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국내

안동 양반들의 noblesse oblige

張萬玉 2007. 10. 29. 12:58

바로 아랫글에 이어서....

여행사를 하는 후배와 함께 갔기 때문에 귀동냥을 많이 했다.

중국 공자학회 사람들이 왔을 때 도산서원을 돌아보고 중국보다 더 훌륭하게 유교의 전통이 보존되고 있는 

'鄒魯(공자가 주유했던 추나라와 노나라)之鄕'이라며 감탄했다는 얘기,

엘리자베스 여왕이 왔을 때 전통 제사 구경을 시켜주면서도 여자라고 댓돌 위로 못 오르게 했다는 얘기,

공민왕이 홍건적을 피해 안동으로 왔을 때 노국공주가 냇물에 발이 젖지 않도록 인간다리를 놓은 데서 유래했다는 놋다리 밟기의 유래, 

안동 명물이라는 간고등어는 왜 맛이 살짝 간 것 같은지 등등등...

 

위아랫몸이 따로 노는 미얄할미. 할미라면 분명히 여성인데... 배에 임금王자가... ㅋㅋ

 

소를 잡고 난 백정이 손에 들고 있는 저까이꺼 때문에....

 

 

허우대 멀쩡한 양반님과 선비님이 체면불구 싸움을 벌인다. 남정네들은 양기에 좋다면 그저....

 

안동의 전래문화 얘길 듣다 보면 양반들의 본거지답게 힘있고 재력있는 양반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 유명한 하회탈놀음(하회별신굿)에서 자근자근 씹히는 몰지각한 양반놈들이 있는 반면

가진자들의 사회적 책임감이란 게 어떤 건지를 보여주는 미담들도 없지 않다.

 

담장에 쌀 한 움큼만 쥐어낼 정도의 구멍을 뚫어놓고 굶어죽을 지경인 사람들로 하여금

오며가며 딱 한 줌씩만 가져가도록 한 양반님네 얘기도 있고

(이 얘기 할 때 난 옆사람과 잡담하느라고 누구네집 얘긴지 정확히 못들었다),   

새로 집을 지으려고 몇 년에 걸쳐 근사한 목재들을 잔뜩 마련해놨는데 어느해에 낙동강이 범람하여

사람들이 떠내려가게 되자 그 목재들을 모두 강물에 띄워 사람들을 건져낸 양반님네 얘기도 있다.

안동의 3대 먹거리 중 하나인 헛제삿밥의 유래도 가진자들 나름대로의 예의 아니었겠나 싶다. 

 

 

양반님네들이 뭔가 푸짐하게 먹고는 싶은데 시도때도없이 탐식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제삿날도 아닌데 제삿날이라고 속여가며 제사음식을 준비해 먹었다는 데서 유래한 게 헛제삿밥이라니 

요즘과는 달리 돈 자랑도 염치 봐가며 하던 시절의 어리숙한 꾀가 귀엽다고나 할까.ㅎㅎ

 

놋그릇 안에 든 밥은 (제삿상 물리고 난 것처럼) 바로 옆의 나물그릇에 넣고 간장으로 비벼먹는다.

특징적인 것으로는 고기산적 옆에 늘어놓은 허연 살점(상어자반을 찐 거란다).

이 사진에는 없지만 후식으로 안동식혜라는 게 나왔는데 물김치도 아닌 것이 식혜도 아닌 것이 영 이상했지만 막상 먹어보니 달콤매콤한 게 수정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식혜를 만들 때 잘게 썬 무를 함께 발효시켜서 고춧가루를 넣은 거란다.    

 

다이어트중이라면서 어떻게 이 진수성찬의 위기를 넘겼냐고?

밥은 비벼서 두 숟갈 먹었고, 나머지 음식은 맛만 보았다.

떡도 한 점 먹어보고 싶어서 꾀를 냈다. 밥들 많이 먹어 배부를 테니 떡들은 몽땅 수거해서 돌아가는 길에 간식 삼자고... 그래서 너덧 시간 뒤 약식이랑 찰떡 한 개씩 기어이 맛보고 말았다는... ㅋㅋ

 

우리가 점심을 먹은 식당 이름이 '까치구멍'인데 이름이 예사롭지 않아 이 글을 쓰면서 검색해보니

대청 상부 지붕마루 양 끝에 낸 구멍으로, 집 내부에서 밥 짓고 쇠죽 끓일 때 나는 연기를 외부로 배출해주는 굴뚝이자 낮에는 빛을 받아들여 어두운 집안을 밝게 해주는 조명등 역할을 한다... 힘들게 살던 시절을 생생히 느끼게 해주는 이름이군.

 

 

같이 갔던 일행들과 함께 하회별신굿 마당에서 한 컷.(나 좀 빠졌슈?)

 

 

보너스....  만옥이가 좋아라 하는

쫄깃한 인절미, 견공들, 우리의 2세들....(아시다시피 물론 클릭 금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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