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반에 일어나 어둠이 가시지 않은 거리를 어슬렁거리다 음식골목을 찾아들어 쌀죽과 해장국 비슷한 국물에 만 쌀국수 등으로 아침을 먹고 황송하옵게도 커피까지 한 잔씩 마신 후 운남성 박물관으로 가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전관을 공사하느라 휴관이다.
2월 16일에 이미 시작한 세계 꽃박람회를 필두로 4월의 세계박람회까지 네 개의 굵직한 국제행사가 이곳 쿤밍에서 열리기 때문에 쿤밍은 곳곳에 공사가 벌어져 있다. 뿐만 아니라 쿤밍에 외국 손님이 온다는 것은 대리, 리장, 씨쐉반나에도 온다는 뜻이기 때문에(세트로 포장된 관광상품임) 우리가 거쳐온 도시들이 모두 파헤쳐져 있었던 것이다.
어쩌나, 명승이 있는 시외로 뛰기는 너무 시간이 늦었고 쿤밍 시내에서 놀 수밖에. 꿩 대신 닭이라고 성 박물관 대신 시 박물관으로 갔다.
알고 보니 우리가 가려고 했던 신지가 바로 쿤밍의 고대유물 대부분이 출토된 곳이다.
상해, 남경 박물관에서 입을 딱 벌리게 했던 기기묘묘한 청동기시대의 유물이 시 단위의 박물관일 뿐인 이곳에도 (약간 서역문화의 냄새가 나지만) 풍부하게 전시되어 있다.
한족인 주은래 총리도 씨솽반나에 오면
이렇게 변신... 이것이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
대한제국 황실의 유물을 창고에서 썩히고 있는 우리 나라 사람들과 달리 중국인은 조상의 문화유산이 오늘날 얼마나 돈을 벌어주고 있는 귀한 물건인지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백범 기념관이 너무 좁아 몇 점 안 되는 유물도 처박듯이 전시하고 그래도 자리가 없어 서랍 속에 넣어놓았다는데 중국은 전국 각지에 모택동, 송경령 고가(단 1년을 살다 간 곳이라 해도)가 있고 하다못해 그들이 남긴 메모 한 장 고무신 한 켤레도 소중히 보관해 놓았다.
박물관 한 바퀴 돌고 시간이 약간 남아 취호공원 옆의 원통사에 가니 마침 정초라 불공드리는 백성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고찰 원통사 입구
대강 한 바퀴 돌아 지난번에 과교미선 먹었던 집 옆에서 12원짜리 成都풍 스낵(음식 한 젓가락씩 나오는 열다섯 가지 세트요리)로 여행지에서의 마지막 점심식사. 그리고 쿤밍 공항에 맡겨두었던 짐 찾아 2시발 상해행 비행기에 올랐다.
아참, 창산 등반 때 만나 동행했던 일본인 엔지니어를 다시 만나 우리 아들은 너무너무 기뻐한다. 둘이 이메일 주소를 교환하고 어쩌구저쩌구.
이륙하고도 한 동안 창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건 그래도 운남성에 내 마음 한 조각이 남아 있어서일까. 이미 풍성한 흰구름에 싸여 모습을 감추었지만 사철 봄인 따뜻한 이 동네가 가끔 그리워지겠지. 싸늘하고 습기 많은 상해 공기에 몸서리를 칠 때마다...
안녕, 안녕.... 再見!!
1999.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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