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중국

운남성 유람기 11 - 쇼쇼쇼(19禁)

張萬玉 2005. 7. 8. 08:44
다음으로는 관광지로 이름이 올라 있는 만팅쓰(曼庭寺)에 갔다.

절 규모가 좀 더 크고 손질이 되어 있다는 것 외에 금방 본 절이나 비슷하지만 정원만큼은 절답지 않게 현란하다. 원색이 찬란한 꽃들과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풍기는 꽃향기, 시원스럽게 늘어진 야자수와 종려나무 아래 예쁘게 다듬어진 관목들, 그리고 그 위로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은 가히 인상파의 그림 속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생생하고 강렬하다.

 

우리는 사실 감람파에 온 것이 한비야씨가 극찬했던 메콩강변을 따라 걸으며 이국적인 자연을 만끽하려는 것이었다.

이것은 서둘러 그녀의 책을 읽는 통에 이 길이 오솔길인지 찻길인지를 확인 안 하고 내 마음 속에 멋대로 그려버린 풍경화가 빚은 오해였다. 상해에 돌아와 책을 들춰보니 우리가 버스 타고 지났던 길이 바로 그 길이었던 것.

한비야씨는 버스 대신 자전거를 타고 그 길을 지나며 정말 멋진 자전거하이킹 코스라고 감탄했던 것이다. 그런 줄 알았으면 이를 악물고 안 조는 건데... 버스로 감람파에 도착하여 도보로 찾아가야 하는 어떤 오솔길인 줄로 착각했던 것이다.

 


어, 사진 찍어놓으니 진짜 멋진 오솔길이네...

 

마을 전체가 남쪽나라 시골마을 특유의 분위기를 갖고 있기는 해도 너무 기대를 했던 탓인지 아무래도 더 좋은 데가 있을 것 같아 굳이 메콩 강변으로 내려가자고 하니 인력거꾼은 "강변에 아무 것도 없는데..."를 되풀이하며 실어다준다. 가까이 본 메콩강은 실망스러울 만큼 더럽기만 할 뿐 정말 별거 없었다.

 


2004년에는 메콩강변을 이렇게 가꾸어놓았다고 한다.

 

어쨌든 뭔가 계속 속고 있는 기분을 떨치지 못하고 원림으로 돌아왔는데 여기서 씨쐉반나 관광의 진실을 발견하고 말았다.

 

싸구려 서커스단 같은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 태국춤 비슷한 다이족의 민속춤이 20분 가량 진행된 후 아가씨 셋이 세숫대야 하나씩을 끼고 등장하더니 얇은 나일론 천으로 몸을 가리고 속에서 옷을 벗는 게 아닌가. 이름하여 목욕춤이란다.

 

설마, 춤이겠지 하는데 웬걸! 수도 대롱 빼놓은데서 물이 쏟아지자 하나는 그 밑에 들어가고 둘은 무대 앞에 마련된 작은 풀로 다이빙을 한다. 오잉, 젖은 나일론의 실루엣도 민망해죽겠는데 풀에 들어간 두 아가씨는 어느새 고것까지 벗어던졌다. 중국 공안이 얼마나 무서운데 겁도 없이 이런 변태영업을! 무대 옆에는 어느새 잽싸게 입간판이 섰다. "사진 찍으면 벌금 천 원!"

 

헉.... 진짜 벗는다!

 

갑자기 발생한 돌발사태에 순진한 아들네미는 얼굴이 벌개져 눈을 어디에 둬야 좋을지 쩔쩔매고 남편은 입이 귀까지 찢어졌나 어쨌나 미처 못봤다. 나 놀래기에 바빴으니까.

아무튼 한 5분 가량 목욕하는 척 하던 아가씨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옷 찾아 입고 돌아서더니 갑자기 관객 쪽으로 물을 한 대야 퍼서 확 던진다. 놀란 관객들이 막 밖으로 뛰어나가고... 바야흐로 미얀마의 설 행사(사실은 음력 4월)인 물끼얹기 놀이가 시작된 것.

 

에라이... 물벼락 맞아랏!

 

날은 덥죠 부실하게 먹은 점심에 배는 고프죠 시키지 않는 안내를 자청한 인력거꾼의 엉터리 보통화에 짜증 나죠...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 우리는 한 개 3원씩이나 하는 파인애플을 세 개 사서 단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원기가 살아나니 자, 이제 징홍으로 돌아갈거나. 내일은 좀더 잘 보내야지.

 

징홍으로 돌아와 숙소를 잡으려고 <세계를 간다> 지침에 따라 게스트하우스가 많다는 춘환공원을 찾았지만 춘환공원은 만팅공원으로 바뀌고 정보와는 달리 숙소가 하나도 눈에 띄질 않는다. 4성급 이상의 호화 호텔만 잔뜩 들어서 거기가 관광개발특구라나. 에라, 그냥 돈좀 써봐?

 

망설이면서 어정쩡하게 걷다 보니 게스트하우스가 몇 채 눈에 들어온다. 싼 삔관도 두 개 있다. 2인실 표준방 90원 하는 싼시따쥬디엔을 찾아 짐 풀어놓고 맞은편에 다이족 특미를 하는 식당으로 갔다.

 

태국에 다녀온 적 있는 후배가 태국음식 끝내준다고 하여 기대를 했었는데 음식이 그게 뭐야, 태국식도 아니고 중국식도 아니고 한 마디로 빈티음식이랄까.

음식 이름을 잘 몰라 150원 하는 세트요리를 시켰는데 원재료를 대강대강 '처리'한 듯한 가짓수만 많은 밥상이 전부 썅차이 아니면 썅차이보다 더 지독한 화쟈오(꽃고추?), 한 그릇당 한 근씩은 족히 넣었음직한 생강 등 향신료 냄새로 가득하다.

신기해라, 그래도 아들놈과 후배는 잘도 먹네. 난 그저 바나나잎에 싼 보라색 찹쌀떡(이것도 들쩍지근한 게 재미없음)과 알람미로 지어 뭉쳐놓은 밥덩어리만 실컷 집어먹었다. 배가 고파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있는 만팅공원이 밤 11시까지 문을 연다기에 부지런히 가봤더니 문을 안 닫은 건 맞는데 표 파는 사람도 없고 공원 안의 불은 몽땅 꺼져 한치 앞도 안 보인다. 무서워서 깊이는 못 들어가고 한 50미터쯤 들어갔다가 돌아나왔다. 오늘의 관광은 거의 물패!

 

1999.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