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2011)/陽光燦爛的日子

오십견 치료 체험기--아랫글에 이어서

張萬玉 2007. 1. 28. 19:02

마당발 J의 호출을 받고 조금 망설였던 건 사실이다.

장소가 '안마시술소'였기 때문이었다.(마사지 테라피...라고 하면 좀 근사하게 들리려나? ^^ )

문만 열고 나가면 발맛사지 전신마사지 해주는 집이 즐비하게 늘어선 동네에서 오래 살긴 했지만

여태껏 특별히 쑤시고 아픈 거 모르고 살아온 나에게, 중국에 놀러온 손님 대접상 동행은 여러번 했어도 여전히 '안마'는 '건강' 보다는 '레저' 카테고리로 분류되는 아이템이었다. 더군다나 '안마시술소' 하면 곧바로 퇴폐 내지는 '김기사, 운전해~' 이미지와 연결되는 한국에서야 더 말할 나위 있겠는가.

 

그런데 몇 주 전부터 오른쪽 어깨가 고장났다. 새학기 개강 전날 밤 11시에 천여 명의 명단을 넘겨받아 백수십개의 학급을 편성한다고 날밤을 새웠더니... 갑자기 '앞으로 나란히'가 안 되는 거였다.

며칠 지나면서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오른팔의 활동무대는 확연히 줄어들어 뒤로 제끼거나 왼팔을 만나러 가려면 '아야야!' 소리가 저절로 새어나온다. 이것이 바로 오십견 아니던가!

어흐흐~~ 내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그러다 말겠지' 하는 나의 막연한 기대를 비웃기라도 하듯 통증이 점점 노골화되어 (애 낳았을 때와 성대결절 생겼을 때 빼놓고 병원출입 거의 해본 적 없는 나지만) 어디가서 침이라도 한 방 맞을 것을 고려하던 중이었는데 J의 호출을 받는 순간 갑자기 '침'에서 '안마'로 바뀌어버렸다. 종일 컴퓨터와 싸우며 키워온 '거북이등' 으로 인해 어느새 안마 매니아가 되어버린 J의 설득도 작용했겠지만 '체험 차원에서 한번... ' 하는 호기심도 없지 않았다. 

 

강남의 맛사지샵이라는 얘길 듣고 상상했던 것에 비하면 소박한 편이었다.

(시설이랑 분위기는 아랫글을 참조하시도록)

일단 찜질방 복장으로 갈아입히고 허브향을 푼 물에 발을 담그라고 하더니 향이 진한 차를 권한다. 세이지라나.(아하, Scarborough Fair에 나오는 바로 그 Sage군..) 요기까지는 중국 발마사지집의 워밍업과 비슷했다. 그리하여 저지른 웃지 못할 실수!

10분 정도 지나니 아가씨가 수건을 들고 서 있길래 발을 물에서 건져 들고 멀뚱히 그 다음 순서를 기다렸는데....  옆에 앉은 J가 박장대소를 한다. "언니, 여긴 한국이야. ㅋㅋㅋㅋ"

아이고 이런 망신이.... 한국에서는 대부분이 셀프인 것을..깜빡했다.

 

헝겊으로 칸막이가 된 '시술실'로 들어가니 키보드를 앞에 놓고 무언가(아마도 작곡?)에 열중하고 있던 오십대 초반의 아저씨가 맞아준다.  그 아저씨는 못보시겠지만 웬지 눈 맞추기가 민망하여 쩔쩔매다가 시키는대로 옆으로 눕는다.

 

안마는 관자놀이에서 시작하여 머리로, 뒷목으로 내려오는데 손길이 사뭇 부드럽다.

터치도 부드럽지만 어찌나 손끝이며 손바닥이 그렇게 부드러운지.... 그런데 신기한 것은 어디나 다 가볍게 누르고 두드리는데도 문제 있는 부분에 이르면 자지러지게 아픈 것이다. 그런 얘기는 중국에서도 누차 들어온 얘기지만, 어딜 만져도 아픈 줄을 몰랐던 건강했던 때는 그저 건성이었다. 허나 뒷목뼈 바깥쪽을 누르며 '수면장애가 있으신가봐요. 자율신경 쪽에 교란이 있는 것 같아요' 하는데 그저 감탄 밖에 안 나오더군. 두 달 남짓한 밤생활로 낮밤이 바뀌어 얼마나 괴로웠나. 아직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중인데 진짜 족집게가 따로 없네.

 

그리고는... 오십견의 주원인이 되었던 팔과 등 이어진 쪽의 근육을 열심히 풀어준다. 발바닥 반사가 일어날 정도로 아팠지만 눈물을 찔끔거리고 참아냈다. 무릎관절도 안좋다고 하니 무릎뼈 바깥쪽을 만져주는데 얼마나 새큰한지 혹시 잘못 만져서 더 나빠지면 어떡하나 은근히 걱정이 됐지만... 아저씨는 내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이렇게 하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져서 닳은 연골조직이 재생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으로 안심을 시킨다.

 

안마가 한 시간이 넘게 이어지다 보니 이런저런 얘기가 오간다. 

건반 만지시는 거 같던데 혹시 음악을 하시느냐 물었더니 이 일 외에 맹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기도 한다면서 음악을 좋아하느냐, 어떤 분야의 음악을 좋아하느냐, 자기는 화성 분석하는 게 즐겁다고 하신다.

안마는 맹학교 시절에 정규과정으로 배운 이래 경력이 30년 가까이 되는데, 그러다 보니 고정고객도 많고 이 바닥에서 꽤 알려진 편이지만 자기로서는 이 사업에 크게 의미를 두고 있다고 하신다. (아랫글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곳은 보건복지부 지원 1호점으로서 '운동'적 의미가 큰 업소다. 헝겊 간막이를 사이에 둔 옆방에서도 이 사업에 대한 의견교환이 열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마치고 나오며 보니 아저씨의 얼굴과 셔츠가 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 나도 나름대로 적지 않은 지출을 했지만 날 위해 흘린 땀을 보는 건 아무래도 편치 않은 일이다. 그러나 "안마를 하면서 환자들의 굳은 몸이 풀어지는 걸 직접 손끝으로 느낄 때 얼마나 즐거운지 몰라요. 이런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시니 오히려 환자분들에게 고맙지요."....  하시던 얘기를 떠올리며 나도 그저 고마워하기로 마음먹는다.

나와서 옷을 입는데... 신기해라, 진짜 오른팔이 앞뒤로 꽤나 돌아간다. 이래서 J양이 열광하나보다.

 

침도 좀 맞고 몇 번 더 와서 집중적으로 치료 받아 완쾌하라고는 하는데.... 솔직이 가격은 좀 부담된다.

한국의 마사지 샵이란 게 중국과는 달리 서민들이 쉽사리 드나들기 어려우니 마구 권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어려움 속에서 시작한 시각장애인들의 뜻있는 사업이라니 이 마사지샵만은 좀 잘 됐으면 좋겠다. 더군다나 응큼한 동기를 자극하는 퇴폐안마나 미용을 위한 스포츠마사지보다 더 절실한 이유로 안마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훌륭한 안마업소는 잘 되어야 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