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찌의 제왕님이 나를 찾아왔다.
무슨 서류 같은 것을 내게 맡겨놓고 누군가 찾으러 올 테니 전해주라고 한다.
서류수속하면서 40달러를 대신 지불했으니 전해줄 때 그 얘길 꼭 전하고
비용을 받아 여기에 넣어달라고 하면서 황금빛 포장지를 바른 조그만 종이상자를 건네준다.
그리고는 딸을 픽업하러 공항에 가야 한다고 나서는데 내가 동행을 하고 있다.
쌩뚱맞게도 산비탈에 촘촘히 들어선 판자집 골목이다. 나는 서류 가지러 온 사람에게 40달러 얘기를 깜빡했다면서 미안해하고 있다. (어느새 그 사람이 왔다 간 모양이다)
그리고는 그 해설 화면이 나타난다.. ㅎㅎㅎ 통통하고 정답게 생긴 아저씨가 갈 때 명함을 한 장 남겼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여행사 사장님이다. '부부간에 무슨 주고받을 돈을 저렇게 챙기나?'(어느새 여행사 사장님은 팔찌님의 남편이 되어 있다. ㅎㅎ) 하면서도 나는 팔찌님에게 얘기 못한 책임이 있으니 내가 40달러를 물어주겠다고 한다.
그러다가 어느 모퉁이에서 나는 팔찌님을 놓치고 그녀를 찾아다니다가 한 맥주집에 들어간다. 거기엔 여성계에선 꽤 알려진 모대학 여자교수님이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있고 그 속에 팔찌님도 끼어 있다. 토론은 뉴레프트와 뉴라이트가 뭐가 다르냐, 입으로는 뉴레프트라고 주장해도 현실정치에서 나타나는 결과는 뉴라이트와 다를 바가 없는데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하지 않느냐고 한다. 아마 표적은 노무현 대통령인 것 같다.
뒤죽박죽 웃기는 꿈은 요기까지다.
새벽녘에 꾼 꿈은 생생하기 때문에 되새김질을 요한다.
꿈이 무의식의 표현이라고 하지만 무의씩 씩이나 분석할 능력이 없는 나는
최근에 입맛다신 양념들이 적잖이 가미되어 있는 표피적인 부분이라도 한번 분석해보기로 한다.
우선 등장인물이 팔찌님이 된 것은 얼마 전 그녀의 블러그에 올라온 글 '또다른 생각' http://blog.daum.net/bene21/9551083 에 답글을 한마디 달고 미진하게 끝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그녀의 견해에 대한 나의 최대 불만은, 내가 '부동산 투자'라는 것 자체를 (국내든 해외든 상관없이....전체적으로는 부의 생산이 아니라 부의 이전이기 때문에...)못마땅하게 여기기 때문이지만, 그것은 그 글의 논점에도 벗어날 뿐 아니라 요즘 세상의 '상식'(?)에도 걸맞지 않는 공자님 말씀으로 들릴 것 같아서 길게 빼지 않았던 것이다.
자녀 교육문제에 대해서도 그 글의 취지 자체에는 크게 반대하지 않으나 그보다는 공동화되어가는 우리의 공교육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딴지를 걸어보고 싶었던 것이고... 허나 그 역시도 그 글의 논점에서 벗어나는 얘기일 뿐 아니라 난다 긴다 하는 교육전문가들도 손놓고 있는 쉽지 않은 문제인데.... 부질없다는 생각에 걍 접어버린 것.
즉 팔찌님 글을 읽는 순간 느꼈던 저항감은 사실 팔찌님을 향한 것이 아니라... 도도한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우리의 표류가 우리를 과연 안전한 땅으로 데려다 줄른지에 대한 못미더움, 그 표류의 여정에서 빠져죽는 이들에 대한 죄책감, 현실적인 구조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해도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판치고 있는 이 사회의 약육강식 논리, 그 앞에서 두손 묶고 앉아 말로만 사회안전망 걱정을 늘어놓는 정치가들에 대한 실망과 미움.... 등등이 뒤섞인 혼란스러운 감정이었을 테다.
그래서 슬그머니 '캠페인까지 할 필요가 뭐 있겠느냐'는 무력한 댓글이나 덜렁 떨어뜨렸던 거지.
하긴, 능력도 힘도 없는 내가 골 빠개가면서까지 국가대사를 고민해야겠냐? 설사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처럼 영향력 있는 인사가 좋은 생각을 내었다 쳐도 합의를 이끌어내거나 실행하는 단계로 가면 이해관계가 얼키고 설킨 찌질이들이 준동하는 참상....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어 TV를 꺼버리고 마는 거지.
So Shut Up!!
또한 엊저녁에 본 프로(EBS 토론까페, 한국의 보수, 이대로 좋은가)와 최근 인터넷을 통해 단편적으로 접하고 있는 일련의 '진보' 노선에 관한 논쟁 역시 어젯밤 꿈을 만드는 데 한몫 했을 것이다. 허나 관심영역이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들어 내 주변 간신히 살피는 일에서조차도 한계를 느끼고 있는.... 그리하여 하루하루를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넘기고 있는 나에게 이런 재료들이 내 꿈속으로 들어올 만큼의 포스를 발휘했다는 건 블로그에 기록해둘 만한 사건일 수 있다. ㅎㅎㅎ
아, 꿈에 보니 팔찌님... 무지 소박하더라.
아마도 쥬얼리계를 평정하겠다는 생각으로 붙인 닉네임일 테지만,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어도 풀네임으로 부르다 보면 '제왕님!' 하고 섬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예전에 나도 어디선가 잠깐 '오마'라는 닠을 쓴 적이 있다. 당신이 부르면 가겠다는 뜻에서 '가마'라고 했다가 어감이 좋지 않아 '오마'로 바꿨는데 막상 써보니 부르는 사람이 모조리 내 아들딸이 되더라..ㅋㅋ) 평소에 그녀에 대해서는 도도하고 화려한 女帝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몸뻬바지 같은 걸 입고 나타났단 말이다. ㅎㅎㅎ
다시 꿈에 나타나면 정말 그녀가 내또래의 뱃살 대신 단단한 복근을 키우고 있는지 조사할 꺼다.
아직도 이 시대에 대해 할 말이 남아 있는지 심층인터뷰를 할 꺼다.
내 또래의 친구들은.... 동지들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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