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2011)/上海通信(舊)

상해부인 바람났네

張萬玉 2004. 7. 14. 18:01

이제 본격적인 무더위(大熱天)가 시작된 상하이의 수은주는 오늘도 39.8도를 향해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일설에 의하면 40도가 넘으면 출근을 안 해도 된다는 법률이 있기 때문에 뉴스에서는 늘 39.8도로 고정하여 예보를 한다고 한다(믿거나 말거나).

이 무더위를 무릅쓰고 세 팀이 상해에 다녀갔다.
한국에 혼자 있는 우리 아들을 동생처럼 챙겨주는 후배 동생 내외... 그 웬수를 언제 갚나 벼르던 중 드디어 기회를 잡게 되어 기쁘게 가이드를 자청하였다.
그 다음 주말에는 남편 친구들이... 그다음 주말에는 나의 20년지기들이...
드디어 김포공항에서 동네뱅기 뜰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해외에 사는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이 즐거운 고통을...
영국에 살던 친구는 체류기간 6년 동안 캣츠와 오페라의 유령을 각각 다섯 번씩 봤다고 한다. 나는 포트만 호텔 서커스를 10번쯤 보았고 예원과 와이탄에는 20번도 넘게 갔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오는 사람은 비싼 항공료 들여 마음먹고 떠나온 길이다. "유붕이 자원방래하니 불역열호!"  하면서 부침개 부쳐놓고 노닥거릴 수만은 없는 일... 어쨌든 나를 만나려고 저렴하고 편리한 패키지를 마다하고 왔으니 와이탄을 백 번 밟는다 해도 불평할 일이 아니지. 다만 날씨나 좀 협조해줬으면 좋겠다. (제발 한여름과 한겨울에는 오지 마시오!)

 

사실 이런 일이 없으면 상해시 서남쪽 공업단지 부근에서만 뱅뱅도는 나로서는 변화발전하는 상해의 모습을 알 길이 없다.
참 오랜만에 시내에 나갔더니 왕년에 명성 자자하던 상하이통은 어디로 갔는지 줄창 어리버리. 물가는 또 왜 이리 올랐는지...

 

패키지 관광과의 차별성을 부르짖으며 손님들을 즐겨 데려가던 곳이 淮海路의 고풍한 화원주택 안의 까페며 식당들인데 다들 손잡고 오데로 갔는지 어리둥절하다. 기억을 암만 뒤져도 그 골목이 그 골목 같네 그랴.

옛날 실력 믿고 지도도 없이 나왔는데, 날씨는 덥죠 배는 고프죠,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유명음식점은 예약 안 해놓아 자리도 없다죠...ㅠ.ㅠ
(그래도 長考 끝의 대박이라고 이번에도 한 군데 개발했다. 茂名路 錦江飯店 안에 있는 夜上海菜館....   분위기/서비스 대비 적당한 가격에 주문하기 좋은 딤섬류... 입에 착 달라붙는 게살국수와 달콤한 남과병 맛이  짱이다.)

 

유난히 음식고생을 호소하는 손님들을 위해 시내 쪽에 개발해둔 한국음식점들조차도, 철거되고(남경로 남경집) 이사가고(동방로 이화원) 주방장이 중국인으로 바뀌었는지 음식조차도 국적불명으로 바뀌고(회해로 화련상사 한학정)...
한국사람들 몰려 사는 龍栢 일대에 크고 작은 한국음식점들이 넘쳐나는데 왜 번화가나 관광명소 부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지 모르겠다. 요즘 중국음식점에서조차 한국김치라는 이름의 짝퉁이김치가 선을 보이고 있는데 말이다.

 

한때는  상하이통, 정보통, 문화통이라는 명성에 집착하여 (그 누구도 집착하지 않는.... 유아적 명예욕 ㅎㅎ) 열심히 취재하고 각종 코스 개발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상해가 아직 낯설고 어학연수 하느라 시간도 많던 시절에.....

 

미술, 음악, 역사 등등 교양 찾는 사람들을 위한 코스
조경, 서예, 건축 등등 특별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코스
쇼핑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코스
한국인 생활수준이 중국보다 월등함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코스
발전하는 중국에 더 놀라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코스
익명성과 일탈을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코스
이국적인 정취 혹은 부르조아적 감각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코스
전공자 혹은 학구파들을 위한 코스
중국의 젊은 화아트칼라들의 현주소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코스
중국 비즈니스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코스
등등...

 

이런 궁리만 하고 있으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신이 났는데...

상해에 익숙해지고 중국에 익숙해지면서 그 시절의 신선한 즐거움도 점점 스러져가고 있었지.....
가끔은 자의반 타의반 바람을 피워볼 만 하구나.

 

이틀 제낀 후유증에서 아직 못 벗어나고 있건만 다음달에는 누가 올거나 다이어리를 뒤적이고 있다.
뒤늦게 발견한 나의 적성 중 하나일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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