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2011)/上海通信(舊)

無籍者 黎花 이야기

張萬玉 2004. 10. 11. 11:32

우리 집에 출근하는 여화는 18세... 고등학교 2학년에 다닐 나이다.


아직 얼굴에 여드름도 가시지 않고 귀에는 늘 이어폰을 꽂고 사는 말괄량이 삐삐 같은 이 아이는 사천성 주자이거우 옆동네 깡촌에서 왔다. 그래도 중학교는 마쳤다고 글씨도 제법 예쁘게 쓰고 말귀도 잘 알아듣는다.

작년말에 처음 상해에 와 일하던 집 주인아주머니가 출산 때문에 한국에 돌아간 이후 남아 있는 아저씨 빨래와 청소만 해주기로 하고 월급이 반으로 줄었다고 울상인 것을 옆집 사는 내 친구가 우리집에 소개해주었다.

우리집은 식구도 별로 없고 이제 나도 출근을 안 하니 도우미 쓸 생각은 아니었지만 막 이사를 한 상태고 집들이도 몇 차례 해야겠기에 한 달만 쓸 파출부를 찾고 있었다.


일단 하루 청소를 시켜보니 한국집에서 훈련을 받은 아이라 걸레도 여럿 갈아가며 구석구석 닦고 마지막에 비누로 깨끗이 빨아 널어놓는 게 마음에 쏙 들길래 그럼 주인아주머니 돌아올 때까지만 오후에 와서 일하라고 했다.

이사짐 뒷정리와 손님치레 준비가 많았던 처음 3주간은 여화가 큰 도움이 되었다.
한국음식을 할 줄은 모르지만 옆에서 도우며 본 게 있어 마늘을 내놓으면 껍질 까서 분쇄기에 돌려 지퍼백에 납작하게 담아 냉동실에 딱 넣어놓고, 파를 사오면 대강 다듬어 파통에 넣어놓고... 나물거리가 있으면 마음에 들게 다듬어놓고... 말 안 해도 척척이다.

바쁜 날들이 지나가고 요즘은 별로 시킬 일이 없어 오후 한 시에 왔다 다섯 시면 가는데 청소 빨래도 두 시간이면 해치우니 이젠 뭘 시킨다? 좀 신경이 쓰였는데 전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이 녀석 눈치도 빨라서 유리창이나 가구도 빤딱빤딱하게 닦고 화분 잎사귀도 닦아주고... 어떻게든 11월까지 버티려고 작정을 한 것 같다.

어제 일이다.
아파트 경비가 와서 여화의 아파트 출입증을 만들라고 한다.
경비가 가고 나서 이녀석 하는 말이 자기는 신분증이 없단다.
(아차, 그러고 보니 아는집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신분증 보자는 얘길 안 했군.)
중학교 졸업하고 바로 외지에 일하러 나왔기 때문에 작년에 신분증 만들라는 통지를 받고도 돌아갈 수가 없어서 신분증을 못 만들었다고 한다.

그럼 어떡하냐고 했더니 “문제 없어요. 방법이 있어요...” 하고는 자기 친구 신분증을 내일 가져오겠다고 한다. 자기 안 가고 나만 가서 수속하면 될 꺼라고 한다. 아주 태평이다.(고향에 자기 동생이 둘 있는데 하나는 아예 호적도 없단다)

우리 회사에도 가짜 신분증으로 취직해 있는 공인이 몇 있다.
물론 입사때는 몰랐쥐...

올해로 입사 6년째를 맡고 있는 심모씨도 성실함과 리더십을 인정받아 2년 전에 라인 반장이 되었는데 워낙 빡빡하게 아랫사람을 다루다 보니 어느 퇴사하는 녀석이 앙심을 품고 그의 신분증 문제를 꼬아바쳤다.

심씨를 불러 경위를 물으니 그 이유가 정말 “수이비엔”하다. 신분증 수속 할 때 차비가 없어서 못갔고 그 후 어디서 신분증 하나가 났길래(요부분은 좀 수상) 자기가 하나 만들어서 쓰고 있다는 것이다.(헉, 공문서 위조인데...)
그저 지나갈 문제는 아님에도 심씨는 “언제 생산 좀 덜 바쁠 때 보름 정도 휴가를 주면 제대로 만들겠다”고 심드렁하게 대답한다.

실제로 상해에 나와 있는 외지인 중에 특별히 범죄사실도 없는데 신분증이 없는 사람들이 상당수 된다고 한다. 어디 안 그렇겠나... 계획생육정책 때문에 호적조차 없는 사람들도 꽤 될 텐데...

오늘 그 가짜신분증으로 출입증을 만들어줘야 하나? 이거 참....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