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 방명록에 '당신의 블러그가 사치로 비쳐질까 염려된다'는 글이 올라왔다.
악플이 아니고 오히려 호의가 엿보이는 글이었는데 도둑이 제발 저리다고......
'위화감을 조성하는 블러그라면 그만둬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시간이 좀 지나면서...
결국 못참고 올린 글이 경망스러웠다는 것을, 바로 올라오는 블러그 친구들의 격려글을 읽으며 깨달았다.
사실 그의 댓글이 문제는 아니었다. 그 댓글은 내 블러그의 컨셉을 뒤흔드는 충고였으며 더 근본적으론 탱자탱자 놀 궁리만 하는 내 생활에 대한 경고였기에 본능적인 방어기제가 발동했던 거지.
곰곰이 생각하고 생각해봐도 나름대로 애정을 가지고 2년 넘게 가꿔온 나의 정원을 폐쇄할 수는 없고(극노인도 아닌데 벽 보고 혼잣말 하기는 싫다) 有閑婦人으로 살고 있는데 有閑婦人 아닌 척 할 수도 없다.
블러그만 없어지면 그만이냐? 눈 가리고 아웅이지. 남들이 럭셔리하다면 럭셔리한 것이다.
럭셔리한 걸 어떡해. 그냥 럭셔리하게 살기로 한다. 대책없음.
오늘 저녁만 해도 어느 단체 후원 행사라고 하여 강매(!)당한 표를 가지고 디너쇼에 간다.
일생에 한 번 있을까말까 한 유명 가수의 직찍 기회를 그냥 지나치라고?
그러면 발랄한 중년일기에는 뭘 쓰는데?
문학적인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뭐 대단한 사상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을 설득하여 뭐 좋은 일을 해보자는 소명을 느끼는 사람도 못되는데... 이것 빼고 저것 빼면 맨날 뭘 쓰란 말이냐.
아, 정말 화난다. 어느새 내가 이 모양이 됐지?
블러그 처음 시작할 때의 천진(!)한 뻔뻔스러움은 어딜 간 거냐. 화양연화를 쓸 때의 배짱은 어딜 간거냐.
다른 사람에게 감동은 못 줄망정 가식은 싫다. 그냥 생긴대로 살 꺼다.
마치 댓글 단 분을 비난하는 듯한 인상을 줄까 싶어 아랫글은 삭제한다. 허나 구차하지만 그에 대한 내 답글은 남겨두련다.아직도 이목에서 자유롭지 못한 나를 위해, 그리고 이 블러그를 처음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
이하 빨간글씨는 애국적인 국민들에게 돌 맞기 십상인
'해외여행'을 주 컨셉으로 하는 '럭셔리한 중년일기'를 위한 변명이다.
방명록에 공개/비공개로 격려의 말씀 남겨주신 벗님들, 감사합니다.
부끄러워서 일일이 답글 달지 않겠습니다.
제 글의 어느 곳에서 제 생활의 사치를 느끼셨나요?
몇 년에 한번 떠난 여행기 때문에 그런가요, 한번 떠나 100만원 이상 넘겨본 적 없는?
월 2만5천원의 수영강습 때문에 그런가요? 월 6만5천원짜리 스페인어 강습 때문에 그런가요?
또 내가 뭘 썼더라....
제 글을 얼마나 읽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억울하군요..
몇 년에 한번 떠난 여행기 때문에 그런가요, 한번 떠나 100만원 이상 넘겨본 적 없는?
월 2만5천원의 수영강습 때문에 그런가요? 월 6만5천원짜리 스페인어 강습 때문에 그런가요?
또 내가 뭘 썼더라....
제 글을 얼마나 읽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억울하군요..
하긴... 애들 교육에 올인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정주부가 자신에게 돈을 쓴다는 건 사치일 수도 있겠군요.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어느 분이 돈 많아서 좋겠다, 애국심 좀 가져라는 글을 남기셔서 고민 많이 했습니다만 좀 상식 밖인 분인 듯하여 무시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점잖으신 님의 단 한 마디는 쉽게 지나쳐지지가 않네요.
저는 제 나름대로 여행을 제 블러그의 주 컨셉으로 잡고 있습니다.
님의 말씀은 제 블러그의 존재 자체를 흔드는 말씀으로 느껴집니다.
저도 위화감을 주는 블러그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럼 어떤 블러그를 할까요. 나이에 걸맞게 살림 걱정할까요? 건강 걱정 할까요?
여행은 제게 사치가 아닙니다. 일종의 인생공부입니다.
제가 꽁꽁 모아둔 돈으로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면 건전한 소비가 될까요?
님은 열심히 사는 자신에게 어떻게 상을 주시죠?
남들 쇼핑할 때 전 안 쓰고 짬짬이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여행비용을 마련합니다.
예전에 직장생활 할 때 여행을 위해 목돈을 만들어두기도 했구요.
저희도 그저 빚 안 지고 밥이나 먹는 정도랍니다. 소비수준도 구세대답게구질구질하죠.
여행이 저의 유일한 사치라면 사치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그게 남의 눈치를 봐야 하는 죄스러운 행동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여행은 꼭 돈이 많아서 하는 게 아닙니다. 제 여행기를 좀 더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저도 좀더 생각해보겠습니다.
저의 블러그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힘들게 한다면 굳이 계속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님 때문에 이런 얘길 하는 건 아닙니다.
제 블러그의 기본 컨셉에 대해 회의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닫아버리고 비공개로 제 마음껏 즐기고 싶지만
저도 이 블러그를 한 지 햇수로 3년째입니다. 저를 아끼고 제 하루하루에 관심을 가져주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 친구들을 일방적으로 실망시키기도 어렵고....
마음이 복잡하네요.
예전에 직장생활 할 때 여행을 위해 목돈을 만들어두기도 했구요.
저희도 그저 빚 안 지고 밥이나 먹는 정도랍니다. 소비수준도 구세대답게구질구질하죠.
여행이 저의 유일한 사치라면 사치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그게 남의 눈치를 봐야 하는 죄스러운 행동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여행은 꼭 돈이 많아서 하는 게 아닙니다. 제 여행기를 좀 더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저도 좀더 생각해보겠습니다.
저의 블러그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힘들게 한다면 굳이 계속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님 때문에 이런 얘길 하는 건 아닙니다.
제 블러그의 기본 컨셉에 대해 회의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닫아버리고 비공개로 제 마음껏 즐기고 싶지만
저도 이 블러그를 한 지 햇수로 3년째입니다. 저를 아끼고 제 하루하루에 관심을 가져주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 친구들을 일방적으로 실망시키기도 어렵고....
마음이 복잡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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