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2011)/上海通信(舊)

다른나라 문화전통을 일방적으로 폄하하지 말자(펌)

張萬玉 2005. 4. 23. 16:23
 

영성님의 글에 대한 몇 가지 질문과 의문

- 다른 나라의 문화전통을 일방적으로 폄하하는 것은 편견

명덕

글을 쓰지 않기로 했는데, 몇 마디 하지 않을 수 없군요. 글은 각자의 경험과 지식, 그리고 사실에 기초해서 쓰는 것이겠지요. 남의 글을 부분적으로 읽거나, 글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해하지 않을 때 오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남의 나라의 문화나 역사, 민족성을 어떤 한 측면을 부각시켜 얘기 할 때는 흥미로울 수는 있으나 오도된 시각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부분적인 것을 전체적인 것으로 판단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선입견으로 인한 편견과 이데올로기적 시각을 갖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두고 논리적으로는 <부당주연의 오류>라고 하지요. 중국의 역사와 문화적 전통은 대단히 광범위하고, 여러 측면에서 우리는 그들로부터 많은 것을 들여왔으며, 그들의 문화적 <능력>을 통해서 우리 나름의 문화적, 사상적 전통을 세워왔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어떤 갈등과 반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남의 문화적 전통이나 민족성과 같은 미묘한 문제, 나아가 역사적 맥락에서 이루어진 음식문화, 도덕성과 같은 특정한 부분을 걸고 넘어지기 시작하면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인육을 먹었느냐 하는 문제는 비단 중국 한 국가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예외 없이 해당합니다. 먹고 살기 어려운 사람이 고기를 먹고픈 부모를 생각해서 자신의 넓적다리를 잘라 봉양했다는 우리의 얘기는 효성의 지극한 본보기로 전래되기도 하지요.

이야기하신 바와 같이 인육을 <어쩔 수 없는 경우>에 먹는 얘기는 어느 문화권에서도 있어왔습니다. 중국은 예외였다고 하는 것을 보인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다만 그런 얘기들이 일어나는 상황과 맥락을 전체적으로 이해한 다음에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따져야 할 것입니다.

자신의 특정한 경험 사례에 비추어 그 사례를 일반화하는 것은 옳지 않은 태도로 여겨집니다. 공자의 경우도 유비의 경우도 그런 맥락에서 이야기되어야 하지 않을른지요.

중국이란 나라에서 ‘먹고사니즘’이 제대로 해결된 게 모택동 이후라는 것은 다 아는바가 아닌지요. 가난한 민중들에게서 어쩔 수 없이 있었던 ‘인육식’에 관련된 과거의 음식문화 전통을 오늘의 관점에서 일반화해서 이해하는 것도 옳지 않은 태도로 여겨집니다.

서양인들 중에 동양에 대한 경멸을 나타내기 위하여 그런 특정한 예들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쓴 책을 더러 보았습니다. 사실은 긍정적으로 쓴 글이 훨씬 많지만.

글이 길어지지 않기 위해서 몇 가지 사실에 대한 의문을 던져보겠습니다.

<내가 겪은 중국인들은 대체로 불친절하고 버릇 없고 게으르고 불결하며 음험했다. 물론 중국은 큰 나라이며 내 개인적인 경험과 주관은 코끼리 다리만지기인지도 모른다. 내 주관이 반드시 옳다고는 생각치 않으며 반론이 있을 것으로 본다. 아래의 글에 대한 반론을 환영한다.>

영성님의 개인적 경험과 주관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면 자신이 겪었던 예를 구체적으로 적시해 주어야 합니다. 설령 그런 예를 적시했더라도 앞서 말씀 드렸던 부분적 예를 전체에 적용하는 <부당주연의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군 시절에 특정한 지역의 고참으로부터 황당한 경험을 했다고 해서 그 고참 고향 전체 사람을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이게 바로 우리의 지역감정의 골을 깊게 했던 잘못된 인식과 판단을 가져 왔습니다.

어떤 사람이 <내가 겪은 중국인들은 대체로 친절하고 예의 바르고 부지런하고 깨끗하고 정직했다. >고 하면, 이것은 영성님의 논지에 대한 정확한 반증의 사례(카운터 이그잼플)일 수 있습니다.

또 아래에 든 사례는 결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본 적합한 사례가 아닙니다. 그것은 역사적 사실이거나 문화적 실례들이었지, 자신이 겪은 경험에 비춘 판단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지요.

<유교의 이념은 어질 인이라고 하지만 중국의 지배계급에게 어질 인 또는 휴머니즘이란 개념은 존재해 본 적이 없다.>

대단히 위험한 말입니다. 지배계급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공자와 맹자는 지배계급입니까? 아닙니까? 맹자와 공자의 정치사상은 인에 기반한 것이 아닌지요?

이들의 휴머니즘이 아니라고 단적으로 어떻게 말할 수 있는지요. 이들이 내세운 정치이념을 실현하려고 노력한 역사적 인물들은 또 어떻게 평가하겠는지요. 또 그들로부터 영향 받은 우리의 정치이념은 무엇인지요?

<중국의 식인 풍습은 태고때부터 전래되어 온 관습으로서 공자도 사람의 시체로 만들은 짠지가 없으면 밥을 안 먹을 정도로 사람고기를 즐겨 먹었다는 게 공자연구가였던 임어당의 말이며 시장에서 사람고기를 잘라다가 늘어놓고 파는 것은 중국시장바닥의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임어당이 상당한 경지의 공자 연구가이었고, 공자에 관한 드라마를 썼다는 것도 들었습니다. 공자에 관한 평도 다른 각도에서 가령 통이 크고, 광범위한 지식과 식견을, 나아가 문학적 능력을 가진 인물로 평한다는 것도 들었습니다.

영성님. 물음의 골자이지만, 제가 아는 게 없어서 그런데 임어당의 어느 책에 이런 대목과 구절이 있는지요. 알고 싶군요. 아마 있을 것입니다. 설령 이런 구절이 있다고 해서 그 말을 맥락에서 이해하지 않고 해당 구절에 대한 축자적 이해와 번역이라면, 오해를 빚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말도 있다고 합니다. <사람고기는 개 값의 6/1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고기를 먹었다 해도, 이것이 도덕적으로 문제된다는 것을 의식하면서 행해진, 의식주가 해결 안 된 사회에서 저질러진 어떤 풍속일 수 있습니다.

공자의 정사에는 공자가 인육을 즐겼다는 말은 없다고 합니다. <자로> 인가하는 제자가 공자가 몹시 곤궁하던 시절에 고기를 사다가 주어서 공자가 정신 없이 먹고 보니 그것이 인육이었다는 야사가 전해지긴 한답니다. 유비의 경우도 그럴 수 있습니다.

<혈식군자>라는 표현이 있는데, 여기서 혈은 <날고기> 혹은 <고기>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답니다. 공자가 육식을 즐겼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지, 이것을 두고 직접적으로 <인육>을 즐겼다는 것으로 해석하면 온당한 해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공자에 관한 정사에 인육을 즐겼다는 것은 나오지 않고, 만일 임어당이 그런 말을 했다면 그 전거가 어디인지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부족한 식견도 넓히고, 그런 연구결과가 있었다면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따져볼 수 있지 않겠는지요.

설령 이런 말이 사실이더라도 당시 중국의 여러 정황을 고려해서 판단할 일이지, 오늘의 시각에서 그들의 음식의 행태를 보고 그들의 민족적 품성을 평가하는 방식은 썩 내키는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되는군요.

요컨대 다른 나라의 문화와 민족의 역사와 전통을 우리의 시각으로, 혹은 전혀 다른 맥락에서 얘기하는 것은 오해를 만들어 낼 수도 있고, 더구나 그런 얘기를 오늘의 시점에 갖다 놓고 왈가왈부하면서 어떤 정치적 판단을 강요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우리의 경우에도 늙은 부모를 산 채로 묻는 옛 풍속을 오늘의 도덕적 시각으로 논의해서야 올바른 문화에 대한 해석일 수 있겠는지요. 역사, 문화. 사상은 해당하는 <시대의 산물이자 아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특정 문화적 양태가 주어진, 한정된 시대적인 문맥에서 어떤 사태를 이해하는 것이 옳은 태도라 여겨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