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학급에서 일어난 도난사건 수사(?) 사건(팔찌님 칼럼)을 읽다가
휘리릭~ 30년 전으로 돌아갔다.
중 1때였나보다.
반에서 도난사건이 발생하자
"모두 책상 위로 올라가..."
"무릎 꿇어..."
"눈 감어... 손 머리..."
선생님은 몽둥이로 책상을 따악 딱 때리며 공포분위기 조성...
다들 경험이 있을 듯하니 더 이상 묘사는 안 해도 될 듯 싶다.
소지품 검사도 소용이 없자 쪽지 한 장씩 나눠주고 의심이 가는 아이를 한 명씩 적어내라고...(세상에 이렇게 비교육적 아니 반교육적인...)
그래서 지목된 아이가 어쩌면 딱 한명... 우리반의 왕따였다.
워낙 평소에 소소한 문방구 등 손버릇 나쁜 현장을 많이 들켰던 아이라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그 다음 불똥은 내게 튀었다.
그 아이를 교무실로 데려가 20분 정도 심문한 뒤 결과가 없자
담임은 그 아이의 수사권을 반장이었던 내게 넘긴 거시어따~~
열 다섯 어린 나이에 검사가 되어...
지금 생각하면 기가 막힌다.. 친구를(당시에는 친구라고 생각도 못했지만)
물증도 없이 앉혀놓고 몰아치고 구스르고...
이 멍청한 만옥이 어떻게든 자백을 받아내야겠다는 영웅심에서
평소 대중에 의해 굳혀진 편견에 편승... 이 애가 범인이라는 확고한 심증 만으로
그 아이를 세 시간 넘게 수사하였다...
결국 실패했지만.
당시에는 철이 없어 몰랐지만
어른이 된 후 어쩌다 그 생각이 나면 가슴 한켠이 몹시 아리다.
어떻게 그 선생님은 그럴 생각을 했을까... 요즘 말로 엽기 아닌가...
엽기 선생님들은 또 있다.
공부 잘하는 애 못하는 애 짝을 지어 앉혀서
시험결과 나오면 서로 볼따구니를 잡고 틀린 수만큼 따귀를 때리도록 한...
실내화 벗어가지고 머리 때리는 선생님이 없나.
주전자, 양동이를 학생을 향해 집어던지는 선생님이 없나.
칠판지우개를 머리에 터는 선생님이 없나.
껌 씹다 걸리면 뱉으라고 하여 머리에 칭칭 감는 선생님이 없나...
나는 집단기합으로 맞아본 적은 있지만 개인적으로 맞은 경험은 없는데
딱 한번... 평생을 잊지 못할 정도로 맞은 적이 있다.
중3 때 학생부 주임에게 대들다가..
선생님이 뒤집어지니 정말 무섭더라..
나는 선생님들이 잘 못 건드리는 종류의 애였는데 애들 보는 앞에서 기를 꺾어야겠다고 작심을 했는지
처음에는 출석부로 머리를 때리다가 제풀에 열이 오르니
점점 더 세게 내려치다 출석부가 다 찢어졌다.
반 애들은 무서워서 막 울고 하는데 나는 꿈쩍을 안 하니 더 열을 받아서
이번에는 비닐우산으로...
나도 독이 올라 선생님을 꼿꼿이 째려보며 이를 악물었지
이건 완전히 인간대 인간의 대결이 되어버렸네 그려..
패다 패다 나중에 대나무 대가 갈갈이 갈라질 정도가 되니
결국 선생님이 우산대 동댕이치고 나가버렸다.
사실 철이 좀 없긴 했지만 내가 틀린 말 한 건 아니지...
선생님은 기싸움에서도 명분에서도 졌다.
얼마나 통쾌했던지..
선생님 나가고 난 후 기쁨의 대성통곡을....
어어엉~ 어헝~ 어헝~.
잊을 수 없는 엽기 선생님들...
믿거나 말거나..
우리 클 때는 그런 양반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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