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아시아(중국 외)

Mabuhay! 10 : 필리핀 여행기 나오는 글

張萬玉 2007. 4. 28. 23:15

오늘이 필리핀에서의 마지막 날. 12시까지는 공항에 도착해야 하니 11시쯤 숙소를 떠나야 한다. 

약간 이른 시각이지만 떠나기 전에 마닐라 베이를 한번 더 보고 싶기도 하고

어제 시간이 없어 쇼핑을 못했으니 근처 기념품점이라도 한번 돌아보려면.... 서둘러야 한다. 

 

후다닥 씻고 짐을 꾸려놓은 다음 Victor의 방문을 두드리니 기척이 없다. 벌써 어딜 나갔나?

어제 나 때문에 일찌거니 들어온 게 미진해서, 밤에 혼자 나가놀다 새벽에 들어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못보고 헤어지면 어쩌나 섭섭하지만.... 어쩌겠나,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고...

빅터 보면 전해달라고 프런트에 쪽지를 남긴다.

"친구가 돼줘서 고마웠다, 네 덕에 여행이 배로 즐거웠다. 나는 11시에 나가야 하니 혹시 못보더라도 얼굴 보고 작별인사 나눈 것으로 여겨줬으면 좋겠다. 남은 여행 잘하고 돌아가서 잘 살아라. 나중에 한국에 올 기회가 있다면 연락을 해도 좋다. 나도 호주 갈 일 생기면 연락할께."

 

 

아침바다는 조용했다. 생업(?)에 종사하는 사나이만 바쁘게 오락가락..... 

 

 

어젯밤의 흥청거림은 어디로 갔는지...(마닐라 베이 앞의 공원) 

 

 

아침을 먹으려고 한 까페에 들어갔더니 19홀을 돌고 나온 한국, 홍콩 아저씨들과 그들의 앳띤 파트너들로 붐빈다. 너털웃음과 애교가 낭자하다. 저 아저씨들, 집에는 business trip이라고 했으려나? 

아니, 어쩌면 그런 신고조차 필요없는 부류인지도 모르지. 네가 웬 관심이냐.... 신경 끄셔.

 

창밖에서 그림을 들고 있는 저 아저씨는 나를 향해 있는 것이다. 그림 사라고....

안 산다는 손짓을 보냈지만 계속 그림을 바꿔 들면서 30분째 저러고 있다. ㅡ.ㅡ ;;  

 

 

곧 분주한 마닐라의 아침이 시작되겠지.    

 

마닐라 베이에 앉아 밀린 일기 쓰고, 말라떼 지구 한 바퀴 돌고, 마비니 거리에 있는 기념품점에서 마그네틱 몇 개 사고 나니 (여행길에서 기념으로 하나씩 사두는 인형은 적당한 게 없어 결국 못사고 말았다. 바나우에에서 마음에 드는 게 있었는데 그때 사둘 것을....) 어느새 열 시 반.

 

숙소로 돌아가니 Victor가 맡기고 나갔다면서 프런트 아가씨가 뭘 내준다.

펴보니 오스트레일리아 지도가 그려진 엄청나게 큰 티셔츠와 사탕 한봉지.. ㅎㅎ

이 티셔츠는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 주려고 호주에서부터 가지고 나온 것일까? 아니면 이 동네 기념품점에서 날 주려고 일부러 샀을까?

 

내가 먼저 배신을 때리긴 했지만, 웬만하면 나 떠날 시간에 대기할 것이지....

얌체같이 피어오르는 섭섭한 마음을 누르며 방을 나서는데 Victor가 땀 뻘뻘 흘리며 나타난다. 마닐라 사는 지인과 연락이 되어 만나러 나갔다가 나 가는 거 보려고 돌아왔단다. 오, 끝까지 날 감동시키는군.

(난 마땅히 줄 정표가 없어 고심끝에.. 가방 밑에 깔려 있던 한국산 자이리톨껌 한 봉지를 찾아냈다.  ^^)

 

트렁크를 내려주고 택시 잡아주고 약간 긴 악수. 잠시 가슴이 뻐근했다.

어쩌다 이 사람과 4박5일씩이나 같이 지내게 됐을까. 길에서 만난 인연 치고는 드물게 길었다.

예정대로 바나우에에서 1박을 했더라면, 사가다에서 아침을 먹고 떠났더라면, 콜린이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더라면.... 우린 만나지 못했을 꺼다. 인연이란 게 있다면 바로 이런 거겠지. 스쳐가는 인연이지만 쉽게 잊힐 것 같지 않다.

 

니노이 공항까지는 40분... 모르고 잡은 택시가 호텔택시란다(그런 것도 있었나?). 무조건 500페소라는데 남은 페소 다 써버린다고 딱 1300페소 남긴 것을 꺼내어 보여주며, "공항세(750페소) 내야지? 나 점심 먹어야지(200페소)? 미안하지만 350페소만 받아라. 나 호텔택시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다."고 사정...

필리핀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 무슨 꼴이냐. 

 

비행기 기다리는 동안, 그리고 비행기 안에서 만난 사람들...

어학원 원장 초빙을 받고 현지사정을 살피러 왔는데, 속사정이 복잡한 것 같아 심란하시다는 목사님...

2년전 이민을 왔는데 남편 사업이 시원찮아 걱정이라는 다바오 아줌마... 

어디 있든지 산다는  일이 그리 녹녹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모두들 힘 내세요!!

 

필리핀이여, 안녕....

사는 사람이든 다녀가는 사람이든 모두에게 행복을 주는 땅이 되어 다오.

너의 아름다운 모습, 순수한 마음씨, 너의 친절... 내 오래 간직하마. 

 

 

Thanks to.....

 

바나우에의 뷰포인트에서 오지않는 지프니 기다릴 때 만났던 미리암,

당신이 내 손을 잡고 기도해줄 때 난 정말 몸둘바를 몰랐어. 평소같으면 손을 빼고 사양했을 테지만 당신이 들려줬던 얘기들이 얼마나 진지하던지... 차마 그럴 수가 없었지. 

존경해, 미리암. 앞으로도 변함없이 승리하는 삶을 살기 바래.  

 

올롱가포에서 팜팡가까지 함께 갔던

앨리 알레한드라.....(姓에 이국적인 매력이 넘쳐 꼭 full name으로 부르고 싶은.... ㅎㅎ)

당신을 닮은 여배우의 영어이름을 알아냈어. Karen Mok이더라구. 중국이름은 막문위..

예쁘고 친절하고 슬기로운 당신에게 나 반했나봐. 한국에 있다면 우리 아들에게 소개시켜주고 싶은데...

(울 아들이 막문위 팬이거든. ㅎㅎ) 

앞으로 메일 자주 쓸 거니까 잘못된 표현 있으면 좀 잡아주고 그래... 혹시 한국 오면 수업료 톡톡이 낼께.

 

친절한 Sam,

보내준 사진들과 좋은 글 잘 받았어. 고마워.

그리고 당신을 홀대한 그 한국目四는 잊기 바래. 내가 보기에 그 사람은 필리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려는 선교사가 아니었어. 그냥 직업인이지. 예배를 필요로하는 한국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해주는...

어느 나라 사람이든지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잖아. 한국사람도 마찬가지야. 거만한 사람도 있지만 콜린이나 나처럼 필리핀 사람들과 우정을 나누고 싶은 사람도 있다는 거 잊지 말아줬으면 해.

 

Special thanks to...

 

내 여행에 훌륭한 베이스캠프를 제공해주시고 건강도 좋지 않으신 가운데 여러모로 마음써주신

고마운 가을바람 언니.. 언니가 아니었으면 필리핀과의 인연은 아마 없었을 꺼예요.

부디 건강하시고 더 많이 행복해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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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기억까지 다 붙들어두고 싶은 욕심 때문에 질질 늘여빼던 필리핀 여행기... 여기서 맺습니다.

여행의 뒷맛을 한없이 즐길 순 없기에 4월 안에 끝내려고 서두르다 보니

함께하신 벗님들 좀 숨이 차셨을겁니다만.... 어쨌든 끝까지 즐거워하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여행지에서 뵙겠습니다. ^^

 

P.S. : 세계일주는 일단 접었습니다. ^^   http://blog.daum.net/corrymagic/9866410

여행기간이 길어지면 이미 일상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여행이 주는 값진 선물들을 충분히 누릴 수 없겠다는 걸 이번 여행을 통해 확실히 깨달았거든요.

원래의 계획에서 잘 추려 Wish List를 작성해놓고

여건이 될 때 한군데씩, 깊이있게 답사하는 쪽으로 노선을 바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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