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중국

운남성 유람기 9 - 정통이냐 사이비냐

張萬玉 2005. 7. 7. 09:47

정통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처럼 인간들이 열 올리는 논쟁꺼리가 또 있을까? ^^

음악회 1시간 반 동안 연주된 곡은 단 7곡(모두 10분 이내의 짧은 곡), 나머지는 주로 나시 음악계의 대부라는 사회자 시엔커 박사의 입담인데, 일관된 주제는 무엇이 정통 나시 음악이냐였다.

하긴 그가 이끄는 악단 열 대여섯 명 중 80 넘은 노인이 8명(최고령 89세)이니 정통<正宗>을 들먹거릴 만하지만, 좀 심하지 않은가?

 

아하, 음악회가 끝나갈 무렵에야 분위기를 파악했다.

최근 들어 꾸청 내에 경쟁업체(?)가 자꾸만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더 넓은 관중층을 겨냥하여 음악과 춤을 함께 소개하거나 가라오케실까지 갖춰 함께 영업하는 집도 있고 입장료도 약간 싸게 하고 시간도 약간 길게 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낸들 정통과 안정통을 어떻게 구별하겠나. 청바지 입고 하는 연주에서 제 소리가 나겠냐고 기염을 토하는 시엔커 선생의 애타는 마음과는 달리 그저 90 가까운 할아버지들의, 칠 때 치고 안 쳐야 할 때 안 친 그 정정함에 감탄을 금치 못하는 정도의 소양인걸.

음악은 나시족의 제례 때 쓰인 장중한 합주가 세 곡, 한족 음악보다 약간 야성적인 맛이 나는 독창과 피리연주였는데, 뭘 모르는 나로서는 그저 악기소리를 즐겼을 뿐.


 

 

음악회 후 시엔커 박사의 인물평을 둘러싸고 우리 내외간에 잠깐 설전이 벌어졌다.

 

나의 입장 : 순 장사꾼이다, 사대주의적이다(처음 시작할 때 200여 명의 중국청중을 제쳐놓고 열 명도 안 되는 노랑머리들을 향해 계속 영어를 지껄여댈 때부터 내게 밉보였다) 우리가 음악 들으러 왔지 웃기지 않는 개그 들으러 왔냐, 젊은 세대에 대한 콤플렉스가 지나치다(그는 70세) 등등

 

남편의 입장 : 그래도 저런 이들 없이 소수민족 중에서도 소수인 나시족의 문화가 과연 계승될 수 있는가. 동기야 어쨌든 무관심 속에 버려져 있는 동파문화를 상품으로 만들어 외국의 관심을 끌었기 중국정부에서도 소수민족 문화 보존에 신경 쓰는 것 아니냐(사실 리장과 동파문화는 중국사람들에게보다 서양사람들에게 더 잘 알려져 있다). 문화혁명 이후 전국으로 흩어진 나시족 음악의 '쟁이'들을 한자리에 끌어모아 해외순회연주도 만들고... 과정이야 모르지만 사업수완이 뛰어난 사람 아니냐. 과연 나시음악의 대부라 할 수 있다 등등...

역시 사고가 긍정적인 사람이 저런 평을 하는군.

 

돌아오는 길에 살벌하게 터뜨리는 폭죽을 피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솜사탕도 사먹고 늘어난 짐(기념품 산 것과 상해 떠날 때 입었다가 사철이 봄인 운남성에서 벗어버린 겨울옷)을 담아갈 박스나 푸대가 있을까 하여 뒷골목을 기웃거리다 열두 시가 다 되어 숙소로 돌아왔다.


아, 오늘이 리장에서의 마지막 날. 특별히 정이 들었던 리장에서의 밤이 정말 아쉽구나.

리장은 내게 소수민족, 특히 몽고족의 일파로서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와 한 피일지도 모르는 나시족에 관해 관심을 갖게 한 곳이다. 그들이 쓰는 말의 語順, 사용하는 물건(뒤주, 맷돌) 등 비슷한 점도 많고 외양도 인디언 같고(즉 한국 시골사람 같다) 부지런하고 직선적인 성격도 그렇고...

상하이로 돌아가면 도서관 가서 소수민족들의 연원과 역사, 현황에 대해 한번 찾아봐야겠다.

 

1999.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