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자면 일찍 깬다. 저절로 눈이 떠져 시계를 보니 네 시 반이다.
엊저녁에 민박집 주인아주머니가 '거침없이 하이킥' 재방송 시간이 다음날 새벽 네 시 반이라시길래 '그 시간에 그걸 누가 볼까' 했는데... 해 지면 자고 해 뜨면 일어나는 동네에서는 놓친 연속극 새벽에 챙겨보는 사람들도 꽤 있을 것 같다. ^^
아직 꿈나라에 있는 J를 깨우지 않으려니 불도 못 켜겠고... 잠은 안 오고...
답답해서 살짝 밖으로 나가보니..세상에나!
검푸른 하늘이 안개베일을 쓰고 신비로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밝아오는 하늘을 시간차공격.... 불과 한 시간 만에 세상이 이렇게 바뀌더라.
불영사 가는 길의 훌륭한 벗, 천축산 불영계곡. 장가계의 금편채 계곡을 생각나게 하는 절경이다.
불영사는 비구니 사찰이라 그런지 구석구석 여승들의 섬세한 손길을 느낄 수 있는 아주 예쁜 절이다.
불영사 중앙에 자리잡은 널찍한 호수
倒影은 언제나 나를 홀린다. 난의 일종인 듯... 울진 일대에서 흔히 볼수있는
망자의 명복을 비는 등인가보다. 흰 등 처음봤다. 연꽃등. 동그란 등보다 가격이 좀 더 나가겠다.
가장 흔한 등이지만 모아놓으니 예쁘다. 이것이 가장 비싼 등인 것 같다.
요즘 이 등도 중국산을 많이 쓴단다. '대통령 노무현' 등도 걸렸다.
오색등의 호위를 받고 있는 삼층석탑. 잔치 끝~
하단은 통일신라시대 것 그대로란다.
대웅보전을 떠받치고 있는 거북이 4층짜리 럭셔리 음수대
화산의 기운을 누르기 위한 거란다.
불영사의 보물 영산회상도 부처님께 올릴 과일상 준비하느라 바쁜 스님들
아이고 감사해라... 아침공양하라고 불러주신다.
석탄일 뒷정리를 돕기 위해 인근 부대에서 나온 군인아저씨들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이게 웬 떡!
근사한 공양간 처음 먹어보는 절밥. 부페식이다.
정갈하고 감칠맛.... 소문대로다.
예술적인 장독대에서 사용한 비닐봉지를 빨아 알뜰하게 사용하시나보다.
예술적인 장맛이... 깐돌이님의 '빨래들의 수다'가 떠올랐다.
예쁘게 해놓고 사시네요... 겨울도 봄도 지났는데 아직도 땔감이 가득..
구석구석 예쁜 절.. 가을이면 저 단풍에 불이 붙겠지.
우리는 이제 울진으로 간다.
어제 영주 가는 길에 사실은 전상순님 생각을 했다. 불영계곡 갔다가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볼까 싶었는데... J 역시 울진에 오래된 인터넷 친구가 있어 올라가는 길에 들러볼 생각이었단다.
장난삼아 가위바위보로 결정하자고는 했지만 노선으로 보나 여건으로 보나(이번 걸음에는 포도순 딸 준비가 미처 안 됐다.. ^^ ) J에게 기회를 넘겨야 할 것 같았다. 게다가 전화번호도 이름도 모르는 친구를 '울진의 한 서점에서 일한다'는 단서만 가지고 찾아갈 셈이니 오홋! 여행길에서 이렇게 재밌는 이벤트를 포기할 순 없지.
허나 아침을 먹고 불영계곡을 살짝 탐사하고 울진까지 나왔는데 여태 아홉시가 안됐다.
지나친 아침형인간의 아침은 지나치게 길다. 보통 서점들이 10시경에 문을 여니 그동안 죽변항이나 한바퀴 돌아오자 하고 해안도로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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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길어지는군요.
다음 한 회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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