연이 거의 10년 가까이 되어간다는 가장 모범적인 그룹 홈 '메리 홈'
전쟁 혹은 지진 때문에 부모를 잃고 가정이 파괴된 아이들이 하나 둘 모여 새로운 형제자매가 되었다. 가장 오래 된 곳이라 그런지 다른 그룹 홈들에 비해 아이들의 우애가 남달라 보였다. 기저귀 찰 때 와서 어느새 열 살이 된 아이들도 있고, 이곳에서 학교를 마치고 대학생이 된 청년들도 있다.
이 집의 맏형이 환영인사를 하는 중.
그룹 홈 2
가장 형편이 어려워 보이는 그룹 홈 3
그러나 아이들은 똑같이 해맑아 보인다.
생일 맞은 아이가 있어서 케익을 자르는 중
그룹홈 3 : 한국 스님이 운영하시던 곳인데 1년 전에 돌아가셔서 지금은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그룹 홈들을 지원하고 연합활동들을 지원하는 NGO CYWA의 활동가들
한국 수녀님들이 운영하시는 지역아동 돌봄센터 Sait Paul Edu Center
공식활동 마지막날 날은 그룹 홈 아이들 전체가 모여 야심적인 단합대회를 준비했다.
체육대회인 줄 알았는데 장끼자랑 무대였다. 주로 춤과 노래, 그리고 대동놀이.
아이들의 다이너마이트 같은 육탄공세에 즐거이 몸을 내맡기며 생각했다. 나는 전생의 무슨 인연으로 이 먼 나라에서 특별한 업을 쌓고 있는 걸까.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1567675883302096&id=100001790974314
'여행일기 > 아시아(중국 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네팔 12 - 포카라 8 / 히섭의 집 (0) | 2018.01.06 |
---|---|
네팔 11 - 반디푸르 (0) | 2018.01.06 |
네팔 9 - 카트만두 2 / 파티파슈나트, 파탄, 박타푸르 (0) | 2018.01.06 |
네팔 8 - 카트만두 1 / 스와얌부나트, 더르바르 (0) | 2018.01.06 |
네팔 7 - 포카라 7 / 인근 마을 트레킹 (0) | 2018.0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