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2011)/陽光燦爛的日子

D-1 : 텅 빈 금요일

張萬玉 2007. 8. 31. 19:16

오늘은 텅 비우는 날이다.

집도 텅 비고... 모든 일정도 텅 비우고 밥솥도 텅 비웠다.

 

관절을 위해서 4킬로 정도 빼야겠다고 결심하고 수영이 됐든 걷기가 됐든 하루 40분 이상 운동을 하기로 결심한 지 몇 주 됐지만 몸무게는 물론이고 몸이 느끼는 가뿐함에는 전혀 변동이 없다. 암만해도 식사조절까지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중 얼마 전 친구가 소개한 다이어트 서적을 손에 넣게 되어(유태우 저, 누구나 10kg을 뺄 수 있다)... 속는 셈 치고 그걸 한번 따라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그 책이 소개하는 다이어트 방법은 아주 간단하고 상식적이다.

나이가 들면 활동량이나 신진대사량이 절대적으로 줄어드니 소식을 하라는 얘기다. 

특색이 있다면

 

1. 첫날 하루는 물만 마시고 완전히 금식을 한다.

2, 다음날부터 6개월간은 반찬 포함, 식사량을 반으로 줄이고

(남보다 반이 아니라 평소 자기 양의 반, 종류는 특히 가릴 필요 없다)

3. 칼슘우유 한 잔과 생야채 세 개를 꼭 섭취할 것, 물을 8컵 정도 마실 것.

4. 이 방법의 포인트는 운동보다는 소식에 역점을 둔다는 것.(물론 몸이 허락하는 한에서 운동을 하지만 이 요법의 강조점은 식사요법을 충실히 지키는 데 있다) 6개월 후 10kg이 빠진 후에는(임상경험이 풍부한 의학계의 권위자가 이렇게 단정적으로 얘기하는 걸 보면 어쩌면 이 미션은 실현가능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위의 방법들을 철저히 지킨다는 가정하에서... ^^ ) 가벼워진 몸으로 운동량을 늘려가라는 얘기다. 그렇게 하면 그 이후는 몸이 알아서 한다네.

 

5년 전에 6개월간 6kg을 빼 본 적이 있다. 순전히 운동을 통해서였다.

아들 뒷바라지 한다고 한국에 있을 때였는데 중국으로 돌아간 뒤 다시 옛날 체중으로 돌아왔고 그 체중이 바로 내 관절을 불편하게 하는 주범.

지금도 운동은 한다고 하는 편인데 체중을 획기적으로 덜 만한 특단의 조치는 아니다. 아닐 뿐만 아니라 이 책의 설득에 따르면 이 나이에 운동만 가지고 체중을 빼기는 아이큐가 도저히 안 따라주는 아이에게 우등생이 될 것을 요구하는 거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지금도 많이 먹는 편이 아니고 나쁜 식습관(야간 간식을 한다거나 살찔 만한 음식을 좋아한다거나)이 있는 것도 아닌데.... 하고 볼멘 소리를 하고 싶지만, 이 책에 따르면 우리 나이에는 '건강한 식사'라는 것 자체가 줄어든 신진대사량과 활동량에 걸맞는 '소식'이란 얘기다. 우좌지간.... 뭐 그렇게 힘든 조치는 아닌 것 같아 한번 확실하게 해보기로 했다. 

어제 그제는 계속 저녁식사 선약이 있기에 오늘을 1일 단식으로 시작해야 하는 6개월 다이어트 프로그램의 첫날로 삼았는데.... 마침 남편도 아들도 오늘 저녁 약속이 있다고 밖에서 먹고 온다네. 얼쑤~~ 

 

드디어 다이어트의 첫날이 밝았다.

어제 난 접촉사고의 처리 때문에 차를 두고 가야 하는 남편을 관악역까지 태워다주고 오는데(버스 노선이 없는지라) 산복도로를 낀 관악산 위로 밝게 떠오르는 아침해는 마치 다이어트 대장정(ㅋㅋ)의 깃발을 올린 나를 한껏 격려해주는 듯하다.(아이구, 또 또 오바... ㅋㅋ) 오늘 하루는 이 책이 제시하는 대로 아무것도 먹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신선처럼 조용히 지내봐야지. 

 

그리하야.... 지금 시각이 저녁 일곱시 5분.

오늘 내 입으로 들어간 것은 오로지 물 열 컵쯤? 약간 출출하긴 하지만 배가 고프다는 느낌은 없다. 정말 신진대사가 느린 모양이다. 단지 입이 심심하고 음식의 향, 촉감.. 이런 것이 살짝 그리울 뿐이다(TV에서 먹는 화면 나올 때..)

오늘 내가 한 일은 독서(아마존은 옷을 입지 않는다 - 사군자출판사 刊..... 한번 잡으면 중간에 놓을 수 없는 재미있는 책이다. 강추)와 낮잠... 그리고 블러그 마실 잠깐.

텅 빈 집에서 텅 빈 배로 텅 빈 하루를 보내는 맛도 그리 나쁘진 않군.

 

다섯 시 반에 아파트 단지를 두 바퀴 돌았다. 고지대에 짓느라고 구축한 대여섯층의 축대를 따라 길을 냈기 때문에 살짝 오르막이져서 가벼운 운동 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여섯시 이십분에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나니 몸속의 노폐물이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살짝 출출한 것 같기도 하고.....

섭섭해도 참아라. 이제 겨우 다섯 시간 남았다.

내일부터는 귀해진 낟알의 향기를 낱낱이 느낄 수 있겠지. 

평소 밥공기에 칠부 정도 채워 먹었으니 내일부터는 반 주걱만 섭취하면 된다. 아예 밥공기를 고추장종지로 바꿔버릴까?

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사람 만날 약속은 식사 시간 피해서 하기.   

 

한번 해보자구. 딱 6개월이다.

내가 오를 수 있는 산인가 아닌가 가리지 않고 덥썩 나설 수 있고

엘리베이터 없이 오르내릴 수 있는 그날을 위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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