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로 가는 길(~2014)/재미·취미(펌 글)

[스크랩] 인문학을 공부하는 방법

張萬玉 2007. 5. 1. 07:27
인문학을 공부하는 방법
어떻게 하면 자습으로 인문학(여기서는 사회과학까지 포함)을 제대로 공부할수 있을까? 학문을 직업으로 하지 않고, 학교를 벗어나서 혼자서 시도할 경우, 대부분 관심가는 도서를 구해서 읽는 것으로 그친다. 유희나 호기심충족을 위한 독서라면 모를까, 소위 공부라는 것을 하고자 한다면 단순히 독서만으로 충족이 될수 없다. 책을 보고 그 내용을 이해하고 삶에 적용할수 있어야 공부이다. 삶에 적용한다는 것은 넓은 의미로 자신의 인생관, 세계관 정립에 기여하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전자를 소극적 독서라고 한다면 후자는 적극적 독서라고 할수 있다.

올들어 여러권의 인문학책을 구입또는 대여받아서 읽는 동안, 책을 많이 본다는 것만으로는 공부가 효율적으로 진전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을 본다는 것 자체도 행을 따라 읽는 다는 것에서 행간에 서술되지 않은 저자의 의도를 캐고, 글이 바탕을 두고 있는 사회적, 정신사적 문맥을 파악하는 것까지 다양한 질이 있을수 있다. 같은 책을 읽고서도 사람마다 그 책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다르다. 한편, 독서를 하다보면 완독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마치 영화는 끝까지 보아야 하는 것처럼, 책을 보다가 도중에 그만 멈추면 불편한 감정이 남기도 한다. 책을 완독하고 나서도 문제가 있다. 책을 읽을때는 이해가 되는 것 같고 흥미도 있었지만, 덮고나서 그 책의 내용을 정리하려고 하면 떠오르는 요지들이 별로 없다. 나아가 자신의 현실과의 연관성을 궁구하여 볼려고 하면 다소 억지가 생기거나 매우 엷은 관련성만 찾을수 있다. 이것이 올바른 독서일까? 영화한편 보듯이 읽는 소극적인 독서와 삶의 절실함때문에 읽는 독서와의 차이가 여기에 존재한다.

이제 공부의 관점에서 독서를 보자. 독서는 공부의 한가지 수단이다. 책을 선정하는 것, 그 책을 본후에 정리하는 것은 독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다루는 문제이다. 독서자체가 공부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업을 유지하면서 개인적인 시간을 내어 인문학공부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마치 독서는 공부의 거의 전부로 이해되기 쉽상이다. 여기에 공부의 비효율성이 존재한다. 일단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내용을 어느 정도나 이해하고 있는지 독해력이 문제가 된다. 이 독해력의 측정기반은 자신이 무었을 알고 무었을 모르는지를 명확하게 각성하는가이다. 책을 읽다보면 도무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를 감을 잡을 수 없을때 우리는 자신이 내용을 이해할수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 그 보다 나은 경우는 저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거시적으로는 알 것 같은데, 현재의 문단에서 서술하는 것은 분명하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보다 나은 독해력의 수준은 문단의 내용을 이해한다고 판단하는데, 다른 사람이 설명을 요구하면 전달이 제대로 안되는 경우이다. 마찬가지로 읽은 내용을 정리하여 글로 적으라는 요청을 받으면 작문에 어려움이 있다. 주관적으로는 이해가 되었다고 판단하지만, 객관적으로는 반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상태에서 책을 종료하고 자신이 그 책을 읽고 내용을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제약을 받지 않는 독서행위는 이 지점에서 자유로움을 누린다.

여기까지는 소극적 독서, 취미로서의 독서로서 의무를 다한 것이다. 그러나 공부로서의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독해력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책을 보기전에 먼저 자신의 문제의식을 가진다. 왜 그 책을 선택하였는가? 나의 질문은 무었인가? 나는 이 책에서 무었을 기대하는가? 이 세가지 항목을 분명이 정리하고 있어야 한다. 이 판단에 의해서 지금 이 책을 볼 것인지 본다면 어느 부분을 집중적으로 볼 것인지, 보고 나서 그 다음 단계는 무었이 될 것인지를 정리할 수 있다.

책의 서두를 통해서 저자의 문제의식을 파악한다. 그것이 자신의 것과 동일한지, 왜 이런 주제를 탐구하려고 했는지를 알기위해서는 단지 서술된 글과 함께 행간의 의미, 필요하면 저자에 대한 이차문헌, 그 시대에 관한 역사적인 배경을 설명하는 보조문헌들, 관련 강의, 서평등을 참조할수 있다. 이렇게 서론 부분을 해체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본론에 들어갈 준비가 된다. 지금부터는 저자와 나의 대화이다. 저자는 나에게 열심히 자신의 이론을 강의하고 나는 그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열심히 질문하고 나의 관점과 대조를 한다. 이 과정은 거의 대등한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낫다. 저자의 권위에 눌려서 비판적 독해를 포기하면 안된다. 독서는 30센티와 1미터를 동시에 견지하면서 지속한다. 30센티는 책과 나의 눈의 일반적인 거리이다. 쓰여진 글을 통해서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서 1미터는 나의 정신의 눈과 저자의 의도와의 거리이다. 가수의 생음악을 감상할때, 스피커로 나오는 음성과 나의 귀에 전달되는 음파가 있고, 가수의 영혼과 나의 영혼이 만나서 일어나는 화학작용이 있는 것처럼, 글속에 숨겨진 저자의 살아있는 한 인간으로서의 생생한 의지를 나의 내면이 읽어내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독서의 진국이 나온다.

다음은 숙고하는 것이다.
한 챕터를 읽고, 한 페이지를 읽고 나서, 혹은 한 문단을 읽고나서라도 본인이 의미가 있는 글을 읽었다고 판단이 되면 그 내용에 대하여 숙고하는 것이다. 강의나 영상물과 달리 책은 독자가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느낌이 오는 지점에서 멈추어서 읽은 내용과 자신의 현실적인 문제를 대조하면서 숙고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서 저자의 의도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고, 자신의 사고를 진전시킬수 있다. 필요하면 책의 여백에 혹은 별도의 노트에 정리하면 더욱 좋다.

읽고 숙고한 것은 가능하면 글로 옮겨야 자신의 이해를 정확히 할수 있고, 사고의 진전을 가져올수 있다. 머리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글로 쓰는 것은 사고훈련에 커다란 차이가 있다. 작문은 보다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사고할수 있게 도와준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책의 내용에 대하여 보다 정확하게 정리를 할수 있고, 자신이 읽어서 이해하였다고 하는 것의 정도를 파악하여 필요하면 해당 부분을 다시 읽어서 이차이해를 도울수 있다.


나는 이것을 네가지 단계로 구분해서 파악한다.
1. 문제의식을 가진다
2. 독해를 한다.
3. 숙고한다
4. 글을 쓴다

만일 독서를 2시간 했다면 숙고하는 시간 2시간, 글로 쓰는 시간 2시간이 배분될 수 있다. 정확하게 시간이 나뉘어 진다기 보다 독해, 숙고, 작문을 동일한 중요성으로 이해하는 것이 효과적인 공부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생각하지 않으면 자기 것으로 되는 면이 적다. 더 나아가 생각을 아무리 많이 했었도, 사람의 두뇌는 파편적인 지식을 접수하는데 용이하며 글로 적어야 체계성을 세울수 있다. 글은 자신을 향하여 적을 때보다 자신과 비슷한 이해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적는다고 가정하고 적을때 보다 효과적이다.

여건이 된다면 글로 쓴 내용을 바탕으로 그 분야의 유사한 지식을 가진 집단에게 강의를 하면 더욱 좋다. 강의는 자신이 알고 이해하고 있는 것들의 뼈대를 잡고, 그 지식체계를 객관화하는데 유익하다.

지금까지의 서술은 어떻게 하면 자습으로서의 인문학 공부를 제대로 할수 있는냐에 관한 정리였다. 제대로 공부하는 내적인 측정이 바로 독해력이다. 독해력은 저자의 글을 읽고, 그 핵심과 의도를 읽어내고 그에 대한 비판적인 이해까지를 포함한다. 즉, 그 책에 관한 서평을 쓸 수 있다면 그만큼 독해의 정도가 성취되었다고 할수 있다.

단순한 독서와 공부로서의 독서는 차원이 다르다. 혼자 공부할때 흔히 범하기 쉬운 주관적 오류를 가능하면 최소화하기 위하여 검토해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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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생의 한가운데
글쓴이 : 이성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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